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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인 Jan 24. 2024

겨울방학이 끝나니 쌀통도 바닥을 드러낸다

엄마의 인내심도 바닥, 체력도 바닥

오랜만에 아침 등교 준비로 분주하다. 약 한 달간의 겨울 방학이 끝난 것이다.


물론 2주만 학교를 다닌 후에는 다시 봄방학을 맞이하지만, 그래도 지난했던 방학이 끝이 난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오늘부터 개학이지만, 엄마에게는 오늘부터 방학인 셈이다. 그동안 가지 못했던 오전 필라테스 수업을 예약해 놓음으로써 엄마의 2주간의 방학이 시작이다.



엄마에게 겨울방학이 가장 힘든 점은 밥이다. 오죽하면 방학이 돌밥이라는 말이 있을까? 한국의 공교육이 많이 무너졌다고 하지만, 매일 다른 메뉴로 최상의 영양소 배합을 생각해서 만든 학교 급식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하고 싶다. 건나물, 채소 반찬처럼 건강에 좋지만 집에서 하기에 수고스러운 음식도 학교 급식에서는 제공되고, 동지에는 팥죽처럼 24 절기 먹어야 하는 제철 음식을 주는 것도 학교급식이기 때문이다.


평소보다 점심 한 끼 추가하는 것이 뭐가 그리 어렵냐고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겨울방학이 끝나니 우리 집 쌀통도 바닥을 드러냈다. 10kg짜리 큰 김치통 하나에 쌀을 담아서 먹는데, 그 큰 통 하나가 겨울 방학기 끝나가니 텅 비었다. 엄마 혼자서 먹던 점심 식사에 아이 둘을 추가하니 이토록 쌀 소비량이 증가한 것이다.


방학을 시작하기 전에 열심히 집밥을 해주겠다고 결심한 것도 아니다. 방학에는 '1일 1 외식'이라는 원칙을 세워 최대한 실천하려고 노력했는데, 생각보다 집밥을 많이 해주고 묵은쌀을 다 먹게 되어 이제는 햅쌀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이번 겨울방학을 보내면서 한 가지 체득한 기술이 있다. 바로 '블루베리 머핀'만들기. 블루베리 머핀을 만들게 된 경위는 다음과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작년에 펴낸 소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보게 되면, 소설의 주인공이 카페에 가서 꼭 시키는 메뉴가 하나 있다. 바로 블루베리 머핀. 커피와 함께 먹는 블루베리 머핀을 먹는 장면이 몇 번이나 나오니, 블루베리 머핀을 너무나도 먹고 싶어 졌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읽을 예정이라면 블루베리 머핀을 준비해서, 책을 읽으면서 먹으라는 조언도 있으니, 이런 생각이 나만의 생각은 아닌 듯하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완독하고 나서 인터넷으로 블루베리 머핀을 만들 때 필요한 재료를 잔뜩 주문했다. 블루베리, 버터, 박력분, 설탕 등 다른 베이킹에 비해서 적은 재료와 크게 수고스럽지 않은 노력으로도 블루베리 머핀은 만들 수 있었다. 한 차례 성공 이후, 더 완벽한 블루베리머핀을 완성하기 위해서, 3~4차례 더 머핀을 만들었다. 겨울 방학을 맞아 아이들 간식거리라는 좋은 핑계로, 베이킹을 실습하고, 습작품을 아이들에게 홈메이드간식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서 제공했다. 물론 아이들인 2~3번 블루베리 머핀을 먹은 후, 질려버려서 이제 블루베리 머핀이라는 얘기만 들어도 귀와 입을 닫고 있다.  

이번 겨울 방학에는 아이들이 지겹도록 감기를 달고 살았다. 기침, 콧물의 무한 반복으로 동네 이비인후과를 몇 번이나 방문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원래 계획했던 중학교 입학 전 예방접종을 하나도 하지 못했다. 기침 콧물이 떨어져야, 좋은 컨디션에서 예방접종을 할 수 있는데, 좀처럼 그런 기회를 갖지 못했던 것이다. 아무래도 봄방학으로 예방접종은 넘겨야겠다.




긴 겨울방학이 끝날 때쯤, 방학 내내 멀쩡했던 나의 건강에도 적신호가 들어왔다. 평소 왕성한 식욕과 엄청난 소화력을 자랑하던 사람이 급체를 해서 하루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저녁에 먹었던 것을 아침에 게워내는 상황이 된 것이다. '긴 병에 장사 없다'는 말처럼 '긴 방학에 장사 없다'.


그동안 긴 겨울 방학을 고생한 돌밥 동지님들께 수고했다는 인사를 남기며, 오늘부터 2주간의 엄마의 겨울 방학을 즐기기 위해 바삐 움직여야겠다. 드디어 어린이들의 방학 끝! 엄마의 방학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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