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인 Dec 21. 2023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준비는 끝내셨나요?

크리스마스카드와 트리

그 시절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의례 하던 행사가 있었다. 바로 크리스마스카드 만들기.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문구점에는 크리스마스 카드 만들기 세트와 각종 크리스마스카드를 진열대에 꽃아 두었다. 학교를 오가며 문구점을 지날 때마다 카드를 만들고 싶은 마음은 한껏 부풀어 올랐다.


학교에서 카드를 만들기도 했지만, 고등학교 때는 당신 친한 친구집에서 크리스마스 카드를 함께 만들었다. 카드 만들기에 적합한 두꺼운 종이, 카드를 담을 봉투, 모루나 반짝이 풀 같은 꾸미기 재료도 적당히 준비해야 한다.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드는 일은 커다랗고 적당한 종이를 봉투에 들어갈 사이즈로 자르는 작업으로부터 시작한다. 조금 더 창의적으로 만든다고 골판지를 사서 골판지를 접지 않고 동그랗게 말고 털실로 묶어 장식한 적도 있다.


기억에 남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받은 적은 없지만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드는 과정이 무척 즐거웠던 기억이 남는다. 그러한 우리의 행사를 추억하기 위해 그 친구와 결혼해서 각자 아이가 생긴 이후에 아이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기도 했다. 블로그에서 적당히 예쁜 크리스마스 카드 디자인을 찾아서 재료를 준비했다. 트리 부분을 초록색 색종이로 세모 모양으로 접고 작은 세모에서 큰 세모로 이어지게 붙였더니 제법 그럴싸한 크리스마스트리 나무 모양의 카드가 완성됐다. 2대가 함께 모여 만든 크리스마스카드 만들기 활동은 친구와 나의 전통을 우리 딸들에게도 전수했다는 뿌듯함이 남았다. 그때 아이들은 어려서 얼마만큼 기억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마흔 살이 된 지금도 크리스마스가 즐거운 이유는 어린 시절의 크리스마스와 관련한 즐거운 동심가 득한 기억 때문이다. 그 시절 동요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어린이들 부른 캐럴 테이프를 살지 심형래 아저씨처럼 개그맨들이 부른 캐럴테이프를 살지 행복한 고민을 했다. 그해 크리스마스트리 트렌드를 알아보고, 적당한 오나먼트를 사기 위해서 엄마와 함께 누볐던 고속터미널 지하상가의 기억도 따뜻하다.


몇 해 전 인터넷을 급하게 샀던 크리스마스트리는 해가 지날수록 초라한 행색으로 보는 눈을 불편하게 했다. 당근에서 트리를 처분하고 적당한 트리를 찾아봤지만 인플레이션이 트리시장에도 침공을 해서 인스타그램에서 볼법한 트리들은 2~30만 원을 훌쩍 넘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어서 코스트코, 스마트스토어, 인스타그램을 뒤지고 뒤졌지만 그 가격대가 아닌 트리는 예전 트리보다도 못한 형태를 갖고 있어서 포기했다.


포기했던 마음에 한줄기 빛이 내린 것은 중국쇼핑앱이었다. 무심결에 깔았던 중국쇼핑플랫폼에서 인스타그램에서 봤던 180cm의 전구가 포함된 트리가 단돈 11만 원에 구입할 수 있었다. 원래 가격은 15만 원인데 중국쇼핑앱 특성상 16만 원 이상을 사면 5만 원을 할인해 줘서 몇 가지 크리스마스 용품을 같이 구입했더니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다. 중국쇼핑앱은 가격이 싸다는 매우 큰 장점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치명적인 단점들이 있다. 첫째는 실물이 아니다 보니 실제 상품과 퀄리티 차이가 클 수 있다는 것과 두 번째는 배를 타고 상품이 와야 하기 때문에 배송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크리스마스를 20여 일이나 앞두고 주문한 트리는 과연 크리스마스전에 도착할까 싶었지만 다행히도 크리스마스를 나흘 앞둔 오늘 도착했다. 거대한 택배상자를 당장 눈앞에서 뜯어보고 싶었지만 나보다 트리를 더 절실히 기다리고 있었던 두 딸들을 위해서 하교시간까지 기다렸다. 함께 트리 상자를 뜯어보는 순간, “와”하고 탄성이 절로 나왔다. 다행스럽게도 사진과 흡사한 퀄리티의 예상보다 모질도 훌륭하고 모발도 풍성하고 전구도 잘 들어오는 트리가 배달된 것이다.

쿠폰을 사용하기 위해서 함께 구입한 오너먼트도 함께 조립해서 차례차례 트리에 달았더니 내가 그토록 원했던 인스타그램에 나올법한 트리가 완성됐다. 사실 아름다운 트리에 집착하기보다는 아이들에게 어린 시절의 크리스마스 동심을 선물하기 위해서 시작한 행동인데 결국은 아이들보다 엄마인 내가 더 즐거웠던 것 같다.


10살, 12살의 아이들은 이제는 더 이상 산타를 믿지는 않지만 자꾸 나에게 물어본다.

“엄마 내 눈 똑바로 쳐다보고 얘기하세요. 엄마가 산타 맞죠?”

“으응? 왜 엄마가 산타라고 생각해?”


반지의 제왕을 쓴 작가 J.R.R. 톨킨은 자신의 자녀들에게 산타클로스로 위장하여 네 자녀에게 23년간 산타가 쓴 편지를 보냈다. 북극이 너무 춥다면서 언 손을 상징하듯 일부러 글씨를 흔들리게 쓰기도 했고, 직접 우표와 소인까지 손으로 그렸다고 한다. 그런 편지들을 모아 톨킨의 셋째 아들이 책으로 펴냈고, 한국어 책 제목은 <북극에서 온 편지>이다. 자녀들의 동심을 위해서 직접 산타의 편지를 23년간 써왔을 톨킨을 상상하며 부모가 지켜주고 픈 아이들만의 아이들 다운 마음을 생각해 본다.


#글루틴 #팀라이트 #크리스마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