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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인 Feb 07. 2024

오프라인 슈퍼가 살아나는 이유는?

자동차 도시에도 슈퍼마켓이 필요한 이유

"애들 보내고 레(REWE)에서 만날까요?"

"좋아요. 시간 되시는 다른 분들도 오세요."


8년 전 독일에 살 때 유치원 엄마들을 만나는 장소는 유치원 앞 슈퍼마켓이었다. 널찍한 주차공간을 제공하는 독일의 슈퍼마켓 REWE 입구에는 베이커리 겸 카페가 있었다. 커피맛은 인상적이지 않았지만 저렴한 가격에 커피 한잔과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특별한 약속을 하지 않아도, 아이들을 유치원에 내려주고 슈퍼에서 장을 보다 아는 지인을 마주치면 함께 커피를 마시며 마냥 좋을 것만 같지만 막상 헛헛한 독일 생활의 외로움잠시나마 달랠 수 있었다. 유치원에서 속상한 일이 있었던 때도, 잠깐 커피타임이 필요할 때도 특별한 약속 없이 부담 없이 만날 수 있었던 곳도 슈퍼 옆 카페였다.


미국 최대 마트 월마트는 최근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고 있다.


온라인으로 충분히 원하는 것을 살 수 있는데, 왜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는 것일까?


기술에 반대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얼마 전 배민마트를 이용하고 깜짝 놀랐다. 쿠팡 후레쉬만 있는지 알지, 배민에서 신선식품을 집 앞까지 배달해 주고, 배민마트가 집 근처에 있다는 사실도 몰랐기 때문이다. 신규고객에게 많은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었기에 1회 이용해 봤고, 앞으로 다시 이용하겠냐는 질문에는 ''다.


제주에서 서울로 이사 오면서 제주에 없었던 온갖 온라인 식품 배송서비스에 놀랬다. 제주에서 온라인으로 받을 수 있는 마트서비스는 고작 3대 마트(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정도였다.  온라인마트는 생수, 쌀 같은 무거운 상품을 구입할 때만 이용했고, 대부분 집 앞 동네 슈퍼를 애용했다. 동네슈퍼에서만 파는 신선식품 광어회, 방어회도 훌륭했고, 제주산 흑돼지, 한라봉 등 제주만의 로컬푸드를 살 수 있는 곳이었다.


서울에 올라와서는 마켓컬리의 샛별배송, 이마트의 새벽배송, 현대백화점 식품관의 식품배달서비스, 농협 하나로 온라인 배송서비스 얼마 전의 배민의 슈퍼, 쿠팡 후레시, 홈플러스 슈퍼배송, 정육각의 신선식품배송까지 이용해 봤다.  이 모든 새로운 서비스는 이용해 보지 못한 서비스에 대한 호기심과 신규 고객들을 위한 쿠폰 발행 때문이다. 이러한 서비스를 다시 이용할 것이라고 물어본다면 역시 ""다. 이런 최첨단 식품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기보다는 오프라인 쇼핑을 이용하는 선호하는 다음과 같다.


1. 포장재로 인한 쓰레기 문제

온라인 쇼핑의 행태상 과도한 포장재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단 한 개의 상품을 배송하기 위해서 아이스팩, 보냉팩, 비닐, 박스까지 엄청난 양의 재활용 쓰레기가 나온다. 지구를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과 재활용 쓰레기를 처리하는 수고까지 있다.


2. 배달 오토바이

걸어 다니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배달 오토바이를 혐오한다. 교통 신호를 어기는 것은 기본이고, 보행로를 점유하는 오토바이, 길거리에서 흡연을 일삼는 기사님들을 보면 '배달 서비스를 최대한 적게 이용해야겠구나' 하는 마음이 든다.


3. 상품의 단순함

온라인 쇼핑의 한계는 다양한 상품을 갖추기 어렵다는 데 있다. 모든 상품을 갖춰놓더라도 한 페이지에서 식품을 보여줄 수 있고, 수량의 한계도 있다. 온라인으로만 식품을 쇼핑하다 보면 오프라인 슈퍼에 가서 다양한 상품에 놀랠 수밖에 없다.


4. 로컬 푸드

제철 음식, 지역에서 난 식재료를 구입하는데 오프라인이 유리하다. 그 지역의 재래시장에 가면 그 지역에서 나는 식재료를 구입할 수 있다. 제주에서는 오일장이라는 재래시장이 제주 곳곳에서 열린다. 그곳에서 살 수 있는 온갖 로컬푸드가 가득하다. 생전 처음 보는 생선, 다양한 반찬, 여러 과일을 볼 수 있다. 태안의 재래시장에 갔을 때 커다란 바지락이 정말 싼 가격이라 놀랬다. 인생 처음으로 감태도 사봤다. 이처럼 그 지역에서만 나는 로컬 푸드는 오프라인에서만 살 수 있다. 온라인에서는 생전 처음 보는 식재료를 검색할 수도 없고, 알게 되더라도 생소한 식품의 구매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5. 먹거리

재래시장에는 항상 떡볶이집이 있다. 장 보면서 맛보는 떡볶이와 어묵의 맛을 포기할 수 없다. 이마트, 롯데마트조차도 푸드코트가 있어서 간단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독일의 슈퍼에서도 간단한 커피를 맛볼 수 있었던 것 과 같은 이유다.


6. 저렴한 가격

최근 시장 등지에 가면 몇 가지 과일, 채소만 갖추고 최자가에 판매하는 과일집들이 있다. 이러한 가게들은 온라인보다 훨씬 저렴하다. 재래시장에 가보더라도 채소 가격이 정말 저렴한 것을 볼 수 있다.





미국에서도 월마트 오프라인 매장이 늘어나고 있고 이마트도 신규매장을 늘린다고 한다. 이처럼 오프라인에서 쇼핑을 하고자 하는 사람의 원초적인 본능은 사라질 수 없다. 온라인 배송이 늘어날수록 오프라인 매장 서비스도 진화한다. 앞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대결에서 쉽게 온라인이 이긴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이다.


자동차 도시일수록 동네의 접점이 되는 앵커스토어가 필요하다. 자동차를 주차하고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살아가는데 필요한 생필품을 사는 곳이 슈퍼마켓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없이 생활하기 어려웠던 독일의 소도시 삶에서 슈퍼마켓이 소중했던 기억을 소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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