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우리 그럼 이제 초졸이야?
"우와"
큰 아이의 초등학교 졸업식날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는 아이들은 아쉬움 두 스푼, 설렘 한 스푼, 떨림 반 스푼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어제, 2월 7일은 6년간 다녔던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날이었다.
6년 전 남편의 손을 잡고 빨간 코트를 입고 학교를 가던 아이는 이제 검정패딩에 매직을 한 머리를 풀어헤친 6학년이 되었다. 앳되고 풋풋하고 설렘이 가득하던 어린 시절이 끝나고 이제는 중학생이 된 것이다.
사실 아이는 지금 졸업한 초등학교를 단 2년밖에 다니지 않고 졸업했다. 지난 4년간 제주도에 내려가서 생활하면서 2곳의 제주도 초등학교를 다녔고, 1학년때 다녔던 서울의 초등학교로 다시 전학을 와서 졸업을 하게 된 것이다. 2년밖에 다니지 않은 학교지만, 1학년때 친하게 지냈던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이 있어서 졸업식이 낯설지만은 않았다.
작고 귀여웠던 아이들이 초등학교 6학년이 되니 어른에 가까운 모습을 띠면서도, 어린 시절의 귀여웠던 모습이 살짝 보여서 그 마저도 정겹다.
처음 6학년에 전학 와서, 4년간 보지 못했던 친구들 사이에서 어울리는 것을 어색해했던 아이는 어느새 1년간 같은 반 친구들과 우정과 추억을 쌓으며 완벽히 적응하고 무사히 초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 그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지난가을에는 모르는 전화번호로 전화가 왔는데 받지 못했고, 이어서 아이의 담임선생님께서 문자를 보내신 것을 볼 수 있었다.
"통화 가능하세요?"
"네, 언제든지 통화가능합니다. 편하실 때 전화 주세요."
"안녕하세요. 00이 담임선생님입니다. 최근에 00 이가 학교 생활이 재미없다고 하고, 주말만 기다려진다고 하고요. 생각 쓰기나 일기 쓰기를 하면 그런 감정을 많이 표출하는 것 같아서 염려가 되어 전화드렸습니다."
"네... 집에서는 별일이 없었고, 저한테도 특별히 얘기한 것은 없었어요."
갑자기 하게 된 담임선생님의 통화에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모든 것을 솔직히 다 담임선생님께 말할 수는 없었다. 사실 아이는 그때 학교 생활이 재미없다고 하고, 학교 가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다.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자신의 마음대로 학급의 운영규칙을 바꾸는 선생님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열심히 조별활동에 참여하는데도 그것을 알아주지 않는 친구들에게 섭섭한 마음이 컸다.
그래서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열심히 노력해도 성과가 없는 학교생활에 비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주말을 기다렸고, 주말을 즐겼다. 그러한 마음이 학교에서 쓰는 글에 담겼는지, 담임선생님께서 친히 전화 연락을 주셨던 것이다.
그 당시에도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심각한 상황까지는 아니었어다. 돌이켜보니 그렇게 아이를 신경 써주시는 선생님께 고마운 마음을 느낀다. 아무래도 전학생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관심을 갖고 계셨고, 여러 아이들이 함께 있는 반의 특성상 모든 점에서 아이들 모두를 맞춰주시기 어려워기 때문에 아이는 나름대로 섭섭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반에서 운영되는 학급활동에 부여되는 포인트를 반에서 가장 많이 모은 아이는 학교생활에서 성실함과 꾸준히 노력함을 수치로 인정받게 되었다. 학교생활에서 기른 끈기, 그릿(Grit)이 학교성적보다도 인생을 살아가는데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울, 제주의 한국의 공립초등학교를 보내면서 100% 만족한 것은 아니다. 더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해 주기 위해서 사립학교나 국제학교를 보내고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매해 최선을 다해서 아이들을 케어해 주시는 선생님들을 만났고, 그에 맞춰서 아이도 적극적으로 성실하게 학교 생활에 참여했고, 학교 동아리 활동, 영재학급 참여와 같은 학교 내 과외활동도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도 지역, 성별에 상관없이 다양한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서 갈등도 해결하고, 그룹을 지어서 놀고, 찐 친구들을 만들 기회를 준 것에 대해서 고맙다.
힘든 순간도 있었겠지만 엄마에게 기쁨, 괴로움, 서운함, 화난 기분을 미주알고주알 공유해 준 아이에게 가장 고맙다. 그동안 수고 많았고, 앞으로 지금처럼 해나간다면 빛나는 중학교 생활을 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초등학교 졸업을 정말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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