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중학생의 연희동 투어
연희동 vs 성수동
휴일을 앞두고 중학생 딸은 일찌감치 놀 계획을 세우느라 바빴다.
놀이공원 세 곳을 줄 세우고 어디를 갈까 고민에 빠졌다.
"롯데월드를 갈까?"
"에버랜드를 갈까?"
"서울랜드를 갈까?"
"놀이공원 사람 너무 많아서 몇 개 타지도 못하고 올걸."
엄마의 초치는 소리에 놀이 공원을 포기한 아이는 어디론가 놀러 가고 싶다고 했다.
"성수동 갈래? 거기는 힙한 팝업 스토어가 많아.
갑자기 방에 있던 초등학교 5학년 둘째가 상장을 받을 때 갖고 있었던 상장 커버 안 옵젵상가 종이봉투를 가져왔다.
옵젵상가는 연희동 사러가 쇼핑센터 2층에 위치한 작가가 만든 와펜을 판매하는 편집숍으로, 지난번 연희동 투어를 갔을 때 함께하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귀여운 와펜 2개씩을 사 왔고, 다음에 연희동 같이 가서 원하는 거 직접 골라라는 말을 새겨들었던 아이는 와펜이 담겨있던 귀여운 봉투를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
"여기 가고 싶어요."
"그럼 연희동 갈래? 연희동은 뜨개 복합 문화공간, 와펜 편집숍, 북마크 기획전 여는 독립서점, 엽서 도서관도 있어."
"난 성수동 가고 싶은데... 알았어요. 연희동 가요."
내켜하지 않는 첫째의 손을 이끌고 연희동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연희동은 차로 가는 것보다 대중교통으로 가는 게 부담이 적어 버스를 한 번 갈아타고 가기로 했다.
꼬박 1시간 여가 걸리는 버스 탑승을 마치고 연희동 인근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서도 5분 이상은 걸어가야 하는 연희동은 가까운 지하철역도 없는 동네지만, 휴일 오후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활기를 띤다.
버스 정류장 인근 큰 길가에는 갈빗집, 콩나물국밥집처럼 어느 동네 상권에나 볼 수 있는 음식점이 즐비하지만, 연희동의 진가는 연희로 11가길 골목에 들어서면서부터 발휘된다.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저층 주택이 골목길 양쪽에 자리 잡고 있고 언덕아래 길이 한눈에 보이는데, 좁은 길에 생각보다 사람이 많음에 놀라고 자세히 살펴보면 개성 있는 카페, 디저트숍, 일본 가정식 식당이 있어 두 눈이 즐겁다.
이제부터 연희동 투어의 시작이다.
연희동이 언제 시작되었고, 매력이 무엇인지에 대한 엄마의 설명은 아이의 귓가를 스치고 지나가는 게 보이고, 동네에 대한 백 마디 설명보다 직접 보여주기로 결심한다.
연희동을 처음 간다면 단연코 먼저 가야 할 곳은 '사러가 쇼핑센터'지만, 가는 동선상에 있는 '바늘이야기 연희점'에 먼저 들른다.
'여기는 안 좋아하고 못 배기겠지.'
지난겨울방학 뜨개질에 푹 빠져있던 아이를 위해 준비한 투어의 시작은 뜨개복합문화공간 바늘이야기로 뜨개질에 대한 모든 용품을 갖추고 있는 곳이다. 뜨개 유튜버 1위인 김대리의 동영상으로 뜨개질해본 적이 있는 아이에게도 익숙한 곳이다.
매장 가운데는 유튜버에서만 보던 뜨개 가방, 뜨개 스웨터의 실물이 전시되어 있었다. 온라인에서 온갖 화려한 영상을 볼 수 있어도, 실제 작품을 눈으로 보고 만져볼 수 있는 오프라인의 기쁨을 대체할 수는 없다. 인천의 유명한 신포국제시장을 갔을 때도 그 지역의 오래된 뜨개방에 실을 사러 갔는데 마구 쌓인 뜨개실, 뜨개질로 만든 예쁜 가방들과 그 사이의 cctv가 섞여서 혼돈의 도가니 그 자체였던 경험이 소환됐다.
정갈하게 정리된 바늘 이야기를 보면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해야 하는 뜨개질과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사춘기를 왔다 갔다 하는 중학생 딸이 그래서 연희동을 좋아했을까?
<대치동 중학생의 연희동 투어 2>에서 이어집니다.
#연희동 #바늘이야기 #중학생 #사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