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선정되었는지 이해가 가는 집
프롤로그 : 태국 방콕 혼자 여행의 첫 날은 시티 투어 버스를 타는 것으로 결정했다.
투어 버스 대신 일반 시내버스를 타서 여기저기를 돌아볼 수 있지만, 시티투어를 이용하면 그 지역에서는 어느 곳을 유명 여행지로 선정하는지에 대해 알 수 있다.
이번 여정에서는 그저 이층 버스 위칸에 앉아 부유하듯 이곳저곳을 전체적으로 보고 싶다는 마음도 컸다. 그래서 다녀온 장소가 태반으로 코스에 들어가 있는 시티투어를 탔다. 심지어 뒷날도 동일한 엘리펀트 시티투어를 이용했다. 원데이 플러스 원데이 행사 중이라 뒷날은 전날 티켓을 보여줌으로써 비용 추가 없이 무료로 탑승했다.
* 여기서 잠깐 해외여행의 팁을 하나 공유한다면, 공항에서 숙소까지 이동하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는 것이다. 이는 첫 여행지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고, 대부분의 경우 공항은 도심이 아닌 외곽지에 위치하는 편이라 여행지로 가는 동안 도심지의 개발 이전 단계인 원래 이 도시의 모습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그리고 도시에서 나갈 때, 아웃행 항공편이 만약 늦은 밤비행기라면 밤 시간 이동 중 택시가 제대로 공항으로 가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되기도 한다.
엘리펀트 시티투어는 시암 파라곤 앞에서 시작했는데, 중간중간 원하는 장소에서 내린 뒤 원웨이 운행을 하는 버스에 다시 올라 다음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었다. 나 자신은 하차없이 그저 도시 전체를 하나로 잇는 전체적인 조망도의 시간 안에 있었다.
버스가 다시 시암 파라곤 앞에 멈췄을 때, 난 화장실을 이용한 뒤 다시 버스에 오를까 싶었다. 하지만 점심시간이 다 되어 배고팠다. 수완나품 공항에서 먹은 밥은 죽이라서 금방 배가 고팠기 때문이다.
화장실에서 나온 뒤 밥을 먹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이에 대해 버스 기사에게 이야기 한 뒤 푸드코트로 갔다.
무엇을 먹을까 싶었는데, '미슐랭 가이드'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응? 미쉐린 가이드?!'
내가 아는 그 미슐랭 가이드가 참으로 맞는지 머릿 속에서 여러 번의 확인 절차가 이루어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아는 미슐랭 가이드 선정 맛집이란, 프랑스 파리의 고급 레스토랑에 앉아 코스 별로 나오는 극히 적은 양의 음식을 먹을 때면 극강의 미감이 필요한 파인 다이닝의 한 가지 절차로 인식했다.
그런 이유로 대형 쇼핑몰의 푸드코트 안에 있다는 건,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반면 이게 정말 그 미슐랭 가이드 맛집이라면 망설일 것이 무엇이랴 싶었다.
그래서 바로 네이버 검색을 했다. 태국 방콕 시암 파라곤 미셀린 가이드 멋집을 말이다. 정말 놀랍게도 검색 내용이 떴다.
'할렐루야 !!'
미쉐린 타이어가 맛집을 선정해 만든 미쉐린 가이드 선정 맛집은 여행자가 그 장소까지 이동하기 위해 자동차를 이동 수단으로 사용할 경우 타이어 마모를 불러일으켜 더 많은 타이어를 구매할 것을 염두에 두고 개발한 것이다.
이 맛집은 제법 신뢰도가 높은 편이라 "미쉐린 가이드 맛집이야" 라는 말 한 마디로 추천 이유가 갈음되는 장소이다.
이러한 맛집을 한 눈에 살펴보며 어디에서 먹을지 선택의 시간을 줄여주니 그 또한 감사했다.
더군다나 여기는 가격이 저렴한 푸드코트 아닌가 !!
"호호호"
푸드코트라고 모두 같은 공식은 아닌가 보다. 미쉐린 가이드로 여러 번 선정된 맛집은 시암 파라곤이라는 고급 대형 쇼핑몰 내 입점이라 가격 대 수준을 맞춘 건지 음식값이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태국 방콕의 또 다른 대형 쇼핑몰인 터미널 21의 음식 가격이 오히려 더 저렴하게 여겨지며 순간, 고급 쇼핑몰로 여기던 터미널 21이 이마트 급으로 보이기 시작함)
몇 가지 미쉘린 음식 중 메뉴를 한 가지로 추린 뒤 게살볶음밥 코너로 향했다. 다른 가게에는 손님이 없는 그 시간에도 이미 이곳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가게 앞 주인장의 얼굴로 보이는 사내가 얼굴을 비롯한 상반신 촬영 사진을 내걸고 있어 더욱 믿음이 가는 가게였다.
줄을 서서 주문 순서를 기다리며 볶음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았다. 철판 위에서 복잡한 과정 없이 밥 볶기 정도의 퍼포먼스였는데, 덕분에 주문과 동시에 밥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30분 뒤 식사가 나온다며 웨이팅 알림 도구를 주었다.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네이버 검색 때 본 블로그에서 '옌타포국수'는 꼬옥 먹어보라는 말이 있어 '얼마나 맛있길래?'라는 마음으로 주문했다.
게살 볶음밥과 달리 국수는 바로 나와서 빈 테이블로 가 밥을 먹었다. 시암 파라곤의 푸드코트는 점심시간 대라는 것이 특별히 없는 듯 거의 매 시간 사람이 꽉 차 있어 빈 테이블을 찾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래서 모르는 이와의 합석이 이뤄지기도 했는데, 나 역시 현지인 가족이 잡아놓은 자리에 함께 앉아 식사했다.
무튼 ! 옌타포 국수는 극찬과 달리 평범한 맛 같아서 별 감흥이 없었는데, 한 두 달 뒤 아들과 같이 간 방콕 여행에서 터미널 21의 피에르 21 푸드코트 내 옌타포 국수를 먹으며 깊이 깨달았다. 이전에 먹은 그 국수가 얼마나 맛있던지 말이다.
게살볶음밥은 개인적으로 게살이 큼지막해서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가격을 생각했을 때 게살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뷔페에서 식사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살 볶음밥 가격이 태국 내의 고급 뷔페 레스토랑과 가격 차가 체감상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건 맛과 분위기, 또 다른 고급 메뉴 등을 즐길 수 있다는 점 등일 게다
한 끼 식사로 옌타포 국수와 게살 볶음밥 (양이 많은 편)을 모두 먹는다는 건 무모한 행동이었음을 아는데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그렇지만 미쉐린 가이드의 밥을 남긴다는 건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천천히 숨을 고르며 끝까지 다 먹었다.
그리고 또 다른 태국 방콕의 미개척지를 발견한 것 같아 여행의 풍성함이 한 스푼 더해지는 중이었다.
크놈 브앙이라는 태국의 전통 디저트가 있다. 예전에도 먹어봤지만, 생각보다 맛이 없어 다시 선택하지 않았다.
그. 런. 데.
이 디저트가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된 집이 있었다. 그것도 몇 년 연속으로 말이다. 디저트가 얼마나 맛있길래 몇 년 간 선정될 수 있을까?
그. 래. 서.
건너뛰기를 할 수 없었다.
한 세트를 구입한 뒤 먹어보았는데, '이게 진정 크놈 브앙의 맛이라면 나는 다음번에도 먹을래'라는 마음이 저 깊숙한 자리에서 쑤~욱 하고 올라왔다.
글을 쓰다 보니 미쉐린 가이드 예찬론자처럼 된 듯싶은데, 기존의 내 생각과 달리 진입장벽이 낮고 맛 또한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미쉐린 가이드 선정 여부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나 맛에 대한 호불호가 있음)
에필로그 : 이 여정 뒤로 나는 방콕 숙소 옆의 미쉐린 가이드 빵집에 다녀오는 것으로 이어졌다. 그런 뒤 서울 광장시장의 미쉘린 가이드 선정 맛집 '부촌육회'를 찾아갔다. 아마도 나의 미쉘린 가이드 선정 맛집 여정은 '포근예랑 미쉐린 가이드 방문 맵'으로 완성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