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마주할 용기

내가 있어야 할 곳으로의 회귀

by 글쓰는 여자



프롤로그



나는 사람들의 손을 보는 게 두려웠다


그 시점은 짐작컨대 무거운 이삿짐을 가장의 무게로 져 나르던 형부가 세상을 떠났을 무렵 같다


나는 사람의 손이 그 사람의 삶과 성품을 보여주는 통로 중 하나로 본다



주변 사람들



밭일하는 엄마 손톱이 거멓게 변하고 손가락이 두꺼워지려야 더 이상 두꺼워질 수 없을 만큼 비대해졌을 때,


어린 시절부터 가늘고 여리여리했던 천상 여자 손이라 불릴 법한 언니가 결혼한 뒤 거칠고 굴곡진 손가락이 되었을 때도


나는 그 손을 볼 수 있었다



환자



살아보며 참으로 많은 사람들의 손과 마주했다


군 제대 뒤 복학 전까지 잠시 일하던 공장에서 손가락이 잘리고


흰머리가 성성한 직장 근로자가 손가락 접합 수술을 받고 내 눈앞에 손을 내밀었을 때 .


그들은 표현하지 않았지만, 수많은 우울과 괴로움, 간절함과 희망이란 날실과 씨실의 교차 가운데 있었을 거다


나는 이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그저 ‘배운 대로 치료한다 ‘라는 말을 되내일 뿐이다


매일 병원에 오는 것이 넌덜머리가 나지 않도록 따듯한 치료실 분위기를 만드는 데 동조했다



에피소드



젊은 나이에 처한 상황이 한탄스러워 낮술 한 잔하고 온 그는 내게 거칠었다


나는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그에게 말했다


가르쳐드린 운동해서 내일도 오라고 말이다


그는 알겠다는 말을 공중으로 흩뿌리며 재빨리 치료실을 나갔다


뒷날, 어제는 미안했다며 쑥쓰러운 웃음을 지며 빵을 건넨다



번 아웃



하지만 어느 날부터 나는 환자를 감당할 수 없었다


환자 치료가 그렇게도 좋았던 나는, 재정과 시간, 열정을 쏟아부었지만, 더 이상 아픈 이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묵은지마냥 켜켜이 쌓인 열정은 마음속 깊이 숨었다


그런 내가 아이러니하게도 대하찜을 싸주시던 주인장의 손길을 통해 다시 사람의 손을 마주할 용기가 생겼다




새우 담는 두툼한 손 위로 어느 적엔가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환자의 그것과 겹쳤다


그래, 그랬었지


나는 다시 치료하고 싶다



에필로그


뻣뻣하고 거칠디 거친 내 손은 아는 이모가 잡아보시곤 부드럽다는 말을 하실 만큼 많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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