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 금식기도

3일에서 40일 금식이 된 이야기

by 보스턴임박사

진영이가 동계수련회 장소에 도착했을 때 마주한 숙소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아주 크진 않지만 제법 위용을 갖춘 두 개의 산 사이에 누인 계곡을 가로지르며 진영이 등을 태운 버스가 도착한 어느 산속에는 새하얀 벽돌 건물들이 멋진 화폭의 그림처럼 드리워져 있었고 진영이가 그 안으로 들어갔을 때 마주한 하얀 건물 안은 온통 따스한 온기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건물에 들어선 모든 이들이 짐을 내려놓으며 다들 웃고 떠드는데 진영이만은 결코 즐겁지 않았다. 너무 더워서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숙소에서 방배정을 하는 1시간 여간이 진영이에게 그토록 길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100여 명에 가까운 훈련생들과 선생님들, 교역자들의 방배정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먼저 모두를 건물 중간에 위치한 공용 예배실로 모이게 했고 버스에서 전자 음향 기기를 내려서 운반하고 설치하느라 적지 않은 시간이 소비됐다. 그리고 모두를 자리에 앉게 하고 잠시 짧은 예배를 드렸다. 그리고 예배 마지막에 3일간 동계수련회를 위한 몇 가지 안내가 있었고 예배를 마치자 마침내 방배정이 시작되었다.

그 시간 내내 진영이는 온통 껴입은 옷과 빵빵 틀어놓은 훈훈한 온기로 인해 마치 찜질방 한증막에 앉은 사람처럼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진영이에게 곁에 앉은 정인이가 걱정스러운 듯 어디 아프냐고 자꾸 물었다.

그녀의 근심 어린 예쁜 얼굴에 괜찮다고 간신히 말했지만, 속으로는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드디어 방배정을 받자마자 진영이는 먼저 방문을 닫고 바로 옷을 벗어 재끼고 점퍼와 윗도리와 바지 그리고 내복들을 온통 벗어던졌다.

내복, 바지, 양말이 온통 땀으로 흥건해져 있었다.

그제야 비로소 진영이는 살 것 같았다.


저녁부터 금식기도 겨울 수련회가 시작되었다.

목사님은 얼마 전까지 압구정 교회 대학부 담당 목사님이셨다는 분이었는데 검은 목도리에 버버리 코트를 입었고 머리는 마치 가발을 쓴 것 같이 뭔가 어색해 보였는데 진영이는 속으로 예전 천마산 깡패 선생님의 보스가 아닐까 속으로 생각했다. 마피아 보스 바로 딱 그 느낌이었다.

'헉 죽었다.'

그러나, 인상과 달리 목소리는 우아스러웠는데 그분이 하는 말이 진영이 귀에는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이 형들, 이 누나들 그리고 몇 명의 고등부 때 알던 (고등부 땐 아무것도 안 하던) 친구들과 새로 대학부에 들어왔다는 새로운 동기들과 이래 저래 몇 마디 얘기를 한 것 같지만 그것도 모두 진영이 머릿속에 남진 않았다.

가끔씩 정인이가 진영이에게 다가와 상태를 묻거나 느낌이 어떤지를 확인하곤 했는데

‘응. 뭐 괜찮아.’

이러고 그냥 말았고 그러고 나면 정인이는 이내 이 오빠들에 둘러싸여 '깔깔깔 호호호'를 반복하는 중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수련회는 드디어 기다리던 3일째로 접어 들었고 날이 밝았다.


‘죽지 않았어! 살았어! 이제 곧 집으로!’

이런 기쁜 마음으로 온통 부픈 진영이는 예배실로 향했다.

먼저 대학부 중창단의 특송이 있었고 정인이가 반주를 했다.

그 썩어빠진 담배 피우던 이들도 거기 버젓이 제멋대로 서서 노래를 부르는 중이었다. 그 썩어빠진 이들은 금식 수련회 중간중간에 계곡에 슬쩍 들어가 담배를 피우고 오곤 했다. 금식이었지만 아마도 담배는 이들에게 음식으로 치지 않아서 제외되는 모양이었다.


‘썩을 넘들’


진영이는 담배를 몰래 피우던 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노래를 듣는 둥 마는 둥 어서 빨리 예배가 끝나고 식당에서 준비된 죽으로 속을 좀 녹이고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만으로 온통 정신이 바빴다.

예배가 마쳐지고 식당에서 줄을 서서 죽을 받아선 빈자리에 앉았는데 정인이가 수련회 처음부터 그날까지 진영이를 마지막까지 챙기며 진영이의 앞자리로 다가와 자기 죽을 내려놓고 앉았다.

그리고 죽을 먹기 전에 반드시 해야하는 대표 기도를 목놓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이제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야 할, 자기 역할이 끝난 줄 알았던 그 보스 목사님이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하겠다고 마이크를 잡는 것이었다.


“여러분, 2박 3일 동안 금식수련회 하시느라 수고했죠?”

“예~~에~~!!”

“제가 여러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도전을 받았어요. 이제 죽을 드시고 집으로 돌아갈 텐데 제가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어요.”

‘제안? 무슨 제안? 혹시 집에 안 가는 건가?’ 진영이는 마음이 콩닥콩탁 거리며 생각했다.

“우리가 3일간 금식기도 수련회를 했는데 돌아가서도 계속 금식기도를 이어 나갔으면 해요. 40일 동안. 대신 아침만 금식을 하는데 그 전날 자정 0시부터 다음날 낮 12시까지 12시간이에요. 이렇게 해 보세요. 그리고 40일이 마쳐질 때 제가 오늘 수련회에 참석했던 모든 분들께 편지를 보내 드릴게요. 수고했어요. 기도하겠습니다.”


보스 목사님이 자기 마음대로 3일 금식기도를 40일로 늘여버린 것이다.

사실 진영이에게 40일간 굶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어차피 아침 잘 안 먹고, 아니 못 먹으니까.

그런데, ‘기도’를 40일간 계속한다는 것이 좀 어색하고 의아하게 느껴졌다.


보스 목사님 말이 금식 기도는 힘이 있다는 것이었다.

진영이는 보스 목사님의 그 말, '금식 기도는 힘이 있다'는 그 말이 왠지 뇌리에 깊게 박혔다. 그래서 진영이는 그날부터 40일로 길어진 금식기도를 하게 되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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