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의 진심과 직장인의 불안이 마주칠 때
“내가 언제까지 회사에 다니겠어.”
그 말을 나에게 건넨 사람들이 있었다.
오랜 시간 회사에 몸담아온,
나와 비슷한 연차의 이들이었다.
그 말이 반가웠다.
나처럼 회사를 나와
자신만의 길을 찾으려는 사람들인가 싶었다.
꽤 많은 이들이 “차 한 잔 하자”라고 연락해 왔다.
나는 창업한 삶에 대해 이야기 나누려는 시간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곧, 그 말의 진짜 의미를 알아차렸다.
“언제까지 회사에 다니겠나.
이제는 좀 편하게 일하고 싶다.”
“당신 회사에서 나중에 일할 수 있을까?”
그들이 바랐던 건,
내가 창업한 회사의 자리를
잘 잡아 놓는 것이었다.
그리고 언젠가 그 자리에
자신들을 초대해 주길 바랐던 것.
직원이 아니라,
임원급으로.
자유롭게 출근하고,
필요할 땐 쉴 수 있는 자리.
하지만 나는
수차례 시행착오와 피봇팅을 거친 끝에
1인 기업의 길을 택했다.
직원도, 조직도 없이
나 자신을 시스템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그 변화 속에서 들려온 반응들.
“그거 한다면서 왜 다른 거 해?”
“혼자 살겠다는 거네?”
“지금 하는 거, 그게 사업이야?”
그제야 조금 더 분명히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내 선택을 응원했던 게 아니었다.
어쩌면, 자리를 마련해 줄 누군가로
나를 바라봤던 것일지도 모른다.
처음엔 서운했다. 조금은 놀랍기도 했다.
하지만 곧, 마음이 정리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들이 지금 얼마나 불안한 지도 느껴졌다.
회사에서의 시간이 줄어들고,
조직에서의 역할이 애매해지고,
다음 단계를 그리기 어려워지는 시기.
직장 생활의 경계가 흔들릴 때
창업이라는 낯선 길은
혼자 떠나기엔 너무 멀고 두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돌아보면 나 역시 기대한 게 있었다.
나와 비슷한 연차와 경력을 가진 이들이
복지나 워라밸보다,
함께 뛰며 사업을 키워줄 동료가 되어주길 바랐다.
정말 함께 만들어나갈 사람.
그 기대는 지금도 내 안에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의 기대였고,
현실은 창업자가 감내해야 할 일들로 가득했다.
사실,
“창업을 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요?”
라고 물었다면,
나는 아마 조심스럽게 말렸을지도 모른다.
“지금 견디고 있는 회사 생활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외롭고 고통스럽고 버거운 길이에요.”
그렇기에 나는 지금 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이 여정에 누군가를 태운다면,
그도 이 방식의 고통을
함께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나는 창업이라는 방향을 선택했고,
그들은 기대할 곳을 원했다.
그 기대는, 결국 맞지 않았다.
창업의 고통을 살아보지 않았다는 것.
혼자서 모든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감당하고,
시장에서 버티는 일이
얼마나 고된지 모른다.
그 길의 외로움과 불확실성은
밖에서 보기에는 ‘자유’처럼 보이지만,
안에서 견디기엔 ‘생존’에 가깝다.
그래서 창업한 사람은,
단순히 ‘일할 자리’나
‘편한 위치’를 원하는 사람과는 함께 갈 수 없다.
창업은
자리를 만들어주는 일이 아니라,
버티고 감당해 내는 사람끼리
서로를 증명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내 방향을 따라 걸으며
그 길을 견디고 있는 중이다.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기대’가 아닌 ‘각오’로 오는 사람이면 좋겠다.
언젠가,
같은 방향으로 걸어오고 있는 사람을 만나길
기다리며.
기대가 아닌 각오로,
나 역시 그런 동료가 될 수 있도록.
오늘도 내 자리를 단단히 지켜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