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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스케치 009]중국 제대로 알기-중국 위기 진단

보통마케터안병민의 통찰스케치


최근 중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를 호령하고 있는 중국의 존재감이 그만큼 커져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마음 속에는 아직도 두 마리의 개가 산다. 편견과 선입견이다. 아직도 중국을 무시하고 깔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말이다. 중국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도 몇 번 중국을 가서 보고는 그게 중국의 모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알면 알수록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게 중국이란 나라다.


오늘의 강연 주제는 중국이다. 중국의 다양한 이슈 중에서도 중국 경제에 대한 이야기다. 2002년부터 중국을 눈 여겨 보며 중국 공부를 시작했고, 직접 중국으로 건너가 베이징 칭화대와 푸단대에서 석•박사를 취득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전병서 소장이 풀어주는 중국 경제 이야기다. 중국 자본시장과 위안화 국제화, 중국 성장 산업에 대한 연구를 집중적으로 한 몇 안 되는 중국 경제 전문가중 하나인 전병서 소장. 그와 함께 짚어보는 중국 경제 진단과 그에 필요한 한국의 대응전략, 살펴보자.



1 중국은 과연 위기인가?


“한국 언론에선 최근 중국 경제 위기론, 금융 위기론이란 이야기가 계속 나옵니다. 왜 그런 걸까요? 진짜 중국 경제가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요? 우리가 중국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는 이유는 자동차와 핸드폰 때문입니다. 현대차와 삼성전자의 중국 내 매출이 떨어지니까, 다시 말해 자동차와 스마트폰의 매출이 떨어지니까 중국 경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하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시작부터 세다. 에두르는 표현이 없다. 전병서 소장의 이야기는 군더더기 없는 돌직구다. 중국 내 현대차의 매출이 떨어지는 건 중국이 차를 안 사서 그런 게 아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2014년 2,350만대에서 2015년 2,460만대로 4.6% 성장했다. 문제는 한국자동차의 점유율 하락이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2014년 1분기 시장점유율 1위를 하던 삼성은 2016년 현재, 등외로 밀려났다. 그 자리를 화웨이와 오포 등 중국 브랜드들이 메웠다. 장백산을 날아다니는 호랑이도 몽고의 초원에서는 늑대를 당해낼 수 없다. 배타성이 강한 중국에서는 호랑이도 고양이에게 물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세계를 주름잡던 삼성도 중국에서 화웨이, 오포, 비보, 샤오미에 물려버렸다.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줄어들고 있다는 걸 중국 위기의 근거로 제시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32%를 차지하는 나라입니다. 2위에 해당하는 일본의 비중이 11.7%이니 단연코 세계 최고 수준이지요.”


중국의 실물경제와 금융 사이의 불균형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수출 규모로는 세계 1위지만 국가 경제 수단으로서의 위안화 비중이 2.8%에 불과해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총부채 대비 GDP 비율이 높다라는 지적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중국의 부채비율은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세계 주요 국가들보다 낮은 수준이다. 물론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이 높긴 하다. 여기엔 이유가 있다. 중국 기업의 자금 조달 채널의 비중을 살펴보면 은행 90%, 증시 10%다. 은행의존도가 그만큼 높다. 증시를 통한 자금 조달보다는 국유은행을 통한 국유기업의 자금 조달이 일상적이다. 중국만의 독특한 경제 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대목이다.


또 하나, 많은 사람들이 소리 높여 날 선 비판을 하는 대목이 있다. 중국 은행의 부실채권 규모와 증가율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위기라는 다. 하지만 걸어가듯 늘어난 부실채권 규모에 비해 날듯이 늘어난 GDP를 보면 위기라는 지적이 무색할 따름이다. 이런저런 지표들을 들여다 보아도 현재의 중국 경제로서는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는 게 전병서 소장의 분석이다.


“중국 경제 위기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최종 근거는 결국 경제성장률입니다. 고성장을 구가하던 중국 경제 성장률이 이젠 7%대로 꺾였으니 한계에 달했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저로서는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전병서 소장이 제시하는, 그에 대한 근거가 이어졌다. 7% 포인트라는 숫자만 놓고 보면 예전보다 작아진 숫자확실하다. 하지만 기준이 되는 중국 경제 성장의 규모 자체가 엄청나게 커졌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초등학생 때 매년 10%씩 키가 크던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어 매년 키 크는 비율이 7%로 줄어들었다고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는 거다. 실제 시진핑 시대의 GDP 1%는 후진타오 시대의 5배 규모다.  


결국, 중국 경제 위기라는 이야기는 오해라는 게 전병서 소장의 결론이다. 몇몇 표피적인 수치만 보고 섣불리 중국의 위기를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거다.


“실제로 우리는 중국의 실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미국이 그동안 2등을 어떻게 다루었는지를 보면 중국의 진짜 실력을 대략 알 수가 있는데요. 지금껏 미국은 GDP 기준으로 자국의 40% 수준을 넘어가는 나라들을 가만두지 않았습니다. G2의 부상에 대한 불안감과 위기감이 G1 패권국으로서의 미국을 가만 있지 못하게 한 것이지요.”


그 희생국이 바로 소련, 일본, 영국이었다. 하지만 지금 중국의 GDP는 미국의 63% 수준이다. 이미 중국은 미국의 통제 범위를 넘어섰다는 의미다. 미국 내 월마트 판매 물건의 60%가 중국산이다. 그만큼 미국 내 일자리가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그래도 미국은 중국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3.2조 달러의 돈을 풀어 겨우 위기를 막은 미국에 반해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3조 달러를 넘어섰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역사를 통한 통시적인 관점으로 중국을 살펴보아도 중국 위기설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중국의 역사를 놓고 보면 지금껏 14개 왕조가 명멸했다. 공통적으로 모든 왕조가 건국 60년 즈음에 최고의 황금기를 구가했다. 사회주의 신(新) 중국은 1949년 건국되었으니 올해로서 67년된 나라다. 국운이 흥하는 시점인 셈이다. 60년의 잠에서 깨어난 용이 ‘도광양회’의 시대를 지나 본격적인 ‘대국굴기’를 하려는 참이다.



2 중국경제, 이젠 CIX가 아니라 SIS다


어느 누구의 변신도 죄일 수 없듯이 중국의 변신 또한 무죄다. 1949년 건국 이후 중국의 경제 성장 곡선을 보면 90년대부터 시작된 성장 커브가 2000년대부터는 가파르게 올라간다. 1990년에 세계 10위였던 중국이 2위로 올라 선 게 2010년이었으니 그야말로 괄목상대할 만한 성장이다.


이런 성장의 시절, 중국 리더십에도 변화가 있었다. 혁명간부였던 마오쩌뚱 시절을 지나 기술관료와 행정관료들이 중국 리더십을 이어받았다. 마오쩌뚱 이후 중국을 차례로 이끌었던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이들은 모두 공대 출신이다. 스피드와 목표관리의 달인들이었던 거다. 이 기간 동안 중국은 급성장했다.


“그런데 지금, G2를 넘어 G1의 왕좌를 노리고 있는 중국을 이끌고 있는 시진핑은 법학 박사, 리커창은 경제학 박사입니다. 이른바 무관의 시대에서 문관의 시대로 변화하고 있는 거지요. 이들은 중국의 굴기를 이끌어낼 새로운 대전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제 관건은 스피드가 아니라 전략입니다. 정말 절묘한 타이밍에 절묘한 리더십의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문관이 통치하는 중국이 이전의 공대 출신 지도자들의 시대와 달라진 게 몇 가지 있다. 먼저, 이들은 성장률에 목숨 걸지 않는다. 둘째, 무리한 목표 관리보다는 ‘구간 관리’를 한다. 셋째, 중국을 제조 대국이 아니라 서비스 대국으로 만들었다. 넷째, 중국을 수출이 아니라 내수로 성장하는 나라로 만들었다. 이제 중국은 투자와 수출 위주의 산업 구조를 청산하고 공급의 구조 개혁과 함께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 산업의 기치를 높이 들었다. 이른바 ‘CIX (Comsuption+Investment+Export)’에서 ‘SIS (Supply Side Reform +Internet + Service)’ 체제로의 대전환이다.


최근 백화점을 위시한 중국 내 오프라인 매장들의 매출이 줄고 있다. 실제 중국에 진출한 한국 유통업체들의 경영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하지만 중국 내 통계를 보면 내수 소비는 증가세다. 이유는 온라인 매출의 급등에 있다. 스마트폰으로 무장한 중국 사람들에게 이제 쇼핑은 모바일의 영역이다. 휴대폰, 전기차, 드론, 고속철도 등 중국의 신성장 산업들을 보면 중국의 사업구조 대전환이 확연히 드러난다. 살펴보면 우리가 중국보다 앞서 있는 분야는 거의 없다. 위기는 중국이 아니라 반대로 우리를 노리고 있었던 셈이다.


중국은 지금까지의 공급과잉 해소에 팔을 걷어 붙였다. 과잉생산 축소 전략이다. 중국은 향후 5년간 철강 분야 생산규모를 1억 5천만톤 줄일 계획이다. 이 수치는 일본 전체의 철강 생산량에 맞먹는 수준이다. 공급이 이렇게 줄어드니 포스코가 반사이익을 누린다. 하지만 중국의 구조조정이 끝나고 나면 게임은 달라진다. 중국의 구조조정이 끝나면 세계 Top 5 기업만 남게 되고 그 경우, 포스코는 어마어마한 경쟁자들과 마주하게 된다. 단기적으로는 경쟁이 줄어들어 포스코에게 득이 될 수 있지만 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는 포스코 역시 위기다.


인터넷도 중국 대전환의 핵심 화두다. 중국의 인터넷 가입자수는 미국의 2.4배고 모바일 가입자수는 미국의 4배다. 리커창 집권 이후 1,000만 개가 넘는 기업이 새로이 창업했다. 하루에만 12,000개의 기업이 창업을 하는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은 이제 사물인터넷과 O2O, 공유경제의 세계 최대 시장이다.


“중국 내 10대 부자 중 7명이 IT 부자입니다. 중국 경제의 패러다임은 ‘제조’에서 ‘인터넷’으로 바뀐 지 오래입니다. 세계 IT 시장의 중심축이 웹에서 앱으로, 그리고 다시 앱에서 봇으로 넘어가는 지금, 그 변화의 한가운데 중국이 있습니다. 여기에 인공지능까지 접목된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상상만 해도 무서운 일이다. 중국의 30대 조 단위 부자들 모두가 IT 기업의 창업자들이다. 특히 모바일 비즈니스 창업자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젊을뿐더러 양질의 교육을 받은 리더들이다. 중국은 인터넷모바일이란 화두와 함께 이들을 스타로 만들었다.

     

중국 경제 변화 중 눈 여겨볼 또 하나의 요소가 바로 ‘소비 대폭발’이다. 중국 인당 GDP가 12,000달러인 시대다. 인당 GDP가 1만 달러를 넘어가는 성이 10개이며 베이징, 상하이, 톈진 3개 시는 2만 달러 수준이다. 중국의 소비 여력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배경이다. 밥으로 시작된 소비의 대상이 옷으로 옮겨갔다 이젠 자동차와 명품이 중국 사람들의 지갑을 열게 만든다. 그러니 중국의 2015년도 사치품 소비의 세계점유율이 46%란 숫자가 결코 이상하지 않다. 


중국 사람들이 최근 6년간 산 자동차가 1억 2천만대다. 우리나라가 단군 이래로 구입한 자동차가 총 2천만대. 그런데 중국에선 작년 한 해에만 2,460만대의 자동차가 팔렸다. 작년에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만 1억 2천만명이라니 중국의 소비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대략 짐작이 가능하다.


중국은 이제 소비대국이다. ‘세계의 공장’이란 별명으로 불리던 중국이 이젠 ‘세계의 지갑’이 되었다. 프랑스에서 만든 럭셔리 비행기 에어버스380의 첫 취항지가 프랑스의 드골공항이 아니라 북경이었다는 건 시사하는바가 크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 대 4,700억원짜리 비행기를, 중국은 지난 2014년에 170대나 사들였다. 우리나라 전체의 민간항공기가 200대도 안 되는데 중국이 향후 20년동안 구매할 계획의 비행기 대수가 6천대 이상이다. 중국의 소비파워는 한국 내 부자 랭킹도 바꿔놓고 있다. 한국에 온 600만명의 중국 관광객이 구매한 화장품 덕에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의 부자 순위가 확 올랐다.  


“1840년 영국에서는 중국 사람들이 셔츠 길이 1인치만 늘려도 영국 방직 공장 30년을 돌려야 한다는 말이 돌았습니다. 산업혁명으로 인해 늘어나는 재고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였는데요. 이 논리는 지금도 유효합니다. 중국 사람이 1년에 먹는 닭이 124억 마리입니다. 많은 것 같지만 인당으로 따져보면 10마리도 안 먹은 겁니다. 그런데, 만약 중국 사람들이 각자 연간 1마리씩 닭을 더 먹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장 추가로 필요한 닭만 14억 마리입니다. 이는 우리나라 모든 양계장이 5년동안 닭을 길러 팔아도 맞출 수가 없는 숫자입니다. 이게 바로 중국이란 나라, 소비대국의 포스입니다.”


명품 브랜드들은 자존심이 세다. 그래서 그들은 명품 대접을 받는다. 하지만 이런 명품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홍콩 증시에 상장한다. 중국 시장을 겨냥해서다. 명품이란 도도한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소위 ‘찾아가는 서비스’인 셈이다. 다가 아니다. 명품 옷에는 수선이 없다. 옷에 사람을 맞추어야 한다. 그게 명품이다. 하지만 중국에서만큼은 이런 원칙도 의미가 없다. 많은 명품 브랜드들이 중국인 디자이너를 대거 채용하여 중국인 체형에 맞는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전 세계에 동일한 제품과 동일한 서비스를 판매하는 기업들 중 하나가 패스트푸드, 즉 햄버거 회사들이다. 고객에 대한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가 없으니 어찌 보면 참 오만한 거다. 맥도날드와 KFC 같은 회사들 말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세계를 주름잡는 맥도날드가 중국에서만큼은 KFC에 밀린다. KFC는 매장에서 죽과 꽈배기, 볶음밥을 팔아서다. 중국은 이처럼 세상에서 가장 거만한 기업의 메뉴판도 바꾼다. 중국 소비력의 파워다.


중국이 그리는 그림은 크다.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그렇다. 중국과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와 아프리카를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해상 실크로드의 재건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북경과 타이완을 이어주는 고속철도도 2030년 완공 예정이다. 대련과 연태를 이어주는 해저터널 등 교통 인프라가 완성되면 중국의 소비력은 날개를 단다. 그렇게 보면 한국 성장의 기회는 중국에 달려있다. 2030년을 기준으로 중국 관광객 4,000만명을 유치하면 한국 GDP의 6% 성장은 거뜬하다.



3 '아이디어 경제'로 천리를 간다


결국 한국의 기회는 중국의 돈과 사람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에 달렸다. 바야흐로 아시아의 시대다. 아시아에선 중국의 굴기가 화두다. ‘팍스 로마나’라고 하지만 지중해 연안의 손바닥만한 나라 16개를 아울렀던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중국은 규모의 차원이 다르다. 이제 중국을 소홀히 하면 한강의 기적도 아스라한 옛날 이야기로만 남게 될 것이다.


전병서 소장의 해법이 이어졌다. 한국은 이제 ‘3교대 경제’를 벗어나야 한다. 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를 탈피해야 한다. 똑똑한 박사들이 아무리 많으면 무엇 하나. 이제 한국에는 생산라인에서 기계를 돌릴 인력이 없다. ‘3교대 업종’의 종말이 코 앞이다. 둘째, ‘플랫폼 경제’로 표현되는 중국의 변화를 보지 못하면 이제 한국 기업들은 나락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작금의 중국 경제 체제라면 ‘Winner takes all’, 다시말해 승자가 독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2등은 곧 죽음이다. 중국 변화의 소리를 못 듣는 한국의 경영자는 조직을 위기로 몬다. 중국의 변화를 보지 못하는 경영자는 조직을 지옥으로 보낸다. 한국의 경영자들이 절박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할 대목이다.  


“하루에 천리를 가는 파리가 있습니다. 비결은 단순합니다. 천리마의 등에 올라타면 됩니다. 중국은 이제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천리마입니다. 중국을 가장 잘 아는 한국, 한자를 가장 잘 아는 한국이 이제 중국과 경쟁할 게 아니라 중국의 등에 올라타야 합니다.”


그러려면 필요한 게 세 가지가 있다는 게 전병서 소장의 설명이다. 먼저 브레인이다. 하수는 자기 능력을 팔고 중수는 다른 사람의 힘을 팔고 고수는 다른 사람의 머리를 판다. 다음으로는 돈이다. 하수는 기술과 서비스로 돈을 벌지만 고수는 돈으로 돈을 번다. 마지막은 브랜드다. 삼류는 제품을 팔고 이류는 기술을 팔고 일류는 브랜드를 판다.  


인재는 사는 게 아니라 모셔오는 것이다. 삼국지의 유비가 제갈공명을 영입하려 삼고초려를 했던 이유다. 이런 수퍼인재 하나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그렇다면 살펴보자. 우리의 대 중국 비즈니스에 중국통이 있는지? 본사 임원보다 연봉이 많은 중국 임원이 몇 명이나 되는지? CEO의 중국 출장 횟수는 얼마나 되는지? 칭화대, 북경대, 푸단대 출신의 임원 수는 얼마나 되는지? 중국어로 의사소통이 자유로운 임원들은 몇이나 되는지? 한번 살펴볼일이다. 영어를 쓰는 인재로 중국을 공략하겠다는 발상으로는 중국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중국에서 공부한, 중국어를 쓰는 인재를 찾아야한다. 우리나라에 아직 중국 본토에서 공부한 인재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중국 본토에서 살아보고 놀아보고 공부해 본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제 중국과 경쟁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중국 기업에 올라타야 한다. 중국과 경쟁하려 말고 경쟁력 있는 중국 기업과 손을 잡아야 한다. 제품으로 싸우면 중국과 적이 되지만 돈을 섞으면 동지가 된다. 돈에는 꼬리표가 없어서다. 가장 큰 영웅은 가장 큰 전쟁에서 나오고 가장 큰 스타는 가장 큰 드라마에서 나오고 가장 큰 부자는 가장 큰 시장에서 나온다. 한국은 중국의 수입 1위 시장이며 수출 3위 국가다.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


말랑한시대에 딱딱하게 덤비면 당한다. 자동차도 스마트폰도 말랑말랑하게 팔아야 한다. 하드웨어로서의 제품이 아니라 인터넷 서비스로서의 제품으로 팔아야 한다. 예컨대 1억 명의 중국 고객들에게 자동차를 1억 대 팔았다면 1억 명의 서비스 가입자가 생긴 거다.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또 다른 비즈니스 기회가 봇물처럼 터진다.


2013년 이후 중국의 변화는 자본과 IT가 결합된 신시대가 열렸음을 보여준다. 무게중심은 이제 제조에서 창업경제로, 제조에서 금융경제로, 제조에서 공유경제로 넘어갔다. 30년간 세계의 생산기지였던 중국이 이제는 거대한 소비시장으로 변신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지금 중국 위기처럼 보이는 몇몇 지표나 현상들은 세계 2위 규모의 중국 경제가 구조변화를 겪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작은 혼란일 뿐이다. 이를 중국의 위기로 오해하거나 착각해서는 안 된다. 수출 중심의 제조업이 내수와 서비스 중심의 ‘신(新)경제’로 바뀌는 과정인 것이다.


그렇다면 승천하는 용에 올라타기 위해 우리는 중국의 어디에 투자를 해야 할까? 전 소장이 이야기하는 키워드는 ‘결핍’이다. 중국의 결핍에 투자해야 한다는 말이다. 예컨대, 제조대국이 소비대국이 되는 데 필요한 산업들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환경, 엔터테인먼트, 운송산업 분야다. 인구대국 중국이 인구감소국이 되는 데 필요한 산업도 있다. 유아와 의약 분야다. 무역대국이 군사대국이 되는 데 필요한 산업으로는 방산, 항공, 우주 산업이 있다. 공산주의가 시장경제로 변화하는 데 필요한 산업이 금융이다. 지금까지의 통제국이 소통국이 되는 데에는 인터넷과 모바일, 콘텐츠와 보안 분야의 산업이 필수다.


“역사적으로 보면 기회는 늘 변화 속에 있어 왔습니다. 변곡점은 곧 기회의 또다른 말입니다. 거대한전환과 변화의 변곡점에 서 있는 중국에는 그래서 기회가 넘칩니다. 한국으로서는 이걸 놓쳐서는 안 된다는 거지요.”


90분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중국을 너무나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에 모골이 송연해진다. 중국이 무서워지는 한편 한국엔 왜 이런 국가 발전의 백년지계를 펼쳐 보이는 리더가 없을까 생각하면 참담한 심정이다.


거칠게나마 오늘 강연의 뼈대를 정리하자면 이렇다. 현재 위기라고 하는 중국의 모든 문제는 실물과 금융의 불균형에서 온 것이다. 하지만 그에 따른 중국의 군살 빼기를 암 투병으로 오인하면 안 된다. 중국은 지금 거대한 전환의 용틀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중국의 등에 올라 탈 방법을 찾아야 한다. 관건은 투자고 핵심은 간단하다. 중국의 ‘결핍’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제는 ‘돈이 일하게’ 해야 한다. 한강의 기적 이후 일어날, 한국의 다음 성장은 여기에 달렸다. 중포미포(中抛未抛), 중국을 포기하면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다. ⓒ보통마케터안병민


*글쓴이 안병민 대표(fb.com/minoppa)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헬싱키경제대학교 MBA를 마쳤다. (주)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주)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주) 마케팅본부를 거쳐 (주)휴넷의 마케팅이사(CMO)로 고객행복 경영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 활동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리스타트>, <경영일탈-정답은많다>, <그래서 캐주얼>,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다양한 칼럼과 강의를 통해 "경영은 내 일의 목적과 내 삶의 이유를 진정성 있게 실천해 나가는 도전의 과정"이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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