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예정대로라면 오늘도 아침 6시쯤 일어나서 산책을 다녀오고 이 글을 썼어야 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이라는 건 '안개'와 같아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의 길로 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지난밤, 나는 이런저런 생산적인 일을 하다가 거의 1시가 다 되어 잠들고 말았다. 고작 1시에 잔 게 6시에 못 일어나는 중대한 이유라도 되느냐 하면 딱히 그렇지는 않다. 게으른 변명이다. 하지만 간밤에 너무 에너지를 써서 그런지 아직 캄캄한 새벽에 기운을 내서 일어날 만큼 평소에 축적된 에너지가 지금의 나에게는 없는 것 같다. 이래서 사람은 평소에 햇빛을 많이 쬐고 에너지를 충전해두어야 하는 법니다. 또 쓸데없는 변명을 헛소리에 버무려 늘어놓느라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다. 10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너무너무 짧다.
아무튼, 오늘은 어제 예고한 대로 '안개'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로 하겠다.
나에게 '안개'에 대한 강한 기억은... 아, 그때가 언제였는지를 생각하다가 너무 오래 생각해서 시간을 또 까먹었다. 아무튼, 한 10년 전쯤 된 것 같다.
10년 전쯤 되는 어느 새벽, 그때 나는 형과 함께 아버지의 산소가 있는 춘천을 향했다. 그리고 보았다. 이 고속도로가 엄청난 안개에 뒤덮여 끊어져 보이는 장면. 마치 해무가 가득 찬 해안가 절벽으로 이어진 길 같았는데, 이 길을 계속 달리다 보면 눈에 보이는 길의 끝에서 해무 가득한 바닷속으로 추락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신비롭고 두려운 느낌. 나의 이런 생각과 감상에는 아랑곳 않고 액셀을 밟던 형은 아무렇지 않은 듯 안갯속으로 들어갔고, 우리는 더듬더듬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솟아오른 태양과 함께 안개는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태양이 떠오르면 안개는 사라지고, 불확실하고 두려워했던 모든 것들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태양은 떠오른다.
그리고 눈앞을 가득 메운 희뿌연 안개도 다 사라진다.
이것이 자연의 섭리이고 만고불변의 법칙.
우리의 삶도 그럴 것이라 믿는다.
우리가 뭐라고 우리에게만 특별한 예외가 있겠는가.
안개는 곧 걷칠 것이다.
아 3분 넘었다. 내일은 7분만 써야지.
*좋은 글을 통해 '안개'와 '불확실성'이라는 글감을 선물해 주신 <달빛바람>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