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바라보고 이야기 하는게 좋아
Tuks from south africa
2018.01. 처음으로 혼자 떠난 태국으로의 여행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나. 출발하기 5일 전 비행기티켓을 예매하고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그냥 떨어진 방콕. 당연히 유명한 숙소는 방이 없다. 그저 적절한 예산 범위에서 구하게 된 나의 숙소. 총 4박을 머무를 예정이었는데, 여성 전용 숙소는 3박만 가능하였으며 그 말은 내가 첫 날 남녀공용 도미토리를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외국에서 혼자 도미토리를 이용하는 것도 처음인데 남녀공용이라... 무섭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을 것이다.
쫄보인 나는 밤의 카오산을 즐길 생각도 못하고 아주 이른 저녁 호스텔로 돌아갔다. 짐을 풀고 있는데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Hi, I'm tuks. where are you from?” “I... am... borsha... I am from korea...." 여기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영어의 끝이었다. 하지만 그는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아 보였다. 나도 물론 대화가 고팠다. 하루 종일 아무와도 말을 못 하고 혼자 다녔던 터라 하고 싶은 말도 궁금한 것도 참 많았는데, 내 혀끝에서 말이 맴돌기만 하고 밖으로 나오지 못해 스스로도 답답하던 차였다. 그래서 ‘얘도 곧 나랑 대화하기 싫어하겠지. 아마 머쓱해 하면서 자기 할 일을 할거야.’ 라고 생각하며 영어를 내뱉고 있었는데, 정말 진지하게 계속해서 나에게 질문해왔다. 내가 나열하는 단어들만 듣고도 문장을 만들어내며 유추하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라는 생각을 하며 띄엄띄엄 말을 하다가 사과를 했다. ‘내가 영어를 못해서 너무 미안해.’ 이건 습관과 같은 사과였다. 나랑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친구에게 나의 모자란 영어 실력을 고백하는 것이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답이 돌아왔다. “왜 미안해? 너는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이 아니잖아. 너는 영어를 알아 들을 수 있고, 너의 생각을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잖아. 나는 유창한 대화를 원하는 게 아니야. 그저 눈을 바라보며 생각을 공유하고 싶은 거야.”
충격이었다. 내 생각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구나. 대화에서 중요한 건 언어의 유창성이 아니었구나. ‘진심’. 이게 가장 우선이 되는 이야기구나.
그리고 곧 빈 침대가 채워지기 시작했다. 여러 명의 사람들이 들어왔고, 나는 또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는 나를 기다려 줬지만, 이렇게 여러 명이 이야기 하는 곳에서 내가 살아남기는 힘들다. 하지만, 그가 자연스럽게 나를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고 대화에서 소외되지 않게 챙겨주었다. 고마운 사람. 처음 만난 친구가 따뜻한 사람이어서 참 다행이었다.
방콕에서의 첫 날. 나는 너무 긴장했고 피곤했기에 그들과 함께 카오산을 즐기지 못하고 먼저 잠이 들었다. 하지만, 긴장했던 것과는 달리 그 짧은 대화가 그 방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고 곧 깊은 잠에 빠졌다.
다음 날 Tuks는 일정을 위해 숙소를 옮기게 되었고, 짧은 만남이 그렇게 끝나는가 싶었는데, 우리는 치앙마이에서 또 만난다. 아주 든든한 여행 메이트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