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입학 통지서를 받은 다음날 중학교 교복을 맞추러 갔다. 학교에서 교복을 맞추는 것이 아닌 학교에서 지정된 교복상점에서 구입을 하는데, 서울의 경우 전액 입학지원금으로 교복과 체육복을 구입할 수 있다.
근데 학교에서 받은 교복 안내문이 이상하다.
맨투맨, 바지 또는 치마 1벌, 후드티, 기모 후드티
"교복이 없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셔츠, 조끼. 재킷, 넥타이, 리본이 하나도 없었고, 맨투맨, 후드티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어느 학교는 교복이 예쁘다는데'를 논할 수도 없이 생활복이 교복인 것이다. 교복이면 당근에서 물려받고, 입학금으로 받는 제로페이는 다른 곳에 쓰려고 했는데, 맨투맨이나 후드는 1년만 입어도 낡을 것 같아 모두 다 새로 사기로 했다.
네이버 예약으로 예약해 둔 교복 업체를 찾는다. 예약을 해둔 교복집은 예약과 상관없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옆 학교 아이들은 셔츠, 조끼, 재킷을 입는다고 탈의실을 들락날락하느라 바쁜데 생활복이 교복인 아이는 그 자리에서 입은 옷 위에 맨투맨도 입어보고, 후드티도 입는다.
실용적이지만 내심 예쁜 교복을 기대했던 아이는 조금 실망한 눈치다. 가뜩이나 어제 입학할 중학교에 갔더니 학교가 실내 공사로 교무실이 컨테이너박스로 운영되고 있다고 했는데, 교복까지 예쁘지 않다니...
돌이켜보면 중고등학교 교복은 참 불편했다. 흰색 셔츠는 다려 입지 않으면 후줄근해 보였다. 다림질을 싫어하시고, 하지 않는 엄마를 둔 덕분에 아빠가 손수 다림질을 해주시기도 했지만, 직접 교복을 다림질하다가 손이나 팔을 디옇던 적이 몇 번이나 있다.
전통적인 명문으로 불렸던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에는 교실 난방이 잘 되지 않은 데다가 교복까지 얇아서, 항상 소매 안에 두 손을 넣고 내시나 내시처럼 지내야만 했다. 치마 교복은 책상에 앉을 때도 다리를 마음대로 벌리고 앉기 불편해서 다리를 꼬거나 담요로 덮어야 했던 기억도 있는데, 이제 여학생들도 바지 교복을 입을 수 있으니 생활복으로 바뀐 교복은 젠더리스다.
다려 입고 속히 환히 비쳐 불편했던 셔츠는 카리티셔츠나 맨투맨으로 바뀌었고, 앉을 때마다 불편하고 추운 겨울을 더 춥게 만들었던 교복 치마대신 교복 바지가 있으니 이보다 더 편할 수 없다. 근데 이 학교를 다니는 중학생들을 지난 1년간 관찰한 결과 편한 생활복보다 더 편한 체육복을 대부분 입고 다닌다.
개성, 다양성이 중요한 시대에 교복이 없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겠지만 교복 대신 편리성을 겸비한 생활복에 찬성한다. 브랜드에 민감한 나이, 인스타그램이나 sns를 통해서 명품 브랜드를 쉽고 많이 접할 나이에 평소에 입는 온이라도 학교 생활복으로 통일된다면 옷 브랜드로 자존감이 떨어지고, 사람을 평가하는 일도 적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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