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라비 숙소, 안다만 브리즈로 가는 길

어찌 숙소까지 가는 길은 그리 멀고도 험했는가

by 글쓰는 여자

끄라비 국제공항에서 탑승한 차량은 용케도 모든 좌석을 채울 만큼 승객을 확보한 뒤 시내로 들어갔다.


내가 묵을 숙소까지 데려다주는 건 아니라서 가는 중간중간 승차한 사람들을 내려줄 때 나는 어디쯤 내릴까 하던 중 끄라비 내에서 알려진 여행지 중 하나인 백화점이 있는 시내의 한 지점에서 하차했다.


동네는 사람과 차량의 유입이 원활한 중심가였고 그곳에서 백화점 구경과 시장 안에서의 식사 뒤 마사지를 받았다. 잠깐 거세게 내리는 비를 피할 겸 들어갔던 마사지샵 안에서 배터리가 다 되어가는 핸드폰 충전까지 더불어 할 수 있어 유용했다.


숙소에서 먹을 과일까지 간단히 산 뒤 호객 행위를 하는 택시 기사에게 택시비를 물었다.


역시나 금액대가 높은 편이라 쏭테우를 타고 들어가기로 한 뒤 택시 기사에게 썽테우를 탈 수 있는 승차장을 물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은 일상이라는 듯 기꺼이 타는 곳을 알려주었고, 직사광선으로 내리쬐는 햇빛이 뜨거워 가게 앞에 쳐놓은 차광막 그늘 아래 몸을 가리며 언제 올지 모를 차를 기다렸다.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승차장 곁 가게 직원에게 언제쯤 차가 올런지 물어보니 그래도 엄연한 태국의 대중교통수단 중 하나라는 듯 쏭테우도 오가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 30분 정도 뒤면 올 거라고 알려줬다.


숙소로 가는 길에 읶던 이정표로 하늘 높이 날아오를 듯한 청새치의 모습이 이 여행지를 제대로 대변하듯 보여 인상적이었다



그의 말처럼 30분쯤 지나니 저 멀리 은색으로 빛나는 쏭테우가 보이기 시작했다.


몇몇의 사람을 태운 기사는 이미 무언가에 잔뜩 화가 난 승객 두 명과의 다툼이 있었지만, 승객이 더 이상 뭐라고 하지 않는 것으로 상황은 마무리되었고, 차는 5분 정도 정차하며 더 태울 손님을 기다리다 이내 출발했다.


나는 차에 타기 전, 기사에게 숙소 이름과 위치를 미리 캡처해 둔 사진을 통해 알려주었고 그는 흔쾌히 데려다줄 수 있다고 말했다.


버스에 비해 기사의 재량권 (?)이 폭넓게 발휘되는 편인 쏭테우는 원하는 목적지로 바로 가지 않거나 바가지요금을 씌우거나 목적지가 아닌 장소에 내려주기도 해 타고난 뒤에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그럼에도 처음 찾은 끄라비인지라 픽업 차량의 뻥 뚫린 짐칸에 앉아 차량이 움직이는 동안 주변을 구경하는 시간은 즐겁게 흐르고 있었다. 또한, 인도에서 온 남녀 부부와 각자 자신이 현재 살고 있는 거주지의 사진을 서로 보여주며 시간을 보내던 중 기사는 오르막 골목길 중 하나에 차를 댖 뒤 내게 다 왔다는 표현을 하며 내리라고 했다. 나는 호텔 건물이 어디 있는지 물었고 그는 어떠한 건물을 가리켰다. 아고다를 통해 한국에서 보고 온 외관과 달라 재차 확인하며 건물 앞 호텔 이름을 찾아보았지만, 호텔명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미심쩍은 마음이 들어 여기가 아닌 것 같다고 했지만 그는 서둘러 운전석 차문을 열며 맞다는 말만 남기고 황급히 출발했다.


아무래도 숙소가 아닌 듯싶은 마음에 주변을 다시 살피다가 해안가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가던 중 여행사가 보여 그 안으로 들어가 컴퓨터 앞에 앉은 여성 직원에게 숙소 위치를 물으니 그는 이것저것 찾아본 뒤 이곳이 안다만 브리즈가 아니라는 말을 해주었다. 일순간 나는 기사에게 속은 것을 깨달았다.


나는 침착하게 직원이 인터넷에서 찾은 지도를 확인하며 알려준 바대로 걷기 시작했고 가는 길은 참으로 멀어 슬금슬금 쏭테우를 찍은 사진을 찾아 번호판을 확인한 뒤 태국관광청에 이 상황을 신고하고 싶다는 마음이 꿈틀댔다. 드디어 사진첩 안에서 쏭테우 사진을 찾았지만, 문득 돌아본 아오낭 비치의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같은 풍경이 보였다. 그 풍광은 변연계를 자극해 뜨거운 열 앞에 얼음이 물같이 녹듯 나의 분노심을 녹여버렸다. 그래서 결국 그 상황은 ‘잘못 내려준 덕분에 이 아름다움 해변을 보게 되었구나 ‘라는 마음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하지만 이것이 쏭테우가 아무 데나 승객을 내려줘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승객이 이야기한 장소에 드랍 오프 해주는 건 당연지사 !)



메인 스트리트에서 오른쪽으로 꺽어 들어가면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고, 이 안에 숙소가 숨겨졌다


숙소와는 약 1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이 해안은 잔잔한 바다 위에 목조선이 떠있고 뿌리를 다 드러낸 고목이 모래 위로 수없이 이어진 독특한 풍경으로 다양한 국가에서 모인 이들을 품고 있었다. 낯선 이들과 이 아름다움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서로 간의 경계는 허물어졌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은 한없이 부드럽고 따스했다.


나는 해질 무렵 수면 위로 잔잔히 젖어 들어가는 햇살을 바라보며 가족에게 전화를 했고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설명하면서도 아오낭 비치의 소박한 듯 광활하고 이색적인 풍경을 보여주며 여행의 한 자락을 공유했다.


잠시 아오낭의 매력에 빠져 있던 나는 해가 저물기

전 숙소 도착이라는 미션을 스스로에게 부여한 뒤 호텔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걸어가는 중간, 밖으로 나와 섰는 음식점 주인에게 길을 재차 물으며 이동했다.


해변에서 숙소까지의 길이는 대략 1킬로미터 정도라 1박 2일로 뒷날 이른 아침부터 홍섬 패키지로 움직여야 했던 나는, 아직 길이 덜 든 슬리퍼에 쓸린 엄지발가락 피부의 쓰라림을 견디며 얼른 방 안으로 들어가 쉬고 싶었다.


어느덧 숙소가 나타날 지점쯤에 와 기쁜 마음이 들려던 찰나 주소 중 하나가 빠진 지점만 눈에 띄었다. 그래서 호텔로 연락해 위치를 물었고 안내해 주는 대로 길을 다시 걸었지만, 숙소가 아닌 고속도로와 같이 차량 통행만 가능한 길에 선 나를 보았다. 그곳은 마치 공항으로 향하는 고속도로 같아 보였고 더 이상 걸어가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 순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내게 무력감과 함께 두려움이 엄습하려 했다. 이미 해질 무렵이 된 상황이라 이러한 감정조차 허락할 수 없을 정도였지만, 두세 번의 통화 과정 가운데 대화가 통하지 않아 서로 난감한 지경에 이른 호텔 직원과의 연락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 상태라 다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런 뒤 온 길로 되돌아가기 시작했고 그러던 차에 십자가가 있는 교회가 보였다. 나는 마치 포근한 품에 안긴 아기와 같은 안정감에 눈물을 머금으며 교회 쪽으로 갔고, 그 앞에서 마음 안으로 밀려오는 평안 안에 머물며 잠시 기도했다. 그러자 차츰 마음은 안정을 되찾았고 숙소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생겨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호텔과 처음 전화했던 지점으로 갔다.


그곳에서 몸의 방향을 사선으로 트니 이전에 무심히 지나쳐 보이지 않던 길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런 길이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생소해 보이는 길을 향해 걸어가니 그렇게 헤매고 헤매며 찾고 싶던 안다만 브리즈가 눈앞에 나타났다.


“할렐루야!”


이 글자가 그렇게 반가울 줄이야 !



* 이 날, 숙소를 찾기 위해 걷던 도중 예약 사이트 아고다에서는 호텔 사정 상 부킹이 취소되었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잠시 뒤 잘못 보낸 메일이라는 메일을 다시 보내왔지만 이는 여행일정에 충분히 혼선을 일으킬 만한 요소였다. 요즘도 아고다는 가끔 예약이 완료되었다는 메일을 보낸 뒤 곧이어 예약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메일을 보내곤 한다. 이럴 경우 당황할 것 없이 아고다 고객센터로 문의하거나 숙소로 직접 연락을 취해 확인해 보시길! 다만, 아고다 예약 확정 내용이 숙소까지 들어가 컨펌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다. 그 시간은 대략 길다면, 한두 시간 정도이다.


* 끄라비에는 해안가 주변에 외관이 그럴싸해 보이는 숙소가 여럿 있는 편이다. (거리 상의 이점뿐 아니라 룸 컨디션이나 부대시설의 편리함 등으로 다음 방문 때는 저곳으로 예약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드는 호텔들을 포함한다) 그렇지만 내가 묵었던 호텔과는 3~4배 정도 가격 차를 보이기에 만약 다음번에도 이번 숙박료와 비슷한 수준이라면 안다만을 선택할 것 같다.


(숙박료 : 2023. 10. 11 ~ 2023. 10. 12 1박 기준 31,966원 - 2,955 캐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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