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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인 Feb 21. 2024

열세 살의 생일파티

중학생도 생일파티를 한다고?

"소율이는 생일을 맞아 친구들과 고기 뷔페에 가려로 했다."


예비 중학생 딸이 푸는 수학 문제집에 나오는 일차부등식의 활용에 나오는 문제의 일부다. 문제집은 나름대로 정확히 현실 반영을 하고 있다.


이번주 월요일 생일을 맞은 딸은 지난 주말부터 생일 주간을 보냈다. 토요일에는 일요일에 하루 내내 놀기 위해서 수학학원 레벨테스트를 마치고 오후 내 수학과 영어공부를 했다. 그 과정에서 쌓인 분노로 수학문제집 몇 장이 찢겨나가는 불상사가 생기며 생일 이틀전날이 끝났다.


생일 전날인 일요일에는 월요일에 지방 근무로 집에 없을 남편과 함께 생일파티를 하기 위해 생일상을 차렸다. 일요일 아침 무거운 눈꺼풀을 추켜올리며 전날 사놓은 LA갈비를 오븐에 굽고, 호박고지나물을 하고, 차돌박이 미역국으로 엄마의 정성이 듬뿍 담긴 생일상을 차렸다. 오전에 방문하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함께 생일케이크의 초까지 끄며 함께 열세 살 생일을 미리 축하해 줬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중학생이 되기 전까지 함께 키워주신 친정부모님도 첫 손녀의 성장을 함께 축하해 주시며 이만큼 아이가 성장했다는 기쁨과 너무 일찍 커버린 데에 대한 아쉬움을 공유했다.


그 이후에는 남편의 새로운 근무지인 충주로 향했다. 배정받은 사택을 함께 청소하고, 친정엄마와 함께 충주호 가는 길에 있는 아이가 고대하던 고기뷔페식당으로 향했다. 돼지갈비와 삼겹살, 최근에 제일 좋아하는 닭갈비를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는 뷔페식당이다. 서울에 있는 식당에 비해 새로 오픈한 지점이라 깔끔하고 깨끗한 공간과 친절한 서비스에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쳤다. 우리 네 가족만 먹은 게 아니라 평소 먹성이 좋으신 친정엄마가 함께하니 배가 부른 줄도 모르고 너무나 맛있게 먹었다.


충주에서 서울로 돌아온 지난 월요일은 드디어 생일 당일이었다. 이미 생일상도 차려주고, 아이가 원하는 외식도 했으니 딱히 더 해줄 일은 없었지만, 엄마 마음에 조금 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해주고 싶었다.


급히 네이버지도를 뒤적하다가 인근의 고양이 카페를 발견했다. 태국 치앙마이 여행 중에도 그렇게 가고 싶어 하던 고양이 카페였는데 한국에서도 갈 수 있으니 담에 가자고 미뤄났던 곳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을 채근해 옷을 입히고, 강남역으로 향했다. 마침 도착한 시간이 점심이라 어쩔 수 없이 외식을 또 해야 했다. 런치코스로 만족스럽게 초밥을 먹고 향한 곳은 바로 기대하던 고양이 카페.


무인으로 입장권을 계산하고 2천 원을 더해 고양이들이 좋아한다는 츄르도 구입했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가니 십여 마리의 고양이가 누워서 자기도 하고 여기저기 탐색하는 진풍경이 있었다.


고양이카페의 고양이들은 유기묘들로 태어날 때부터 한쪽 눈이 없는 고양이도 있고, 다리가 불편한 친구도 있었다. 그래도 우리에게 다가오는 고양이의 이마를 쓰다듬어봤다. 포근하고 푹신한 털의 느낌과 따스한 온기가 손으로 전해졌다. 작지만 사랑스럽고 귀엽지만 조심스러운 고양이가 그렇게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고양이들도 성격이 다 다른데 사람들이 터치하는 것을 싫어하는 친구도 있고, '무릎냥이'로 불리며 사람들의 무릎 위에서 쿨쿨 잠을 자는 녀석도 있었다. 아이들은 고양이를 무릎에 앉히기 위해서 열심히 이마를 쓰다듬고 마사지도 해줬지만 결국 유치하는 데는 실패했다.




짧은 고양이카페 방문을 끝으로 열세 살 생일파티가 드디어 끝이 났다. 1,2월이 생일인 딸들을 둔 덕분에 올해 아이들이 생일파티가 벌써 끝이 난 것이다. 사춘기의 시작인 열세 살,  부모와 가족들과 함께한 생일파티가 진부하고 식상하기보다는 자신을 진짜 아껴주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낸 행복한 추억을 쌓은 시간들로 기억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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