자기가 믿는 바와 다른 사람은 세상에 얼마든지 있습니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니까요. 억지로 바꾸려 할 필요도 화를 낼 필요도 없습니다. 물론 오지랖을 부려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 때문에 불쾌했던 일이 있지만, 너무 오래 담아두진 않으려 합니다. 진정한 화합이 뭔지, 그분도 언젠가는 이해할 테니까요.
고속도로 휴게소 한편엔 책을 판매하는 매대가 있습니다. 대개 유사 과학이나 건강 상식 같은, 그다지 흥미를 부를 만한 책들은 없어요. 굳이 관심을 둔다면, 깔깔 유머집이나 티니핑 스티커 북 정도가 전부입니다. 그저 구색을 갖추려 준비된 것 같은 진열대를 무심히 보다가, 책 한 권이 눈에 띄었습니다.
'무소유 잠언집'
표지의 사진과 소개 문구로 봤을 때 두 큰스님의 이야기일 것 같았어요. 그렇지만 제목을 장식한 낱말 때문에 이 책이 궁금해졌습니다. '잠언'은 성경에 있는 교훈집의 이름이니까요. 고승의 이야기가 담긴 책의 제목으로 이 단어를 고른 이유가 알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책을 구매했고, 5천 원어치의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머리말도 읽어보지 않고 책을 산 대가로요.
전혀 대단할 게 없는 말 모음집이었습니다. 굳이 좋았던 점을 꼽아본다면, 두 스님의 사진뿐이었어요. 이 책은 자기 계발에 도움이 되는 문구를 모아 놓은 스크랩에 불과했습니다. 작가의 철학 따위는 책 어디에도 없었어요. 기운이 빠져 책을 대충 던져놨는데, 표지에 새겨진 제목이 다시 한번 눈에 들어왔습니다.
'무소유 잠언집'
저 근본 없는 제목 때문에, 종교의 화합이란 것에 관해 생각해 봤습니다. 모든 종교의 뿌리가 다를 바 없다고 항상 여겼거든요. 하나님은 사랑이란 말을, 부처님은 자비란 단어를 선택했을 뿐이지요. 관점이 다를 뿐이고, 틀린 건 없지 않나 싶었습니다. 결국 싯다르타도 하느님의 자식이고, 예수는 깨달은 사람이니까요.
그러니 서로 반목하며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자신만의 신념으로 바르게 살면 그만이에요. 어차피 우열은 없으니까 말입니다. 손목에 걸린 염주는, 저의 근본을 보여주는 상징일 뿐이니까요. 지옥에 떨어질 거라고 굳이 저주하지 않아도, 알아서 갈 겁니다. 구제할 중생이 넘쳐나니까요.
작가의 이력을 찾아보면, '무소유 잠언집'이라는 제목은 별생각 없이 지은 게 분명합니다. 그래도 덕분에 알게 된 건 있었어요. 하나는 책을 사기 전 작가의 말 정도는 읽어보는 게 좋겠다는 거고, 또 하나는 깨달음은 어떤 수단으로도 찾아오긴 한다는 겁니다. 결국 이 책은, 사무실에서 일하던 공익근무 요원의 소집해제 선물이 되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미련한 자의 어리석은 소리에 대꾸하지 마라.
너도 같은 사람이 되리라.
- 잠언 26장 4~5절 -
이 세상에 가장 위대한 종교가 있다면
그것은 친절이다.
- 법정 스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