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을 마련한 방법
prologue
당초 계획은 폴과 그레이스, 제이콥과 나는 메종글래드 제주에서 하는 '2025 메리 글래드 마스'에 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당초 계획이라는 것 안에는 제이콥과 같이 '어서오세요, 휴남동서점입니다'를 포함했다.
12월의 여행은 제이콥과 같이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 발레 공연으로부터 시작했다. 이는 서울사이버대학교라는 온라인 대학교에서 진행하는 문화행사였고, 나는 재학생으로서 신청했다가 선정되었다. 작년에 선정되었을 때는 그레이스와 함께 방문했지만 이번에는 그때 가보지 못했던 제이콥과 같이 갔다. 그리고 우쥬서포터즈로서 활동 중인 극단 지우의 작품 '안녕하세요, 휴남동서점입니다'를 볼 계획이었다. 하. 지. 만. 출발 직전 여행 계획이 변경되었고, 연극 감상은 이 달 중순에 출발하는 그레이스와 했다. 이유인즉슨 11월 우쥬서포터즈 활동으로 감상했던 '연남동 빙굴빙굴빨래방' 후기 댓글에 아모르파티 초대 신청이 있었기 때문인데, 항공료나 숙박료를 지원해주지 않는 서포터즈 활동이라 두 개를 같이 감상할 여행 일정이 필요했다. 그래서 결국 휴남동과 아모르파티를 같이 보는 일정을 짜다 보니 그레이스와 가게 되었다. 또한, 연극 감상에 대한 제이콥의 의지가 그다지 크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되었다.
문제는 12월의 여행은 제이콥과 가는 것이 전부였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레이스와의 여행경비는 서울로 가는 비행 편을 끊는 것이 전부였다. 이런이런
갈 방법은 생겼지만, 그곳에서 머무는 동안의 여정비와 제주로 갈 때 비행 편이 없었다. 뾰족한 방법은 없었지만, 묘하게 마음이 평안했다.
기도하며 내린 결정은 메리 글래드 마스에 4인 가족 모두 가는 걸 내려놓고 그레이스와 제이콥 중 한 명만 가기로 했다. 그리고 폴도.
이러한 결정 가운데 그레이스와 제이콥은 찬성했고, 갈 사람을 정하는 방법은 이전에 해오던 가위바위보로는 안 될 것 같아 제비 뽑기를 하기로 결정했다. 방식은 그레이스와 제이콥이 각자의 이름을 적어오면 그 종이를 접어 그중 하나를 뽑고, 그 안에 적힌 이름의 사람이 가는 것이었다. 다만 종이를 뽑는 나는 준비를 하는 동안 종이나 글씨 등을 볼 수 없었고, 뽑을 때도 눈을 감는 것이 조건이었다.
각자 적어온 종이를 내 앞에 두었고 나는 눈을 감은 채로 두 장을 섞었다. 그리고 하나를 잡은 순간! 갑작스레 그레이스가 외쳤다. "엄마! 정말 그거 잡을 거야?"라고 말이다. 나는 순간, 번뜩 잠에서 깬 듯한 기분으로 "응?"이라고 말했고, 잠시 기도를 했다. 정말 주님의 뜻으로 갈 수 있는 사람이 적힌 종이를 뽑게 해달라고 말이다. 그런 뒤 다시 종이를 뽑았고 그 안에는 그레이스의 이름이 있었다.
제이콥은 처음에 뽑은 종이에 자신의 이름이 적혔는데 왜 바꿨냐며 툴툴댔고 그레이스는 그런 제이콥에게 "네 몫까지 잘 놀다 올게"라며 부아를 돋웠다.
그렇게 그레이스와 여행경비를 일부 충당하고, 제주로 가는 비행 편은 그동안 해외를 다니며 쌓인 폴의 마일리지를 가족합산제도를 통해 나와 그레이스에게 합친 뒤 끊었다. 그동안 타보고 싶던 국내선 비즈니스석을 타게 되어 국내 라운지도 다녀왔다. 문득 2023년도에 대한항공 모닝캄 회원이 되며 받았던 라운지 이용권이 생각났다. 해외로 나가며 국제선 라운지를 이용할 수 없을 것 같아 국내 여행을 다녀오던 중 그레이스에게 국내선 라운지라도 가보자고 제안했었는데, 그레이스는 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 라운지는 폴과 그레이스, 제이콥과 내가 일본으로 여행 갈 때 사용하기로 미리 이야기되었기에. 그렇게 아껴둔 라운지 이용권은 끝내 사용 못 했다. 그 해 내가 개복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국내선 라운지라도 이용했더라면 좋았겠다는 말을 넌지시 그레이스에게 종종 하곤 했지만, 나는 안다. 그것은 가족이 다같이 해외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 그레이스의 바램이었다는 것을.
무튼! 나는 모닝캄이 다시 돼 볼까 싶은 마음에 마일리지를 쌓는 중이다. 때로는 이번 서울 여정처럼 여행 경비가 없을 때는 가장 저렴하게 나온 대한항공의 28,000원 (유류비와 공항세 모두 포함) 항공권을 구입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런 저렴한 항공권은 탑승 카운트나 마일리지 적립 등에 미포함되어 모닝캄 승급에 영행을 미치지 못함)
epilogue
그렇게 메리 글래드 마스에 가지 못한 제이콥의 아쉬움은 배달 치킨과 다니고 있는 태권도장에서 진행한 뉴 스포츠 펀데이의 어묵을 먹으며 채운 즐거움으로 갈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