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중학생의 취미는?
코바늘 뜨기 기술을 획득했습니다.
처음은 아니었다. 13살 딸이 코바늘을 잡기 시작한 것은 일 년이 넘었지만 본격적으로 코바늘로 형체를 띈 무언가를 만들어낸 것은 이번 봄방학이 시작이다.
처음 무엇을 배우는 데는 유튜브로도 시작할 수 있지만, 코바늘 뜨기는 유튜브로 배우는 데는 진입장벽이 높았다. 유튜브 썸네일만 보면 친절한 설명과 초보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수준의 속도로 단 몇십 분 만에 근사한 무언가를 뜰 수 있다고 나오는데, 막상 몇 분 지나고 보면 당최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어서 영상을 끄고 뜨개질을 중도에 그만두는 일이 몇 번이나 있었다.
하지만 이번 겨울방학은 달랐다. 대학교친구가 코바늘 뜨기에 재미를 붙여서 스마트스토어에 팔 정도로 실력을 갖고 있는데, 그 친구가 고맙게도 아이들에게 먼저 코바늘 뜨기로 가방 만드는 것을 가르쳐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준비물은 코바늘 가방 뜨기에 적합한 실과 뜨개질을 꼭 하고 싶다는 마음뿐. 친구네 집에 도착하니 가방 도안과 실에 적합한 코바늘, 단수링까지 준비해 놓았다.
"자, 내가 처음에 매직링 만드는 것부터 가르쳐줄게"
손으로 동그라미를 만들고 가장 기초인 사슬 뜨기란 것을 하고 나니 하나의 줄이 생겼다. 줄에 하나씩 코를 만들어가며 기둥을 세운다. 친구는 초등학생 둘을 한꺼번에 가르치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도 침착하고 친절하게 인내심이나 평정심을 잃지 않고 아이들에게 코바늘 뜨기를 가르쳐준다.
열 살 둘째는 혼자 하기가 쉽지 않은지, 자꾸 친구에게 도움을 청한다. 본인이 뜬 게 반, 친구가 뜬 게 반이다. 3~4시간을 꼼짝 않고 코바늘 뜨기를 한 결과 아이들의 인생 최초로 멋진 손뜨개 가방이 완성되었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내가 한코 한코 엮어만든 내 인생 최초의 가방. 세상에 단 하나뿐인 창조물이 탄생한 순간이다.
친구에게 코바늘을 배운 후, 높았던 코바늘 뜨기의 천 허들을 넘을 수 있었다. 그제야 불가능으로만 느껴졌던 유튜브보고 가방 뜨기도 완수했다. 자세히 보면 허점이 보이지만 멀리서 보면 귀엽고 화사해 다가올 봄과 어울리는 가방이다.
아이는 요새 틈만 나면 코바늘과 털실을 잡고 무언가 창조해 낸다. 직접 만든 모루인형에 씌울 베레모와 가방이 작품 중 일부이다. 중국직구로 비슷한 상품을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고 하지만, 내가 직접 아름다운 무언가를 만드는 즐거움은 값으로 매길 수 없다. 그래서 손과 눈에서 실과 바늘을 놓을 수가 없는 모양이다.
길었던 겨울방학과 지난하게 이어지던 봄방학이 끝나가서 아쉽지만 그래도 방학 동안 뜨개질이라는 창조적인 취미를 가질 수 있게 되어 알찬 시간을 보내왔구나 하는 안도감을 가진다.
"이번 봄 방학에는 무슨 기술을 배우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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