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닥 끝까지 내려갔다

다시 나를 선택하기까지, 아무도 대신해주지 않는 싸움

by 템즈강변의 태양


회사를 나오고 창업 2년 차였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날들이 있었다.


정말로, 아무것도.



노트북 화면 앞에 앉아도

어디에도 시선을 둘 수 없었고,

누구와도 대화를 이어가지 못했다.


집중은커녕,

고통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눈을 감고 다시 뜨지 않기를 바라는 아침이

며칠이고 반복되었다.



어느 밤에는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이 모든 것에 마침표를 찍고 싶다고.

살아 있음을, 멈추고 싶다고.



그만큼, 정말로 힘들었다.





일하고, 일하고, 또 일했다.

아무리 일해도 끝이 나지 않았다.


하나를 끝내면 또 다른 일이 밀려왔고,

하루를 버텨내면

다음 날이 더 무섭게 덮쳐왔다.



일은 멈추지 않았고,

나는 멈추지 못했다.



거울을 들여다볼 시간도,

앉아서 밥 한 끼를 먹을 여유도 없었다.

대충 김밥을 모니터 옆에 놓고 일하다가

결국 과장 봉지를 뜯어 끼니를 때우는 날들이

일상이 됐다.



매일 같이 잠을 줄이고,

미친 듯이 일했는데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나는 점점 '사람'이 아니라 '기능'처럼 되어갔다.



외모도, 정신도, 표정도, 말투도.


살은 쪘고,

체력은 바닥났고,

그에 따라 마음도 점점 흐려졌다.


몸의 근육도,

정신의 근육도,

존재를 지탱하던 마음의 근육도

하나둘 빠져나갔다.



하루에도 몇 번씩,

모든 걸 멈추고 싶다는 감정들이 나를 휩쓸었다.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돈이었다.


사업은 늘 '지금 당장' 필요한 지출과 마주했다.

예상치 못한 비용이 계속 생겼고,

나는 늘 그다음을 준비해야 했다.


하루 15시간 넘게 일했고,

밤을 꼬박 새운 날도 많았다.


그렇게 매일을 쏟아부었지만

돌아오는 건 '월급'이 아니었다.


매출이 생겨도

그 돈은 나를 지나쳐

협력사, 임대료, 세금, 다음 프로젝트로 흘러갔다.



나는 언제나 마지막 순서였다.

나 자신을 위한 비용은

한참 뒤에서야 떠올릴 수 있었다.



그때 처음 알게 됐다.

‘많이 일하면 내가 살아난다’는 공식이

항상 통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렇게 시간도, 체력도, 에너지도,

소진되어 갔다.





정말 모순이었다.


그 모순이,

그 무기력이,

매일 조금씩 나를 무너뜨리고 있었다.



불 꺼진 방 안,

나는 수없이 되뇌었다.



“다시 돌아갈까.”



창업은 이미 시작됐고,

나에겐 책임져야 할 생태계가 있었다.



선택해야 했다.





그 바닥에서

내가 유일하게 붙잡은 건 단 하나였다.



“나는 이렇게까지 해낸 사람이다.”



그 사실만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끝끝내 알게 되었다.

아무도 나를 일으켜주지 않는다는 것.


잔인한 현실이었지만,

그 진실이 나를 깨웠다.



결국은 내가,

나를 다시 선택하는 수밖에 없었다.





오늘도 나는,

그 선택을 반복하며 다시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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