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의 꼬리가 멈추는 순간(퇴고)

귀중한 의견에 감사드립니다^^

by 보리아빠

눈치채신 분도 많겠지만 전 따로 글 쓰는 법에 대해 배운 적은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단어의 연장통은 빈자리가 많고, 문법 서랍도 아귀가 맞지 않아요. 며칠 전, 이 글을 보신 미야 작가님께서 제게 너무나도 소중한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주말 동안 그 댓글의 내용을 곱씹어 봤습니다. 답변도 제대로 드리지 못한 채로 말입니다. 그래서 제 나름대로의 감사 인사를 드리기 위해 발행했던 최근 글을 수정해 봤습니다.




열 칸짜리 전철은 때로는 약하게, 때로는 거칠게 꼬리를 흔들며 달려갑니다. 타고 있는 중엔 잘 느껴지지 않지만, 막상 다른 칸을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덜컹거리고 휘청댑니다. 우리네의 인생사도 비슷한 것 같아요. 부침 없이 살아가고 있다 여기지만, 막상 되돌아보면 지나온 여정은 항상 직선으로 그려져 있진 않습니다. 두가 저마다의 갈지자를 그리며 그렇게 살아가기에 인생사는 참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평소와 다를 바 없는 감상을 가지고 전철을 탔던 어느 날, 전철의 꼬리가 멈추는 순간을 경험하고 새롭게 느낀 게 있어 남겨보려 합니다.




혼자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전철을 타고 집으로 가는 중이었습니다. 흔들리는 전철 안을 거꾸로 걸어서 평소 타던 칸으로 가고 있었어요. 요즘 운행하는 수도권 철도는 객차를 나누는 문이 없어 꽤 멀리 있는 칸까지 한눈에 보입니다. 그래서 굽이굽이 달려왔던 흔적을 잘 볼 수 있어요. 마치 제가 살아온 인생처럼 적당히 휘어 있고, 적당히 구불구불합니다.


그렇게,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지나쳐 칸칸이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한 네 번째 칸을 지날 때쯤이었습니다. 문득 저 멀리 마지막 칸에 세워져 있는 자전거가 시야에 들어왔어요. 전철이야 항상 직선으로 움직이진 않아 좀 의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트인 시야를 느끼며 주변을 둘러보니 전철이 쭉 뻗은 선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전 그 자리에 서서 처음 보였던 자전거를 쳐다봤습니다. 벽에 기댄 채 미동도 없이 일직선으로 운행 중인 전철에 실려 그렇게 저와 마주 보며 달리고 있었습니다. 전철의 꼬리가 멈추는 순간을 만나게 된 겁니다. 서너 개의 역을 그렇게 똑바로 달리던 전철은, 곧 다시 꼬리를 살랑거리며 다른 칸에 탄 사람들을 춤을 추게 만들기 시작했어요.


이 광경을 보고, 구불구불 굽이치는 삶 중에도 반드시 평온했던 때가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무탈했던, 편안해서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려 마음을 데워 두면, 앞으로 걷게 될 굴곡진 길도 힘내서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물론 부랑 길을 걸어온 기억을 돌아보며 성찰하는 시간이 빠져선 안되죠. 만 지난 길을 돌아보는 시선이 하나 더 생긴 것 같아 마음이 풍성해진 기분이었습니다. 전철 안을 거꾸로 걸어간 덕분에 지난날 감회(感懷)의 새로운 사용법을 알게 되었어요.




전철에서 내린 뒤, 또다시 구불구불한 길을 걸어갑니다. 으로 제가 걸어갈 길은 바르기도 휘청이기도 하겠지만, 비틀린 길은 반면교사로, 곧은길은 귀감 삼아 앞으로의 여정을 즐겁게 떠날 수 있을 것 같네요. 어차피 돌아보면 전부 다 이야깃거리가 되잖아요? 글감 하나 생겼으니 그걸로 된 겁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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