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살았던 제주를 떠나면서
처음 제주에 내려가서 살기를 결심하면서 우리 가족이 제주에서 보낸 시간은 정해져 있었다.
만 4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었다. 살 기간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제주에서의 삶은 항상 시한부처럼 느껴졌다. 특히 제주 입도 4년 차인 마지막 해에는 매 순간 매초가 간절하고 애절하게 다가왔다. “이 벚꽃이 제주에서 보는 마지막 벚꽃이겠지, 제주에서 보내는 6월은 내 인생에서 마지막일 거야, 제주에 오더라도 7, 8월이나 겨울 방학에 올 테니까.”
이별이 정해진 만남이 더 애틋하고 짜릿하듯이 정해진 시간이 있었던 제주에서 삶이 그랬다. 제주 사람들은 한 달 살기 하는 사람들이 제주를 제일 잘 알고 잘 돌아다니고, 그다음이 여행객들이라고 했다. 너무 흔해서 소중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또는 항상 그 자리에 있기 때문에 언제나 갈 수 있고 경험할 수 있어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가족의 제주에서의 삶은 정해진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일분일초도 흘려보낼 수 없었다. 집에서 아무 목적 없이 쉬는 것도 좋았겠지만, 오름으로, 산으로, 올레길로 발길을 재촉했다. 그 많은 관광지를 갔지만, 딱 한 곳만을 꼽아서 좋았던 곳을 추천하라면 사실 어느 곳을 먼저 얘기할지 망설여진다.
겨울철 눈 돌리면 지겹게 보이던 귤나무, 아침에 창문을 열면 코와 가슴을 뻥 뚫어줬던 한라산의 맑은 공기, 힘차게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던 친구들의 목소리 일상에서 느꼈던 소중한 순간들이 열심히 다녔던 제주의 유명한 관광지보다 더 그립고 보고 싶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추억들을 떠올리면 애절한 마음을 감추기 어렵다.
이 모든 제주의 기쁨들을 뒤로하고 서울로 온 이유는 역시 내가 자라온 동네와 가족이다. 부모님, 형제자매 하나 없는 제주도에서 평생을 살 수는 없는 노력이었다. 그래도 제주에서 보냈던 시간이 정말 특별하고 소중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