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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인 Oct 22. 2023

마흔 살의 글쓰기수업

마감일이 나의 영감의 원천


일주일에 두 번

매주 화요일, 목요일 글쓰기 수업을 받으러 동네 문화센터로 향한다.


첫 아이를 낳아 키우던 동네 근처에 문화센터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아이와 함께 음감 수업을 들었고, 아이가 커서 어린이집 다닐 무렵에는 줌바, 벨리댄스 수업을 들었던 그곳이다.


이제 문화센터 수업을 다니는 것은 아니고 문화재단에서 에세이를 쓰고 싶은 수강생을 모집하는 클래스에 참여하는 것이다. 클래스 결과물은 구청에서 발행하는 화보에 실린다고 하니, Isbn이 달린 책보다는 조금 가볍지만, 책자로 발행된다는 측면에서는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8회로 구성된 첫날에는 직접 출판을 한 작가님의 특강을 들었다. 이십 대 때 췌장암으로 엄마를 잃고, 엄마와의 예쁜 추억을 곱게 포장해 떠나보내기 위해 글을 쓰고, 책으로 만들어 펴냈다. 작가님은 글을 쓰는 또 다른 목적을 ‘환기’라고 했다.


퀴퀴하고 음침한 지하 방 안에 갇혀있는 친구가 있다면 무엇부터 해주고 싶은가? 나라면 역시 방의 모든 창문을 여는 일부터 시작할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창문부터 여는 평소 습관이 반영된 부분이다. 작가님 역시 책을 쓰며 본인 자신이 환기가 되었고, 환기부터 시작해서 다른 긍정적인 일들로 연결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에게 글쓰기는 무엇일까?


나에게 글쓰기는 나와의 대화이다.


평생 깊은 생각이라고는 해보지 않고 살아온 나에게 무엇가를 일을 겪고 이를 나만의 언어로 정리하고, 좀 더 글을 잘 쓰기 위해서 기억을 더듬고 정보를 찾는 모든 과정이 나와의 대화인 것이다. 나와의 대화를 통해서 다른 사람과 하는 대화와 마찬가지로 나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대화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고, 깨달음도 얻을 수 있다. 


글쓰기 수업을 들었던 처음의 기억은 초등학교 시절 글쓰기 교실을 다녔던 때이다. 그때 여러 가지 글쓰기 기술을 배웠지만 지금 생각나는 것은 ‘간결하게 쓰는 것’이다. 장항 하게 많은 표현이나 생각, 문장을 다 한 문장에 쑤셔 넣어 쓰지 말고 깔끔하게 한 문장씩 쓰라는 것이었다. 그 외에도 많은 부분을 배워 글쓰기에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던 소중한 수업이었다. 내가 받았던 무수하게 많은 사교육 중에서 도움을 줬던 몇 안 되는 수업 중 하나이다.


이번에 듣는 에세이 수업은 4명이 한 명의 독립출판물 작가님과 글을 써나가는 과정으로 소수정예에, 결코 묻어갈 수 없는 수업이라는 특징이 있다. 그 덕분에 의지가 약한 나도 수업의 도움을 받아가며 다시 글을 쓰고, 나와의 대화를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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