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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인 May 04. 2024

삼수하는 중학생

열 살에 해리포터 원서 읽어도 대치동 영어학원은 넘. 사. 벽

대치동에는 3대 영어학원이 있다. 중, 고등학교 이후에는 이마저도 영어공부를 하는 목적에 따라 다양해지기는 하지만, 초등학생 엄마들 사이에서는 국룰처럼 수년째 받아들여지는 3대 영어학원이 엄연히 존재한다.


어린 시절 해리포터를 즐겨 읽으며 영어 좀 해봤다는 첫째 딸도 초등학교 6학년 때 제주도에서 서울로 돌아오며, 소위 말하는 대치동 3대 영어학원 레벨 테스트에 호기롭게 지원했다. 솔직히 말하면 3대 학원에도 2,3곳 시험을 더 쳐봤다.


과연 그렇다면 레벨 테스트 결과는 어땠을까?


영어유치원 출신은 아니었어도 영어를 꾸준히 듣고 읽어왔던 시간이 헛되지는 않았었는지, 결론적으로 3대 영어학원 중 2곳은 합격했고, 1곳은 떨어졌다.


대치동의 소위 말하는 이름난 영어학원은 들어가고 싶다고 들어가는 시스템이 아닌 영어의 주요 영역을 다룬 어려운 영어시험을 통과하고 마지막에 영어 스피킹 테스트를 통해 합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쟁은 처음 영어학원을 들어가는 7세 때 가장 치열하고,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생이 될수록 경쟁이 약해진다. 그런 까닭은 이미 영어 유치원, 초등학생 저학년 때  많은 영어 교육과 노출로 인해서 초등학교 고학년 이전에 이미 영어를 마친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학교 시절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오고, 영어로 수업하는 대학원을 졸업한 마흔이 넘은 나에게도 영어공부는 영원한 숙제이기에, 열 살 남짓한 나이에 영어를 끝낸다는 게 가능할지 많은 의심이 들기는 하지만 통상 영어를 조기에 끝내고 수학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대치권역에서 만큼은 상당히 보편적이다.


제주도에서 5년의 초등학교 시절 보냈던 첫째는 운 좋게도 선행학습 분위기에서 벗어나 즐거운 행복한 추억을 쌓았지만 대치동의 영어학원 시스템 없이도 3대 영어학원 중에 2개 학원의 레벨 테스트에 합격함으로써 영어를 어느 정도는 한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합격까지 못한 3대 영어학원 중에 한 곳이 발목을 잡고 있다. 서울에 올라온 이후 1년 동안 2번에 걸쳐서 레벨 테스트에 도전했지만, 한 번은 라이팅 점수에 과락이 나와서 1차에 떨어졌고, 그다음에는 지필고사에는 붙었지만 영어로 의견을 발표하는 토론에서 떨어져 최종 시험에는 불합격했다.


그 영어 학원의 3번째 레벨 테스트를 오늘 다시 도전한다. 중학생이 대치동 영어학원의 레벨테스트에 삼수를 하다니 어떻게 보면 우스운 상황이지만, 합격한 학생의 어머니의 경험에 따르면 3,4번 레벨 테스트를 보는 경우가 흔하다고 해서 어려운 시험인 만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신경쟁이 심한 대치권역에서는 웬만한 대학을 들어가기 위해서 재수, 삼수는 기본이라는 말이 있는데, 영어학원을 삼수하는 개인적인 사례를 돌아보니 그 말에 충분히 수긍이 간다.

 

작년 대치동 수학학원 레벨 테스트 당일에 올린 글, <일요일 대치동 스타벅스의 풍경>이 브런치에 올린 모든 글 가운데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것을 보니 레벨 테스트를 보는 자녀를 보필하는 엄마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만큼, 진정성 있는 글이 나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https://brunch.co.kr/@borongi/109

#대치동 #영어학원 #중학생 #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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