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무료 학부모 수업이었는데, 학교에서 주최하는 교육은 되도록 참석하자 주의기 때문에 오랜만에 학교를 찾은 것입니다. 첫째 아이가 1학년일 때에는 코로나 전이기도 하고, 이러한 오프라인 행사가 많았습니다. 그중에서 그때는 유행하기도 전이었던 mbti 수업이 인상에 깊습니다.
이번에 진행한 수업은 행복한 엄마가 행복한 아이를 만든다는 다소 모호한 주제였습니다. 그래도 이 세상에 무익한 교육이 없듯이 몇 가지 포인트를 배웠습니다. 엄마의 행복이라는 주제로 약간의 뇌과학 영역도 설명해 주셨는데 인간의 습성, 부모의 습성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습니다. 흥미로웠던 사실은 엄마도 이기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아이를 키울 때도 부모 편한 데로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다 너 생각해서 그러는 거야"라고 말할 때도 있지만, 실상은 부모가 못 이룬 꿈을 아이가 이뤘으면 하는 마음이라던지, 놀아주기나 집에서 케어하기가 힘드니 외부에 맡기는 경우도 그런 예시입니다.
저또한 평소에 엄마가 편한 것이 가족이 편한 것이라는 개똥철학 아래 집안일이나 다른 일은 최소로 하고 할 수 있는 일에 있는 모아둔 에너지를 투여하는 편입니다. 청소, 빨래보다는 아이들케어와 요리에 주력하는 편인데, 주력하는 분야에서도 잘 해내는 것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렇게 이기적인 엄마인 제가 7년째 아이와 꾸준히 지키고 있는 습관이 있습니다.
바로 줄넘기입니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 일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인 된 첫째 아이는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왔는데 엄청나게 화가 난 상태였습니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니 무용실에 가서 다 같이 줄넘기를 했는데, 자기와 다른 친구 한 명만 줄넘기를 못하고 나머지 친구들은 줄넘기를 몇 개씩 넘을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무용실 싫어, 다시는 안 갈 거야. 줄넘기도 너무 싫어"
화가 잔뜩 난 아이를 데리고 그 길로 아파트 놀이터로 향했습니다. 함께 줄넘기를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쉬운 줄넘기가 왜 안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순간 선배맘들이 얘기하던 초등학교 가기 전에 꼭 해야 할 3가지가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1. 딸기 꼭지 혼자 따기
2. 우유팩 혼자 뜯기
3. 줄넘기 배우기
초보 학부형이었던 저는 줄넘기의 중요성을 무시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태권도 학원, 영어 학원에서 줄넘기를 배웠던 친구들은 줄넘기를 능수능란하게 할 수 있었을 뿐 만 아니라, 쌩쌩이라고 불리는 이중 뛰기까지 할 수 있는 친구들도 많았습니다.그런 상황에서 저와 함께 줄넘기를 배우려니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습니다.
급한 마음에 유튜브를 틀어 줄넘기 배우는 법에 나오는 영상을 틀고 함께 시도했는데, 상황은 더욱 나빠지기만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교육은 필수입니다. 엄마와 함께, 유튜브로 했는데도 도저히 나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사교육이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겠죠.
그 길로 집 근처에서 가능한 줄넘기 배우는 곳을 찾았습니다. 우스개 소리로 "요새애들은 줄넘기 학원도 다닌데"라는 말을 들어왔는데 제가 그 줄넘기 학원의 문을 두드리게 된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집 근처에는 학원이 아닌 수련관과 주민센터, 학교 방과 후 수업에 줄넘기 수업이 개설되어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집 근처 청소년수련관에서 줄넘기 수업을 듣게 되었습니다. 경험이 많았던 줄넘기 선생님과 수업을 들으니 단체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줄넘기를 금방 한개 이상 뛸 수 있게 되었고, 한 개는 열개로, 백개로 늘었습니다.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았던 쌩쌩이도 한 개를 성공하더니 곧 다섯 개에서 열개로 늘었습니다.
줄넘기의 중요성을 한번 깨달은 이후로는 줄넘기를 배울 수 있는 기회라면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학교 방과 후 줄넘기 수업에 대기로 신청했다가 여석이 나서 수업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이후에는 서울에서 제주도로 이사 가며 줄넘기 수업을 계속하기가 힘들었지만, 태권도를 들으면서 줄넘기 실력을 이어가고, 초등학교 줄넘기클럽에도 가입해 단체대회에도 참가했습니다.
제주도에 처음 이사 갔을 때에는 운동을 잘하지 못해서 학교에서 진행한 신체검사에서 과체중으로 판명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때부터 줄넘기를 수업이 아닌 엄마와 함께 하는 운동으로 습관을 들였습니다. 그전에는 가끔 하던 줄넘기 연습을 매일 저녁 하는 루틴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매일밤 줄넘기는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중학교 1학년이 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줄넘기처럼 편안 운동이 없습니다. 줄넘기와 운동화만 있다면 다른 특별한 장비나 공간이 필요 없습니다. 또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할 수 있는 운동입니다. 아파트 필로티 공간이 있다면 비가 오거나 눈이 와도 문제가 없습니다. 너무 추운 날이라면 지하 주차장에서도 줄넘기를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매일 100개씩 했던 줄넘기를 이제는 매일 2천 개씩하고 있습니다. 100개에서 누적이 되다 보니 500개에서 1천 개로 이제는 2천 개가 되었습니다. 물론 너무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에는 조금씩 쉬어 가기는 했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줄넘기하는 습관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중학생이 되어서는 줄넘기를 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중학생이 돼서 시간이 없어지다 보니 특별히 주중에 운동할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 만큼 줄넘기라도 하게 되었습니다.
며칠 전 저녁에는 특별히 평소에 2천 개보다 1천 개를 더 늘린 3천 개를 했습니다. 사실 시간으로 따지면 1천 개를 하는데 7분밖에 걸리지 않으니 2천 개를 해도 14분, 3천 개를 한다고 해도 21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옷을 갈아입고 나갈 준비를 하는 시간이 5분 이상 걸리니 2천 개 하나 3천 개 하나 시간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줄넘기 2천 개와 함께 더불어 이중 뛰기를 도전하고 있는 데 성공하면 하는 횟수를 하나씩 늘려가는 방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오늘 해야 할 목표는 이중 뛰기 75개와 줄넘기 3천 개가 되었습니다. 평소보다 1천 개를 더 하게 된 까닭은 내일 예정되어 있는 키, 몸무게를 재는 신체검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체중이 많이 신경 쓰이는 나이다 보니 급하게 다이어트를 해야 했고, 평소보다 1천 개를 더 뛸 이유가 충분했던 것입니다.
줄넘기를 하러 나가기 직전부터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어제처럼 필로티에서 줄넘기하면 돼요."
먼저 이렇게 이야기한 아이와 함께 10시가 넘은 시간이지만 줄넘기를 들고 밖으로 향합니다.
'백, 2백... 천... 이천,,, 삼천'
오늘 도전한 목표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이제 이중 뛰기를 할 차례
'하나, 둘, 오십, 육십, 칠십오'
한 번도 걸리지 않고 이중 뛰기 75개에 성공합니다.
아이가 줄넘기를 할 때 엄마인 저는 무엇을 할까요?
아이가 몇 개를 뛰는지 마치 필라테스 선생님처럼 개수를 세주기는 하지만, 옆에서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운동인 스쾃를 열심히 합니다. 너무 힘들 때는 줄넘기하는 주변을 몇 바퀴라로 속보로 걸어 다니기도 합니다.
부모도 부모 편한 대로 아이를 키운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라도 내 몸이 피곤하고 귀찮더라도 아이를 위해 꼭 희생해야 할 무언가는 필요합니다. 아이는 부모가 귀찮아도 해낸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그런 경험을 씨앗으로 세상을 힘차게 살아갈 그릿을 키워갑니다.
그동안 7년간 함께 온 무수히 많은 줄넘기 시간들이 오늘의 줄넘기 3천 개의 결과를 이뤄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