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나를 밀었다, 단단함이 남았다
가장 쪽팔렸던 순간은,
혼자 일한다는 사실을 드러내야 할 때였다.
제품을 다루는 제조업이다 보니,
회사 규모는 신뢰의 기준처럼 여겨졌다.
사무실 위치, 종업원 수 같은 항목들이
‘있어 보이는 회사’의 조건처럼 보였다.
여러 정부지원사업에 지원했고,
감사하게도 선정되며
다양한 행사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그중 하나는 해외 박람회 부스 참가였다.
회사소개서, 제품 리플렛, 부스 디자인,
무역 서류, 계약서 초안,
바이어 초대, 현장 대응 준비까지,
모든 걸 혼자 준비하던 시절.
박람회 시작 두 달쯤 전,
기관 담당자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몇 가지 기본 정보를 확인했다.
현지 바이어들과 관계자들에게
박람회 참가사를 소개하는 자료를 제작하는 중이라
회사 현황과 출품 제품 등을 체크한다고 했다.
물었다.
“네, 대표님, 하나만 더 여쭤볼게요.
직원은 몇 분이세요?”
“…저 혼자입니다.”
순간, 전화기 너머로 짧은 침묵이 흘렀다.
이어서 들려온 질문.
“그럼 박람회 부스를 혼자 지키시나요?”
“…네, 혼자 갑니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를 꾹 참고 대답했다.
뺨이 조금 뜨거워졌다.
그런데 돌아온 말은 이랬다.
“그럼 현지 무역관들에게 전달해 놓겠습니다.
현장에서 도움드릴게요.”
그 말 한마디에
쪽팔림은 결국,
내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었음을 알았다.
나는 왜
‘저 혼자 갑니다. 혹시 현장 지원이 가능할까요?’라고
밝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했을까.
도움을 청하는 것조차
작아지는 마음으로 감췄던 것이다.
사실, 많은 정부기관들은
창업자들이 혼자일 수 있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한국에서 전시회에 참가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점심을 못 먹거나
화장실도 뛰다시피 다녀와야 했지만,
‘혼자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었다.
어느 순간부터,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누군가
"어머, 되게 작은 구멍가게네?"
하는 눈빛을 보낼 때마다
나는 속으로 이렇게 되묻고 있었다.
“이봐, 당신은 이렇게까지 할 수 있어?”
기획부터 제품 생산, 브랜드, 디자인, 리플렛까지
모두 혼자 준비하고
현장에서 실제로 부스를 지키는 이 일.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내가 해낸 일의 양과 깊이를 되짚으며
조금씩 당당해졌다.
부끄러움은 점점 사라졌고,
그 자리에 단단함과 자신감이 들어섰다.
창업은
무수한 쪽팔림을 통과하며 나아가는 과정이었다.
명함을 내밀 때마다,
‘처음 듣는 회사’라며 어색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
“직원 없어요?”
“혼자 하시는 거예요?”
"이런 브랜드가 있는지 몰랐네요."
"이 지역에도 사무실이 있나요?"
그 말보다 더 많은 걸 전하는 공기 속 뉘앙스.
나는 그 속에서
계속해서 나를 밀었다.
계속했고, 견뎠고, 버텼다.
쪽팔림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고,
계속함은 나를 살아 있게 만들었다.
“있어 보여야 기회가 온다”라고 많이들 말했다.
하지만 나는 이제 이렇게 말한다.
없는 걸 있어 보이려 하지 말자.
있어도 있어 보이려 애쓰지 말자.
지금의 내 상태,
내가 내는 말투와 태도가
모든 걸 말해준다.
나는 완벽하지 않다.
종종 당황하고, 실수하고, 움찔한다.
그런데 예전과는 다르다.
쪽팔림이 와도, 기죽지 않는다.
하루하루 답답함이 몰려와도, 계속해간다.
계속 나아간 사람만이 결국 얻게 되는 것이 있다는 걸,
몸으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게 지금, 1인 기업으로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