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른 소리 하기 전에 이틀 전에 언급했던 고무장갑 이야기를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이틀 전 아침 나는 싱크대에 늘어진 고무장갑 세 짝을 발견하고 그 이유를 궁금해했었다. 그리고 아내로부터 들은 이유는 단순했다. 한 짝이 구멍이 나서 버렸는데, 다른 한 짝은 멀쩡해서 버리지 않고 새로 한 켤레를 꺼내서 총 세 짝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참 별 일 아니다.
하지만 나는 생각했다. 한 짝이 구멍이 났다고 해서 멀쩡한 다른 한 짝도 짝을 맞추어 버리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짝이 없는 한 짝을 그냥 두는 것은 굳이? 싶은 일이었다. 실제로 나는 오늘 모처럼 설거지를 하겠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언제 베었는지 모르는 상처 때문에 황급히 고무장갑을 찾아 끼었다. 오른손에 오른쪽을 끼우고 다른 한 짝을 들어 당연히 이게 왼쪽이라고 생각하고는 왼 손에 오른쪽 장갑을 끼워버렸다. 물론 확인을 안 하고 그냥 당연하게 생각하고 끼워버린 내 잘못이지만, 왜 굳이 이걸 그냥 두는 건지에 대한 의구심이 갑자기 치밀었다. 아, '치밀었다'는 뭔가 화난 표현 같고, 그냥 의구심이 아주 살짝 들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전혀 불평하지 않고 왼쪽 고무장갑을 왼손에 다시 끼우며 생각했다. 고무장갑을 그냥 한쪽만 따로 팔면 어떨까? 고무장갑뿐만 아니라 양말이라던지 신발이라던지. 양말도 이 고무장갑처럼 한쪽만 구멍이 날 수도 있고, 신발은 특수한 이유로 한쪽 발이 사이즈가 살짝 달라서 불편할 수도 있다. 그냥 한 짝씩 팔면 안 되는 걸까? 자동차 타이어처럼. 그런다고 가격을 절반만 받지는 않겠지만, 과한 소비보다는 그렇게 해서라도 딱 필요한 부분만 소비하도록 하는 것이 지구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 아닐까.
지가 성질 급하게 확인 안 하고 장갑을 잘못 끼워놓고 지구까지 들먹이는 건 너무 많이 나갔네. 아무튼 오늘도 10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