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작가님들의 글로 채웠습니다.
배터리가 방전되어 응급조치를 취하고 왔습니다. 해야 할 일까지 싫어질 정도로 방전이 된 건 태어나서 처음 있는 일이에요. 하지만 번아웃 증후군이라 부르긴 애매했어요. 제가 평소에 뭘 그렇게 열심히 했나 싶은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침대에 누워, 요즘 뭘 하며 살았나 생각을 해봤습니다.
최근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하다 보니 알게 모르게 몸에 부하가 많이 걸렸습니다. 3월 말 인사이동, 매일 3시간 취침, 출퇴근 3시간, 글쓰기 3시간... 이상하게 3이란 숫자가 많네요. 게다가 3이란 숫자와는 상관없지만 며칠 뒤면 이사도 해야 합니다. 팀 내 문제가 있는 직원의 영향으로 일주일에 한 번은 당직 근무도 하고 있고요. 취침과 출퇴근 시간은 정착된 지 오래라 별로 크게 느끼지 않았었는데, 이게 몇 년 동안 누적됐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더군요. 아무래도 좋습니다. 적어도 출퇴근 시간은 며칠 뒤면 해결되니까요.
결국 약해진 몸을 비집고 들어온 감기몸살에 거의 2주 넘게 시달리고 있습니다.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던데, 졸지에 개만도 못한 인간이 되어 버렸어요. 한번 짖어나 볼까도 했지만 목이 잠겨 그마저도 어렵네요.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병원엔 하루만 있었어요. 링거의 효과는 꽤 괜찮아 조금은 기력을 찾았습니다. 제게 뭘 놔줬는지 기억을 해둘 걸 그랬어요.
약간의 휴식이 필요하다 느꼈습니다. 그래서 넘쳐나는 소재를 잠시 묻어둘 수밖에 없었어요. 마침 글쓰기 수업 숙제로 '합평'이란 걸 하게 되었거든요. 대신 다른 사람에게로 시선을 돌려봤습니다.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보며 참 많은 게 느껴졌어요. 비슷한 소재를 다룬 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도 있었습니다. 문체도 다양하고 시선도 다채로와요. 시야가 넓어진 것 같았습니다.
똑같이 가족을 소재로 글을 남겨도 같은 내용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래서 브런치스토리 여행을 다니는 게 참 즐거웠습니다. 마찬가지로 제 집에 오신 분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하나하나가 전부 고마운 말들이었어요. 귀한 걸음 해 주신 다른 작가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몸이 좋지 않았던 덕분에 조바심을 조금 거두고 차분해질 수 있었어요.
기운도 좀 차렸고, 느껴진 바도 있으니... 머리에 스치는 감정을 잘 담아둬야겠어요. 그러고 나서 잘 구워보면 조금은 더 맛있는 음식이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