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1일도 참 힘든 것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에 있어 기간과 비결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연애를 책으로만 공부한 박사들이 실전에 들어갔을 때 실패하는 사례나, 연애 고자지만 남들 하는 조언에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결혼에 성공한 사례들을 우리는 무수히 많이 봐온다. 어찌 보면 연애 비결이란 건 애초에 필요 없는 것일 수도.
신기하게도 내 주위에는 9-10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함께 보낸 후 결혼해서도 잘 살고 있는 커플이 많다. 한 번씩 그들을 보면서 나는 머리 한쪽 구석으로 물음표를 그리곤 했다. 어떤 감정일까, 그 사이엔 어떤 노력이 있었을까, 여전히 사랑할까 등등.
어느 날, 결혼 소식을 들고 나타난 초등학교 동창 W와의 만남에서 나는 이 물음표를 꺼내 들었다. 수학여행에서 혼자 길 잘못 들어 세상 모든 걸 잃은 듯한 표정으로 울던 찔찔이는 어느새 한 여자의 남편이 될 준비를 마친 듬직한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내 말이 답이 될 줄은 모르겠지만, 나는 연애의 시작이 꼭 만나기 시작한 1일부터라 생각하지 않아. 그렇잖아, 내가 느끼는 설렘과 상대방을 향한 호기심은 사실 누구나 누구에게든 가질 수 있는 감정일 텐데 사랑은 그게 다라 할 수 없지. 만남을 이어가다 보면 서로 밑바닥을 보일 때가 불가피하게 생긴단 말이야. 그때에도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그리고 거기에 대한 대답이 Yes! 가 될 때 두 사람의 1일은 시작될 수 있겠더라고."
무릎을 탁! 하고 받아쳤다. 몇 번이고 소름이 돋았는지 모른다. 나의 물음표에 그는 참 멋진 마침표를 달아주었고 나는 마침내 느낌표를 찍었다. 그래. 사랑은 1일도 참 힘든 것이었구나. 그러나 시작되기만 한다면 그 사랑은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겠구나.
만남을 이어가다 보면
서로 밑바닥을 보일 때가
불가피하게 생긴단 말이야.
그때에도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그리고 거기에 대한 대답이 Yes! 가 될 때
두 사람의 1일은 시작될 수 있겠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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