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올린 건 무게가 아니라 나였다

감정은 약해지고, 근육은 강해졌다

by 템즈강변의 태양


그때 나는,

멍하게 쉬는 시간을 없애고 싶었다.

생각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생각은 꼬리를 물고,

일어나지도 않을 상상으로

불안을 몰고 왔다.



그래서 빡빡한 스케줄로 나를 채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게를 들기 시작했다.



피곤한 하루의 끝,

늦은 밤 헬스장에 간다.


세상 누구와도

말 섞고 싶지 않았던 날들,

가장 조용한 쇳덩이 앞에 서서

혼자 무게를 들었다.



처음엔 5kg 덤벨도 버거웠다.

팔과 다리가 부들부들 흔들렸다.



매일,

조금씩 무게를 늘렸다.

감정은 여전히 복잡했고,

머릿속은 여전히 시끄러웠지만.

내 정신은 점점 고요해졌다.





근육을 만들기 시작했다.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더 무겁지 않으면,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더 고통을 견디지 않으면,

근육은 생기지 않는다.


매일 같은 시간,

정해진 숫자를 채웠다.

들어 올릴 힘이 다 빠졌다고 느낄 때

그 순간 하나를 더 했다.



식단도 바꿨다.

습관처럼 먹던 과자를 끊었다.

스트레스를 이유로 꺼냈던 간식을 멈췄다.

대신 단백질 파우더로 직접 만든 그레놀라를 먹었다.



어제보다 무거운 쇳덩이를 들어 올릴 때마다,

잊고 싶은 기억들까지 함께 들어 올려지는 것 같았다.


육체의 고통을 견디는 동안,

사고도 달라졌다.

의지와 체력도 함께 길러졌다.



짜증 나도, 우울해도, 불안해도,

무게를 들어 올리는 고통을 견디고 나면

평온이 찾아왔다.





모든 중심은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나,

조금 더 무게를 견딜 수 있는 나,

그 반복과 지루함을 매일 해내는 나로 향했다.


그 매일을 버티는 루틴 속에서

스스로에게 존중이 생겼다.



회사도,

관계도,

미래도,

감정도,

무게를 달 수 없던 것들이었지만,


쇳덩이를 들어 올릴 때마다

나의 성장과 회복은 눈으로 보였다.



그러면서 감정이 약해졌다.



예민하고 복잡했던 감정의 결이

점점 무뎌졌다.

사소한 일에 덜 흔들렸다.





무게를 들고 있다.



무게가 나를 끌어당기는 만큼,

나는 더 단단히 서는 법을 배웠다.


그 무게는 단지 근육을 키운 것이 아니라,

나를 버티는 힘을 키워준 것이었다.



오늘도

어제보다 더 무거운 무게를 들기 위해

같은 시간, 같은 공간으로 향한다.




감정은 약해졌지만,

나는 더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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