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잃을 게 없다고 느꼈을 때

내가 성장했음을 알았다

by 템즈강변의 태양

더 이상 잃을 게 없다고 느꼈을 때

"이제는 더 이상 잃을 게 없다"


이 생각이 들었던 시기였다.



계약은 무산됐고,

계좌엔 잔액이 바닥을 쳤고,

공들였던 정부지원사업은 최종 탈락했다.

몸과 마음도 한계에 다다랐다.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침묵이

내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니.”



자괴감이 덮쳤다.




이 상황을 “괜찮다”라고 부를 수 없었다.



“이제는 진짜 끝인가”




기회를 기다릴 체력도

마음을 다잡을 정신도

이미 바닥난 뒤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느 날 문득, 이 모든 것이

조금은 덜 무섭게 느껴졌다.



정말 잃을 게 없다고 느끼는 그 순간,

문득 ‘나 자신’이 또렷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바닥인데도,

나는 아직도 여기에 있다.”




그때 알았다.



내가 지키고 있었던 건

사업도, 사람도, 결과도 아니었다.



그 모든 걸 잃고도 남은,

내 안의 어떤 ‘힘’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흔들렸을 상황이었다.


사람의 말 한마디에 휘청이고,

돈이 끊기면 끝났다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었을 나.



하지만 이번에는,

휘둘리지 않았다.



절망은 있었지만,

낭떠러지 앞이었지만,

혼자였지만,



아무것도 없는 그 자리에서

나는 나를 다시 세우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잃었다고 여겼던 것들은

사실,


내가 붙잡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나를 붙잡고 있던 것들이었다.



외부의 기준,

타인의 시선,

나도 모르게 쌓아왔던 기대와 허상.



그것들이 무너지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제는 잃을 것도 없다.

그러니, 더 이상 두려울 것도 없다.”




그리고 보게 되었다.


성장은 무언가를 더 가지는 게 아니라,

무너졌을 때

사라지지 않는 나를 확인하는 과정이라는 걸.



가장 낮은 곳까지 내려갔기에

비로소 내 밑바닥을 볼 수 있었다.



그곳에는

내가 끝까지 지켜야 할 단 하나의 기준,

내가 진심으로 붙잡고 싶은 삶이 있었다.





이제는 무너지지 않겠다는 오기보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평온이 있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감각은

오히려 나를 자유롭게 만들었다.



그때 나는

모든 것을 잃은 줄 알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순간,

나는 나를 얻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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