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있어야 할 곳으로의 회귀
나는 사람들의 손을 보는 게 두려웠다
그 시점은 짐작컨대 무거운 이삿짐을 가장의 무게로 져 나르던 형부가 세상을 떠났을 무렵 같다
나는 사람의 손이 그 사람의 삶과 성품을 보여주는 통로 중 하나로 본다
밭일하는 엄마 손톱이 거멓게 변하고 손가락이 두꺼워지려야 더 이상 두꺼워질 수 없을 만큼 비대해졌을 때,
어린 시절부터 가늘고 여리여리했던 천상 여자 손이라 불릴 법한 언니가 결혼한 뒤 거칠고 굴곡진 손가락이 되었을 때도
나는 그 손을 볼 수 있었다
살아보며 참으로 많은 사람들의 손과 마주했다
군 제대 뒤 복학 전까지 잠시 일하던 공장에서 손가락이 잘리고
흰머리가 성성한 직장 근로자가 손가락 접합 수술을 받고 내 눈앞에 손을 내밀었을 때 .
그들은 표현하지 않았지만, 수많은 우울과 괴로움, 간절함과 희망이란 날실과 씨실의 교차 가운데 있었을 거다
나는 이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그저 ‘배운 대로 치료한다 ‘라는 말을 되내일 뿐이다
매일 병원에 오는 것이 넌덜머리가 나지 않도록 따듯한 치료실 분위기를 만드는 데 동조했다
젊은 나이에 처한 상황이 한탄스러워 낮술 한 잔하고 온 그는 내게 거칠었다
나는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그에게 말했다
가르쳐드린 운동해서 내일도 오라고 말이다
그는 알겠다는 말을 공중으로 흩뿌리며 재빨리 치료실을 나갔다
뒷날, 어제는 미안했다며 쑥쓰러운 웃음을 지며 빵을 건넨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나는 환자를 감당할 수 없었다
환자 치료가 그렇게도 좋았던 나는, 재정과 시간, 열정을 쏟아부었지만, 더 이상 아픈 이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묵은지마냥 켜켜이 쌓인 열정은 마음속 깊이 숨었다
그런 내가 아이러니하게도 대하찜을 싸주시던 주인장의 손길을 통해 다시 사람의 손을 마주할 용기가 생겼다
새우 담는 두툼한 손 위로 어느 적엔가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환자의 그것과 겹쳤다
그래, 그랬었지
나는 다시 치료하고 싶다
뻣뻣하고 거칠디 거친 내 손은 아는 이모가 잡아보시곤 부드럽다는 말을 하실 만큼 많이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