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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인 Jan 22. 2024

일요일 대치동 스타벅스의 풍경

스터디카페인가 커뮤니티 공간인가

은마아파트 사거리로 불리는 대치동 학원 중심가는 일요일에도 잠들지 않는다.



검은색 패딩에, 검은색 배낭을 멘 중, 고생들이 길을 채우고, 학원을 채우고, 스타벅스에서 인강을 듣거나 자습을 하며 공부를 한다. 평일이나 토요일에도 자동차와 학생들로 붐비는 이곳은 일요일 하루 쉬어가지 않는다. 예비 중학생의 손을 이끌고 일요일 대치동으로 향한 이유는 단 하나, 수학학원 입학 테스트를 보기 위해서다.


예비 중학생이자 현 6학년이 본 대형 수학학원의 입학 테스트 범위는 중 1-1, 중 2-1이다. 이 수학학원의 진도는 선행진도의 마지 노선으로 다른 학원에 진도에 비하면 느리기도 한참 느린 편이다. 대치동 인근 초등학생 6학년의 수학선행 진도 기준이 체감상 평균 3년인 것에 비하면 그렇다.


수학학원 한번 다니지 않고 집에서 문제집과 인강으로 수학 선행을 한 우리 집 예비 중학생은 이번 겨울방학 내내 이 레벨테스트를 보기 위해서 중학교 2학년 1학기 수학 진도를 모두 마치기 위해서 고군분투했다. 학기중과 다르게 수학 인강 수업을 많이 듣고, 혼자 문제집을 풀며 수학 학습시간을 대폭 늘렸다. 물론 이번 겨울방학 내내 수학과의 시간을 보낸 것은 아니다. 일주일간 치앙마이 여행도 다녀왔고, 모루인형 만들기 재료를 사기 위해 동대문 시장도 가봤고, 대부도에 가서 겨울바다도 구경하고, 친구들과 디즈니에서 새로 나온 영화 <위시>도 보았고, 키즈카페도 다녀왔다.


방학을 맞아 특별히 운동 수업도 추가했다. 겨울방학 특강 농구수업을 들으며 아침 8시부터 몸을 움직였고, 새롭게 복싱 수업도 시작해서 거의 빠지지 않고 복싱을 배우면서 땀을 흘리고 운동했다.


이 모든 여행, 새로운 배움에도 불구하고, 겨울방학 개학을 3일 앞둔 수학학원 레벨테스트를 앞두고 스트레스와 불만이 곪아 터졌다. 폭발한 분출물은 부정적인 말과 눈물이 되었다.


"방학인데 하나도 못 놀았어."

"수학학원 레벨 테스트 보기 싫어"

"중학교 가서 수학 다 망하지 모."

"수학 공부하느라 일기도 하나도 못 쓰고, 치앙마이 여행기도 다 못썼어"


이렇게 힘들 바에야 집에서 인강 들으며 혼자 하던 수학공부를 학원이나 과외 선생님과 하는 게 어떻냐고 회유도 해본다.

"학원 가서도 열심히 안 하면 어떡할 건데"

라는 말도 대응한다. 수학학원에 채 가기도 전에 수학학원은 싫고, 집에서 하는 수학 공부 시간도 고통, 괴로움, 좌절, 고난, 시련, 실패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으니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이다.


레벨 테스트 당일 일요일 오전, 급하게 오답 노트를 해보지만 결국 진도의 반도 못 끝내고 시험장에 아이를 넣어주고 옆의 스타벅스에서 시간을 보낸다.


스타벅스의 고객들은 대부분 학생으로, 초등학생도 나름대로 문제집을 풀고, 중고생도 인강을 듣거나 자습을 하며 학습에 열을 올린다. 비좁은 공간, 다른 스타벅스보다 턱 없이 쾌적함이 부족한 이곳은 오며 가는 대치동 키즈와 그들의 부모들로 앉을자리 없이 문정성시를 이룬다.


무엇을 위하여 이 시간에 이들은 이렇게 열중할까? 조금은 나은 미래, 수월한 밥벌이를 위해 공부를 하기도, 부모의 강요와 압박에 못 이겨 공부하는 척할 수도 있겠지만, 본인이 정말 이루고 싶은 꿈과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이들도 있겠다.


그러고 보면, 일요일 오전, 대치동으로 아이의 손을 이끌고 올 것이 아니라, 함께 가야 할, 아이가 이루고 싶은 목표를 가리키는 손가락이 되어야 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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