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정글도 야생성 회복이 필요해

루레나바케, 볼리비아

by 보통어

인간이 지배해버린 이 땅에서 인간이 아닌 동물들이 설 수 있는 자리는 많지 않다. 인간은 동물성을 잃어버려 더이상 자연의 질서를 읽지 못하고 복잡하게 얽힌 자연의 영역을 제멋대로 재단해 버렸고, 그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이 거의 없다. 그나마 현대화가 덜 진행된 아마존 정글도 예외는 아니다. 인간의 소유욕은 끝이 없어서 어린 야생동물을 일시적으로 가족으로 삼았다가 감당이 되지 않는 지점에 이르면 가차없다.

볼리비아 수크레에서 라파즈까지 야간 버스를 타고 11시간, 라파즈에서 다시 버스로 15시간이면 루레나바케라는 마을에 도착한다. 루레나바케는 볼리비아에서 아마존 투어를 하기 위한 베이스 역할을 하는 마을이고, 볼리비아의 다른 도시와는 달리 교통수단으로 툭툭과 나룻배가 다니며, 나른한 공기가 흐르고 있어 사뭇 동남아 어느 곳에 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다. 루레나바케 중심에는 황토빛 베니 강이 남북으로 가로질러 있는데, 배를 타고 남쪽으로 15분 가량 이동하면 전기도, 통신신호도 잡히지 않는 곳에 야생동물 재활센터가 있다. 짧은 겨울방학 동안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로 하고, 같은 날 봉사활동을 시작하는 장기 배낭여행자들을 만나 함께 센터에 입소했다.

이 단체는 장기 체류 중인 자원 봉사자들의 최소한의 가이드에 따라 2-3주간의 단기 봉사자들의 활동으로 운영이 되고, 상시 20-30명 정도의 봉사자들이 거주한다. 하루 최소 6시간의 주어진 일이 있고, 나머지 시간은 자율적으로 쉬거나 청소, 요리, 시설물 보수 등 필요한 일을 돕는다. 봉사자들은 대부분 원숭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 방생할 때까지 인간의 손길을 최소화하고 그들의 습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봉사자는 오전, 오후조로 나누어 일출부터 일몰까지 조용한 관찰자가 되어 원숭이들이 정글 숲을 탐험하는 시간 동안 적당한 거리를 두고 따라다니며 혹시 나타날 수 있는 천적으로부터 보호하고 지켜보는 일을 한다. 굉장히 귀엽고 행복한 일이기도 하지만 높은 나무 위에서 잎을 뜯어 먹는 원숭이들을 6시간 동안 지켜보는 일은 눈과 목의 피로를 동반하고, 원숭이들이 정글 깊숙이 탐험을 떠나는 날이면 나무 숲을 헤치고 들어가 나뭇잎과 가지가 빽빽하게 드리워진 곳에서 그들을 시야에서 놓치지 않기 위해 긴장을 잃지 않아야 한다. 거의 모든 원숭이들은 처음 구조되었을 때 인간과의 접촉에 익숙한 경우가 많고, 심지어는 식탁에서 밥을 먹을 줄 아는 원숭이도, 망고만 먹겠다고 떼쓰는 원숭이도 있었다고 하고, 여전히 심한 우울증에 걸린 원숭이도 있다. 구조 전후로 인간의 개입이 있으니 그들이 야생성을 온전히 되찾기는 힘들 것이다. 센터에서도 정해진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 시행착오를 겪으며 더 나은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고, 다행히도 사방이 정글이라 되도록 그들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이곳의 규칙이다. 이 단체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지역 사회와의 밀접하고 상호적인 교류가 있기 때문이고, 매일 저녁을 먹고 촛불 아래에서 회의를 가지는데 소외되는 사람 없이 모든 사람이 참여자가 되어 동물들의 상태를 공유하고 보완해야 할 점을 의논하는 데에 있다. 봉사자들은 누구 하나 강요하는 사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하루 종일 주체적으로 자기 몫을 다하고, 자연스럽게 디지털 디톡스가 되는 이 곳에서 쏟아지는 별과 간간이 날아다니는 반딧불이 틈에서 밤이 되면 더 선명하게 울려 퍼지는 온갖 생명들의 소리를 들으며 잠에 들고 새벽을 준비한다.

한국을 떠나기 전 서울에서 정서적 욕구마저 물질적이었던 그들의 욕구를 쫓느라 바쁜 사람들 사이에서, 어쩌면 같은 성질의 것을 갈망하고 있었을지 모르는 나는 이번 여행길에서 여전히 자신의 바운더리 바깥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는, 할아버지가 가르쳐준 정글에서 살아남는 지혜를 소중히 여기며 동물, 식물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잃어버린 야생성을 회복하기 위해 생활 패턴을 개조해 나가는 사람들을 만나며 조금의 안도와 동경 그리고 다양성이 가진 힘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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