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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인 Jan 26. 2024

열한 살 생일 파티를 준비하며

내년부터는 집 밖에서

늦은 밤, 내일 있을 생일파티를 준비 중이다.


내일 열한 시에는 11살 둘째의 생일파티가 있다. 작년 2월에 제주에서 올라온 지 일 년 남짓한 시간 아이들은, 다시 돌아온 서울 생활에 적응해서 그럭저럭 지내고 있다. 4학년에 같은 반 친구들과도 친해져 몇몇 아이들과는 돈독한 사이로 발전했다. 그래도 아직 집에 초대해서 함께 논 친구들은 많지 않았다.


엄마로서 몇 주 전부터, 생일파티를 할 건지 물어봤다.


"생일 파티 할 거야?"

"음... 글쎄 생각해 볼게요."


며칠 후, 또 물어봤다.

"생일파티 어떻게 할 거야?"

"음..."

"초대하고 싶은 친구들 있지? 친구들한테 1월 27일 토요일에 시간 되는지 물어봐바. 그래서 된다 그러면 하면 되겠다."

"그게 좋겠네요."


그렇게 해서 총 3명의 친한 친구들이 모두 참석 가능하다는 회신을 보내왔고, 생일파티를 열게 된 것이다.


막상 생일파티를 한다고 생각하니 신경 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왜 굳이 아이를 부추겨서 친구들을 불러서 생일파티를 한다고 했는지, 후회가 막심하다. 우선 파티에 앞서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1. 음식

2. 생일 케이크

3. 생일파티 꾸미기

4. 아이들과 함께할 활동 정하기

5. 친구들 픽업과 드롭

6. 집안 청소


6가지 중에 3번을 미리 하기로 했다. 몇 주 전 마트에서 구입한 풍선세트와 오늘 다이소에서 추가로 사 온 파티커튼을 꺼냈는데 생각보다 일거리가 많다.


파티커튼은 상품설명서에 사진과 다르게 막상 거실 유리에 붙이니 볼썽사납고, 오히려 안 붙인 것보다 더 초라하고 과상 망측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붙이다가 몇 조각이 떨어지고 찢겼다. 파티커튼이 아니라 탈모성 커튼이 되고 있다. 결국 파티장소인 식탁 위 벽에 붙였더니 이 또한 이상하다. 다 떼어서 버리고 싶었지만, 함께 작업하던 남편의 아이디어로 부엌입구에 다시 붙이는 방법에 성공했다.


두 번째로는 HAPPY BIRTHDAY 메시지가 담긴 가랜드이다. 노란색 데이지 꽃을 테마로 한 예쁜 가랜드는 수공예로 끈에 하나하나 일일이 구멍에 끈을 끼워야 한다. 겨우 꿰매어서 끈이 꼬이지 않게 정돈하고, 간격도 일정하게 맞췄다.  겨우 가랜드를 완성하고 옆에 붙은 풍선까지 붙이니 완성이다. 근데 붙이려고 막상 보니 BIRTHDAY 가 아니라 BIRTHDYA로 Y와 A가 바뀌었다. 다 된 밥에 재 빠뜨릴뻔했다.


마지막으로 스탠딩풍선을 만들기로 했다. 풍선 여섯 개를 불어서 각각 풍선 깎지에 끼우고, 스탠딩 판에 풍선을 꼽는데 마치 퍼즐 퍼즐 한 조각을 맞추듯이 앞에 풍선은 낮은 높이로 뒤에는 중간 높이로 정성껏 높이와 알맞은 문양의 풍선을 꼭 맞게 선택해 키운다.


'휴우'


이 모든 어려움 끝에 드디어 내일 생일파티 준비를 위한 장식이 끝이 났다. 6가지 준비 중에 겨우 1가지만 맞췄는데도 이렇게 지치다니, 마흔이 넘어가서 체력이 떨어져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벌써 힘이 든다.


어린 시절 4학년 생일파티가 생각이 난다. 엄마는 정성껏 김밥, 잡채, 떡볶이 같은 음식도 해주시고, 치킨, 과일도 사다가 상다리 부러지는 잔칫상을 해주셨다. 그 시절 딸의 생일파티를 위해 힘든 점 하나내색 없이 정성껏 딸의 기쁨을 위해 노력하신 엄마의 노고가 새삼 감사해진다. '역시 자식을 키워봐야 철이 든다'더니, 아직 딸 둘을 십여 년 넘게 키우면서 철이 든 것 같지는 않지만, 이럴 때에는 엄마의 마음도 조금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다.




제주에서 올라와서 낯선 서울 생활에 적응해 준 딸들에게도 고맙다. 일 년 남짓한 시간 동안 같은 반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 정말 좋아하는 친구들과 생일파티를 하게 된다니 흐뭇한 마음이다.


하지만 생일파티 준비에 이미 모든 정성을 쏟았기 때문에, 내일 파티 음식은 아웃소싱으로 해결해야겠다. 부디 내일 하루가 먼 훗날, 즐거운 열한 살 생일 파티로 기억되기를 희망하면서 어서 글을 마치고 떨어진 풍선을 붙이러 가야겠다.


#생일파티 #열한살 #생일축하해 #글루틴 #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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