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고
'나홀로 떠나는 여행'은 이번 태국 방콕여행을 끝으로 마무리합니다. 방콕 여행은 몇 차례에 걸쳐 올릴 예정입니다.
프롤로그
태국 여행 기간 : 2025. 08. 27 ~ 2025. 09. 05
(1박 2일의 국내 이동 기간 포함)
남편과 아이를 둔 엄마로서 이러한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입 다물어야 할 상황일 수 있겠지만, 저는 글을 씁니다. 40대 여성의 로망 중 하나는 혼자만의 여행이며, 아이와 남편이 있어도 간혹 여행을 떠나는 건 도발보단 치유와 성숙으 시간을 주곤 하니까요
자녀의 여름 방학이 끝나고 "그 동안 아이들 밥해주고 돌보느라 힘들었는데, 치유할 겸 해외에 다녀와도 되겠지?"라고 남편에게 넌지시 말을 건넸다.
남편은 어느 날부터인가 으례 하던 , "재정 있으면 해"라고 말했다.
병원에서 이주일 간의 입원을 마친 뒤 집에서 줄곧 지내며 몸 회복에 집중한다지만, 병원에서 치료사가 늘 하는 말 중 하나인 "집에서는 온전히 회복하는 데만 집중하긴 어려워요"라는 말이 떠올랐다.
'맞아.'
나는 비행기를 탈 수 있는 어느 정도의 기력 회복이 된 여름 방학 이후를 기점으로 삼았다.
이제 나는 여행 다녀온다는 말을 간혹 하다가 어느 날, 비행기를 탔다. 제주 특성 상 김포로 가 인천으로 이동해야 했는데 (현재는 인천으로 바로 가는 국내선 직항편이 생김), 이날은 김포로 가는 것이 전석 매진이었다.
그래서 다른 선택지로 부산 김해로 갔다가 김포 이후로 인천 이동의 동선을 구상했다. 부산은 늘 영혼의 고향 같아서 마음이 공허하거나 넉넉한 인심을 경험하고 싶을 때면 떠올리게 되는 여행지라 스쳐 지나더라도 한 번쯤 들리고 싶었다.
김해공항에 도착해 경전철을 타고 주인장이 직접 담근 된장으로 끓인 된장찌개를 먹고 주변을 조금은 느린 속도로 걸은 뒤 김포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는 정시에 출발했고, 김포에 도착하자 마자 나는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으로 향했다.
'인천에 도착하면 그곳이 어디이든 가장 먼저 출발하는 비행편을 타고 가리라'
인천공항에 도착해 가장 먼저 출발하는 비행편을 찾느라 미리 예매해 둔 태국행 비행기표는 취소했다.
공항 내 벤치에 누워 핸드폰을 충전하며 비엣젯부터 제주항공, 티웨이 등등 항공사 별로 홈페이지로 들어가 새벽 출발 비행기를 찾았지만, 마땅한 것이 없었다.
'그냥 공항에서 자고 내일 아침 비행기로 가야겠다'
다락휴는 인천공항 안에 있는 캡슐 호텔이지만, 적어도 3시 체크인 / 11시 체크아웃의 숙박 시간을 이용할 수 없는 숙소이다. 단 몇 시간에 몇 만원을 지출해야 하는 고단가 호텔이다. 그래도 한 번쯤은 이용해도 좋지 않을까라는 마음과 그 동안 몇 번의 인천공항 노숙을 경험했던 지라 이런 호텔에 재정을 사용하는 건 불필요한 소비가 아닐까라는 마음 가운데 갈등하며 카운터로 갔는데, 방이 없단다.
내심 안도의 한숨이 나오는 나를 볼 수 있었다.
나는 어디로 가든 별 상관없는 마음이었다.
처음에는 반드시 태국으로 가 마사지를 받으며 수술 뒤 회복에만 전념하겠다는 목적이 있었지만, 점차 혼자만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는 것 자체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짐은 벤치에 두고 다니면 안 된다는 바뀐 인천공항 이용수칙을 지키느라 거의 짐 곁에서 시간을 보냈지만, 그래도 뭐 !
밤새 내내 그 동안 찾지 않던 비엣젯이 요즘은 어떠한 금액대의 비행 상품이 나왔고, 호주로 가는 건 어떤 경로로 가는지 등을 살피며 참 오랜만에 하는 여행 일정 짜기에 즐거움을 느꼈다.
잠은 벤치 위에 배낭을 깔고 그 위에 머리를 둔 상태로 잤다. 때때로 깨기도 했지만, 인천공항의 노숙은 공항 측에서 묵인해주기에 그냥 잘 수 있는 장소가 있다면, 눈을 붙일 수 있다.
아침의 햇살이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시간이 되자 나는 결국, 취소했던 노선의 비행편을 다시 구매했다. 그 사이에 얼마 간의 가격이 더 올랐다.
처음 정한 그대로 두었다면,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와 시간, 금액의 손해없이 편안히 갈 수 있었을 텐데 나는 아무래도 이런 걸 좋아하는 것 같다.
남들은 번거롭고 불필요한 과정을 굳이 거치는 (항상 그렇지는 않음) .
그 과정 안에서 나는 몇 가지를 경험하고 알고 깨닫는다.
나는 처음 마음대로 가는 걸 좋아하고, 금액은 하루 사이에도 변동을 보일 수 있다는 것과 잠이 오지 않는 동안 이러한 행동 자체가 내게는 재미라는 것이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시간 안에서 비행기를 끊는지, 탈 사람이 없음에도 가격을 올리는 이러한 상황은 왜 벌어지는지 등 말이다.
그리고 여행을 떠나기 위한 마음 정리의 시간이 되어주기도 한다.
에필로그 : 그래도 다음부터는 금액이 더 낮아진 상태에서 항공권을 구매하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