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불어오면, 맑게 끓인 굴 뭇국
쌀쌀한 늦가을부터 1월까지, 굴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제철 맞아 살이 통통하게 오른 굴 요리를 찾아 먹는다.
우리 집 역시 이 시기를 기다린다. 올 겨울 나는 sns를 통해 차돌 부추볶음 덮밥에 곁들인 굴 뭇국 사진을 올린 적이 있다. 그 게시물에 '굴 뭇국은 아직 먹어본 적이 없어서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라는 댓글을 몇 분이 남겨 주셨고, 나는 '시원하면서 달큼한 맛'이라고 설명드린 적이 있다. 뭇국 하면 흔히 떠올리는 주재료가 소고기와 오징어 정도이니 어찌 보면 굴 뭇국은 생소할 수도 있겠다.
스무 살 초반까지만 해도 나는 구운 석화를 제외한 굴 요리, 특히 생굴은 전혀 즐기지 못했었다. 굴 냄새도 좋게 느껴지지 않았고, 꿀떡 넘어가는 미끄덩한 식감조차 취향이 아니었다.
나와 달리 생굴도 즐기고, 해산물은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남편을 만나 차츰 내 입맛도 변화를 겪었다. 쫄깃한 굴찜부터 고소한 굴전, 굵고 탱글한 생굴을 새콤한 초고추장에 푹 찍어 먹거나 작은 소굴을 고추냉이 푼 간장에 콕 찍어 먹는 그 맛은 또 어떻고. 이제는 ‘굴이 달다’는 어르신들의 표현이 절로 이해가 간다.
아연과 칼슘이 풍부해 바다의 우유 또는 바다의 인삼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굴은 쌀쌀해지는 늦가을부터 1월 초까지 가장 맛있는 시기이다.
굴이 피부미용이나 남성 스태미나에 좋다는 이야기는 한 번쯤 들어 봤을 것이다.
오늘은 한때의 나처럼 굴 초보자인 분들도 맛있게 드실 수 있는 '굴 뭇국' 레시피를 적어본다.
술자리 잦은 연말과 연 초, 아침 해장용으로도 제격인 굴 뭇국을 끓여보자.
굴 250g
무 5분의 1토막 (작은 무 기준) 두께 3.5cm 정도
멸치 다시마 육수 800ml
대파 1대
마늘 2톨 (다진 마늘 1큰술 대체 가능)
멸치액젓
굵은소금 1큰술
후추
선택 재료 - 청양고추, 홍고추 1
재료 손질 전 멸치 다시마 육수를 만든다.
(육수 팩을 사용하면 간편하다. 끓기 시작하면 약불로 줄여 10분 후 팩을 건져낸다.)
분량의 무는 0.5cm 두께로 나박 썰어 준비하고, 대파와 홍고추는 어슷썰기 한다.
마늘 2톨을 곱게 다진다. 기호에 따라 청양고추를 다져 준비한다.
생굴은 동봉된 물기를 제거하고, 그릇이나 볼에 담아 굵은소금 1 큰술을 뿌리고 살살 저어가며 씻어준다. 굴이 터지지 않게 조심하고 손으로 만져보며 남아 있는 껍질이나 이물질이 있다면 제거한다. 찬물로 서너 차례 헹궈 소금과 이물질을 씻어내고 채반에 받쳐 물기를 빼둔다.
육수가 든 냄비에 썰어둔 무를 넣어 센 불에서 끓이다가 끓어오르면 중불로 낮춰 완전히 익힌다.
무가 익으면 다진 마늘과 씻어 둔 굴, 대파와 홍고추를 차례대로 넣는다. (취향껏 청양고추를 더한다)
멸치 액젓 3분의 2 큰술과 후추를 넣어 간을 하고, 모자란 간은 소금으로 맞춘다.
2분 뒤 불을 끄고 그릇에 담아낸다.
TIP. 멸치액젓 대신 새우젓으로 대체해 간을 맞춰도 아주 시원한 굴 뭇국을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