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식 메모 습관

중천의 눈에 들어온 것-02

by 보리아빠

하루 중 가장 해가 높은 시간, 정오가 된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으로 짧은 생각을 시작합니다. 오늘, 중천(中天)의 눈에 들어온 것은 뭐였을까요?


오늘의 단상 : 질어질한 메모 습관




어릴 때부터 셜록 홈즈는 내 우상이었다. 비상한 추리력도, 번 보면 절대 잊지 않는 기억력도 부러웠다. 낡은 전집을 몇 번이나 읽으며, 언젠가 베이커 가 221B번지에 가보고도 싶었다. 세월이 지나 나도 한 가지는 그와 비슷한 점이 생겼다. 메모를 엉망으로 한다는 습관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적어도 옷소매는 손대지 않아 깨끗하게 둔다는 것 정도뿐이다.


사무실에 전화가 걸려오면 항상 손에 가장 먼저 잡히는 종이를 집어든다. 펜도 마찬가지다. 사무실 책상에 뿌려진 것 중 아무거나 잡고 메모할 준비를 한다. 통화 내용을 대충 적어 두고, 전화를 끊고 나면 적어 둔 종이도 대충 던져둔다. 그러다 다른 적어둘 게 생기면 또다시 아무 곳에나 메모를 한다. 그러고는 잊어버린다.


이럴 거면 난 대체 메모를 왜 하는 걸까? 그렇다고 메모가 필요 없을 정도로 기억력이 좋지도 않다. 중요한 서류 뒤에 메모를 했다가 세절기에 갈아버린 적도 있다. 전화번호를 어디에 써뒀는지 잊어버려, 회신을 기다리다 화가 난 민원인이 찾아온 적도 있다. 메모한 내용을 찾아보려면 여기저기 꽂혀 있는 이면지를 뒤져야 한다. 손에 잡히는 대로 끄적이는 습관은 언제부터 생겼을까?


그래도 글쓰기를 시작하며 조금씩 습관을 바꾸려고 노력은 한다.


1. 먼저, 날짜를 써둔 종이를 준비한다.

2. 그날은 뭘 쓰든 그 종이에만 쓴다.

3. 중요한 내용이라면 전화기나 전자책 단말기에 옮겨 적어둔다.


이 세 가지를 몸에 붙이는 중이다. 매일 꾸준히 지키다 보면 언젠간 자연스럽게 될 거라 생각한다. 메모를 하고 다시 꺼내보지 않더라도, 적어도 한 군데에 몰아넣기라도 하려 한다. 물론 한동안은 셜록 홈즈식 메모 습관이 불쑥 튀어나올 게 뻔하다.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이 되나."


오랜 습관이 하루아침에 바뀌겠나.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