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루는 철사에 털실을 감은 것으로 초등학교 때 한 번쯤은 공작시간에 써봤던 재료이다. 이 털실철사를 구부려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인형을 쉽게 만들 수 있다. 기존에는뜨개질이나 바느질로 인형을 만들 수 있었다면, 모루 인형은 털실철사를 감아서 비교적 쉽게 인형을 만들 수 있다. 모루의 종류도 복슬복슬한 복슬 모루, 푸들 모루, 부들부들한 밍크모로 등으로 다양하고, 흰색, 검정, 초록, 핑크 등 총 천연색의 여러 가지 색깔이 있다. 거기에다가 눈, 코는 원하는 크기와 색깔 모양으로 붙이면 단 몇 분 만에 나만의 인형이 완성되는 것이다.
인형을 만드는 것에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진짜 모루인형 만들기는 이제 시작이다. 완성한 인형에 모자, 안경, 선글라스, 목도리 같은 액세서리부터 니트, 후드티, 셔츠, 치마, 바지 등의 옷까지 입혀야 진짜 모루 인형 만들기가 끝나는 것이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도 각종 모루 인형 재료를 판매한다. 스마트스토어 ‘라라숑 스토어’의 모루인형 부자재 상품에 달린 리뷰수만 해도 10,466이다. 만건이 넘는 리뷰수만 해도, 모루인형 만들기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모루 인형 만들기를 검색하면, 스마트스토어 재료구입 팁과 함께 동대문 종합시장이 나온다. 이 같은 모루인형의 인기 때문에 최근 초등학생들에게 핫한 곳은 스타필드수원, 더현대서울이 아닌 동대문종합상가 5층이다. 아이들은 모든기성품을 갖춰놓은 쇼핑몰보다 만들기 재료가 가득한 동대문을 가고 싶어 한다. 동대문 종합상가에는 건물은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모든 부자재들이 갖춰져 있지만, 특히 5층은 액세서리 부자재 전문층이다. 이곳에는 모루인형 만들기에 필요한 모루, 눈, 코, 입 장신구, 옷과 수천 가지 액세서리까지 모든 것이 갖춰져 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원래 다른 액세서리 부자재를 팔던 가게들도 모루인형 재료를 파는 것을 볼 수 있다. 동대문 종합상가 5층은 모루인형 좀 한다는 초등학생들과 그들의 부모님과 MZ세대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열 살, 열두 살 딸들도 지난겨울방학에가고 싶었던 곳이 동대문이었다. 집에서 버스를 타고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그곳을 한번 방문으로는 아쉬워 방학에만 총 2회 방문했다. 인터넷으로 구입할 수 없었던 모루인형 부자재를 마음껏 구경하고, 원하는 것을 조금씩 구입했다. 그렇게 구입해 온 재료들은 유튜브를 통해서 만드는 방법을 배우고, 만든 모루인형은 사진을 찍어 친구들과 공유하고 서로 자신이 만든 모루인형이 귀엽다고 자랑하며 놀기 바쁘다. 처음에는 반 여자아이들 한, 두 명이 만들더니 이제 대부분의 여자아이들이 하는 취미활동으로 퍼졌다.
이처럼 알파세대로 불리는 아이들은 직접 자신의 인형을 만들어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인형을 가지고 논다. 인형을 가지고 노는 것보다도 자신의 고유한 창작물을 만드는데 더 재미를 느낀다.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취미활동도 애니메이션 ‘월레스 앤 그로밋’에 나오는 강아지 그로밋인형에 옷을 입혀서 꾸미는 것이다. 인기 있는 소품샵에서는 그로밋을 위한 옷과 장신구를 판매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게 꾸민 그로밋은 SNS상에서 공유되고, 내가 원하는 옷을 직접 뜨개질로 만들기도 하고, 판매로 이어지기도 한다. 가방에 열쇠고리를 달고 다닌 것이 유행이 되면서, 자신의 열쇠고리의 인형을 모루로 직접 만들기도 하고, 기존 인형에 원하는 옷을 입히는 것이다.
최근 팝업스토어는 온라인의 웹소설, 웹툰을 현실화한 굿즈샵들로 인기이다. 온라인에서 본 콘텐츠의 세계관을 오프라인에서 체험하는 것이다. 이제 그런 팬들은 체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자신이 그러한 세계관을 현실의 상품으로 만들며 적용하고 있다.
모루 인형을 만들며 노는 아이들, 동대문 시장에서 직접 재료를 사러 가는 아이들의 세상에서 모두가 만들며 창작자가 되는 미래를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