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갈만한 서울의 무료여행지

서울시립과학관

by 글쓰는 여자



prologue


초등학교 시절 방학기간 동안 하는 과학생활 '탐구생활' 중 모래 굵기에 따라 층층이 만든 정수기 필터를 통해 깨끗한 물을 정수하는 실험처럼 여러 생활 속 과학부터 중고등학교를 거치며 배우는 과학수업은 시험 성적과 관련 없이 내게 무척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그러한 내게 제주대학교 기초과학연구소에서 작년 한 해 과학 관련 대중강연을 한라도서관에서 4월부터 11월까지 그레이스와 함께 듣게 된 것은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번의 서울여행 때 서울시립과학관을 방문한 것은 이것의 연장선상으로 보아질 만큼 너무나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12월 여행의 첫날, 당일 처음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 도착한 나는 애기봉생태공원과 서울시립과학관 중 어디로 갈지 선택의 기로 앞에 놓였다. 마음 안에서는 흔들림 없이 애기봉을 가라고 넌지시 말하는 듯싶었지만, 세 시간 정도 소요되고 더군다나 서울 외곽지로 가는 여정이라 버스 한 대를 놓치면 언제 버스가 다시 올지 모른다는 이야기에 너무 고생스러운 여정이 될 것 같아 가급적 마음속 말을 잠재우고 좀 더 쉬운 선택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동안 그레이스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과학과 관련한 여행지를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 찾아본 곳이 '서울시립과학관'이었다. 다소 가벼워진 마음으로 찾은 시립관까지의 소요시간은 2시간이 조금 넘었다. 이런 아.뿔.싸!


이 정도 시간이라면 애기봉을 가는 편이 괜찮을 듯했다. 애초 애기봉을 가기 위해 그날의 일정은 저녁 7시 30분 하나만 잡아뒀었기에




소요시간과 관련 없이 과학관은 한 번쯤 가고 싶어 여행 둘째 날은 전 날과 마찬가지로 저녁 7시 30분 일정만 하나 잡아뒀다. 토요코인 동대문 1에서 묵었는데, 혹시나 싶은 마음에 시립관까지 가는 방법과 걸리는 시간을 알아봤다. 찾아보니 버스로 갈 수 있었고 시간도 1시간 정도면 충분했다. 그래서 둘째 날 아침 식사를 한 뒤 가기로 했다. 숙소 앞에서 버스를 타고 서울온천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걸어갈 수 있는 여행지였는데, 과학관 홈페이지를 보니 셔틀버스를 운행한단다. 그것은 하계역 앞이라 버스를 타고 가던 중 하차 지점을 바꿔 하계역에서 내렸다.


하계역 3번 출구에서 내렸음에도 맞은편인 줄 알고 지하도를 지나 반대편으로 갔다. 그곳으로 나와 탑승 지점을 찾아봤는데 아무래도 이쪽이 아닌 듯싶어 과학관으로 전화했다. 안내데스크에서 알려주신 승차 지점은 3번 출구였고, 오늘은 운행 중이라는 안내를 해주셨다.


통화를 마친 뒤 시간을 확인하니 10시 27분이었다. 10시 30분 셔틀을 타기 3분 전 !! 흡사 미사일이 지면에서 발사되듯 힘을 다해 3번 출구를 향해 달렸다. 도착 시간은 10시 29분이었다. '탑승지 안내판이 있다는데 어디에 있을까?'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찾아도 눈에 확연히 띌 만큼 커다란 크기의 안내판은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셔틀버스 탑승지를 알려주는 사진이 있나 싶은 마음에 몇 편의 블로그 글을 찾아봤지만, 이것과 관련한 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사전 정보 없이 낯선 여행지에서 장소를 찾아야 할 상황에 놓였고, 짧은 시간 안에 그것을 찾아내기 위해 버스정류장 쪽으로 시선을 고정한 뒤 적군의 잠수함을 순식간에 찾아내는 레이더처럼 그 주변을 좌우위아래로 훑어봤다. 그리고 드디어 레이더망에 걸려든 하늘색 별 안의 '셔틀버스 정류장'. (끼야옷)


셔틀버스 정류장 알림판


그쪽으로 가 서있으니 불과 10여 초 뒤에 셔틀이 왔다.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 쪽에 몰려있던 사람들과 하나로 여겨 나와 그레이스를 그냥 지나치지 않도록 손을 들어 멈춰달라는 표시를 했다. 차는 그 수신호를 보고 가던 길을 멈췄고, 그쪽으로 달려가 이내 탈 수 있었다.




과학관은 여러 체험 시설과 상세한 설명 덕분에 풍성한 경험을 제공했다. 1층 전시관의 '공존'에서만 2시간 정도 시간을 보냈다. 그만큼 할 거리와 읽을거리가 많았다. 마음 같아서는 더 오래 머물고 싶었지만, 경험한 것을 곱씹어 보고 또한, 대학로의 붕어빵을 먹고 싶어 그 정도에서 마무리했다. 그러면서 "다음번에 다시 오자"라는 말을 서로 덧붙였다.


공존 프로그램실 안에는 생각할 거리와 환경보전에 대한 사색, 지진이 났을 때 대피할 방법 등으로 구성했다. 이전만 하더라도 일본이나 몇몇 특정 국가에만 일어날 일이라 여겼던 지진이 이제는 우리나라의 일이 될 수도 있는 요즘이라 지진과 관련한 대피요령과 내진 설계한 3가지 타입의 건물을 비교하는 코너도 유익했다. 그리고 학창 시절에는 P파와 S파만 알고 있었던 지진파 외에 L파와 R파가 있음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외 탄소 배출과 관련해 지구 표면 온도가 점차 증가함에 따라 인류는 멸종으로 갈 수 있고, 인류가 멸망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지구가 어떻게 변하고 회복하는지에 대한 가상 시나리오를 볼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가 생기지 않기 위해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어떠한 마음의 부채를 가지고 환경보호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더했다.


서울시립과학관 입구

공간의 한쪽은 자동차를 운전하는 중 도로로 뛰어든 동물을 알아보지 못해 길 위에서 죽음을 맞이했던 동물의 사체 몇 구로 채워졌다. 이들의 모습은 전시장의 진열대 안에서 전시하는 전시품이 아닌, 우리 삶의 현장 안에서 수없이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경각심을 키우기 위한 정보 전달의 한 도구로서 존재했다. 문득 지난날 외국의 한 지역에서 두꺼비의 로드킬을 예방하기 위해 암수 교미 시기에는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두꺼비를 잡아 길 반대편으로 옮겨주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제는 이러한 로드킬을 줄이기 위해 가상 안전막을 도로가에 만들어 동물들이 그것의 가이드를 받으며 이동하는 기술이 만들어졌다고도 한다. 이러한 내용을 볼 때면 간혹 이런 생각이 든다. '그들은 진정한 야생인가, 길들여져 가는가는 가축인가?' 야생의 짐승들이 진정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며 이 땅에서 존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인간이 만든 기술의 산물 안에서만 움직일 수 있는 존재들인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무튼! 이 장소를 방문한 학생들이 쓴 글들은 포스트잇 안에 담겨 한쪽에 붙여졌다. 이러한 모습 안에서 읽을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이러한 부분에 있어 경각심을 지니고 어떻게 하면 야생과 인간이 지구라는 하나의 생활지 안에서 공존할 방법을 깊이 있게 생각할 기회를 얻게 한다는 점이다.




모든 관람을 마친 뒤 서울시립도서관에서 나올 때는 셔틀 없이 하계역까지 걸어갔다. 이러한 결정을 내린 이유는 과학관으로 셔틀을 타고 갈 때 보니 주변에 한 번 둘러보고 싶은 여행지들이 있어서였다. 과학관에서 하계역 방면으로 도보 3분 여 거리에는 놀이터가 있어 잠시 놀이기구를 타며 놀 수 있었다.



epilogue


과학관은 노원구 쪽이라 도심보다 좀 더 추웠다. 얼어붙은 눈을 볼 수 있던 이 장소로 겨울에 도보여행을 간다면, 따듯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목도리나 장갑 혹은 귀마개 등을 챙겨가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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