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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8 세종대왕은 탁월한 마케터였다

[주간동아 연재] 보통마케터 안병민의 일상경영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주말마다 대한민국 전체가 거대한 시위 현장입니다. 정치의 실종입니다. 제가 보기엔 마케팅의 실종이기도 합니다. 정치가 곧 마케팅이기 때문입니다. 정치와 마케팅의 그 연결고리를 세종대왕과의 가상 인터뷰를 통해 짚어봅니다.


세종대왕은 우리 모두가 아는 것처럼 한글을 창제하신 조선 최고의 성군입니다. 1997년 1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한글이 세상 빛을 본 건 1446년인 세종 28년이었습니다. 한글 창제 이유에 대해 세종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한자가 너무 어려웠으니까, 그래서 만든 거야. 백성들이 하루하루 먹고 살기가 힘드니 그 어려운 한자 공부를 어떻게 하겠어? 그러니 자기의 뜻을 쉽게 전하지를 못 하는 거야. 어디 그 뿐이야? 나라에서 백성들을 위해 좋은 정보를 주어도 그걸 읽지를 못하니 이 놈의 정보라는 게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 게지. 그래서 이걸 어떻게 할까 고민 고민하다가 새로 스물 여덟 자를 만든 거야. 누구나 쉽게 익혀 매일 편하게 쓰라고 말이야.”


마케팅은 ‘고객의 고통, 고충, 고민을 해결해줌으로써 그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것'입니다. 고객을 행복하게 해주었더니 나 때문에 행복해진 고객들이 다시 나를 찾아 옵니다. 이익을 좇는 게 아니라 ‘고객행복’을 좇으니 이익이 따라옵니다. 이른바 ‘착한 이익’입니다. 시장이 바뀌었고 고객이 달라진 까닭입니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이유는 이런 마케팅의 본질을 꿰뚫습니다. 한자의 어려움으로 고통 받는 고객(백성)들을 위해 해당 제품(한글)을 출시(창제)함으로써 그들을 행복하게 해주려 하셨던 세종대왕의 마음에서 마케팅의 뿌리, 애민정신을 읽게 됩니다. '고객행복'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세종대왕은 시대를 앞서간, 실로 탁월한 마케터입니다.


N87MhvrTf4_mK576VzbYyjVGGzE.PNG *출처 : 도서 <마케팅리스타트, 안병민>


커다란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많은 선거 캠프에서 앞다투어 마케팅 전문가들을 영입합니다. 유권자로부터 표를 얻기 위한 선거는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한 마케팅 전쟁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나만의 차별적 브랜드 콘셉트를 유권자의 머리 속에 제대로 각인시켜야 당선의 영광을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 또한 이젠 마케팅의 눈으로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맞아. 정치하려면 마케팅을 제대로 공부해야 돼. 그런데 내가 말하는 마케팅은, 정치 신인이라는 약점을 희석시키려고 백발을 고수한다거나 소탈하고 인간적인 이미지를 강화하려고 점퍼를 입는다거나 하는 차원이 아니야. 물론 옷차림도 전략이지. 나라고 ‘브랜드 매니지먼트’ 같은 마케팅 개념들을 왜 모르겠나? 하지만 그런 이미지 연출이나 로고 변경, 슬로건 개발, 이런 걸 마케팅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거야. 본질을 알아야지, 본질을. ‘고객행복’ 말이야.”


세종대왕이 말하는 마케팅은 기술적 차원의 그것이 아닙니다. 세종대왕의 마케팅은 ‘국민행복’이라는, 아니 ‘고객행복’이라는 커다란 화두를 품고 있습니다. 세종대왕과의 짧은, 가상의 인터뷰지만 정치가 곧 마케팅임을, 더 나아가 마케팅은 내 삶의 고객을 행복하게 해주는 삶의 철학임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우리 정치판에서 ‘고객행복’ 마인드로 무장한 이런 정치가를 만나는 건 진정 요원한 걸까요? 짙은 아쉬움 속이나마 작은 희망을 가져보려 합니다. ⓒ혁신가이드안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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