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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모리더십'-참모를 보면 리더가 보인다

[포춘코리아 연재] 안병민의 경영수다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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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5분혁신=안병민] 경공이 사냥에서 돌아오는 길에 양구거라는 신하가 경공을 맞으러 달려왔다. 경공이 "오직 양구거만 내 마음과 맞는구나(與我和)"라며 기뻐하자 안영이 "그저 맞장구치는 것(同)뿐이지 어찌 마음이 맞다(和) 하겠습니까?"라고 대꾸했다. 경공이 동(同)과 화(和)의 차이점을 묻자 안영은 이렇게 대답했다."화(和)를 음식에 비유하면 초, 장, 소금을 넣어 음식의 부족한 맛을 보충하고 지나친 맛은 제어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면 하나의 요리가 되어 마음을 평화롭게 합니다. 군주와 신하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군주가 잘 못하는 것은 말해서 고치게 하고, 잘하는 것은 북돋아서 그릇된 일을 못하게 하는 것을 마음이 맞는 것(和)이라고 합니다. 그저 군주가 좋아하면 자기도 좋다 하고, 싫어하면 싫다 하면서 맞장구나 치는 것을 동(同)이라 합니다. 이것은 물로 물의 간을 맞추는 것과 같은데 무슨 맛이 나겠습니까?"-나무위키 '안영' 편에서 발췌- 


리더가 누구냐에 따라 조직의 운명은 천양지차로 달라집니다. 하지만 생각해보게 됩니다. 리더가 있으면, 참모가 있게 마련입니다. 1인자를 제외하면 사실 모든 이가 참모입니다. 크고 작은 조직에서 우리 모두는 리더이며, 동시에 또 참모인 것입니다. 


무릇 역사란 수많은 영웅들이 촘촘히 써 내려간 위대한 스토리입니다. 그러나 ‘그들만의 리그’는 아니었습니다. 그 뛰어난 리더들의 곁에는 뛰어난 참모들이 있었습니다. 훌륭한 리더와 함께 하는 참모, 훌륭한 리더를 만드는 참모. 그 참모의 리더십을 살펴봅니다. 


리더를 그저 따르기만 하는 팔로워는 그들의 역량을 사장시키는 허망한 존재입니다. 리더십은 리더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직급을 막론하고 누구든 리더십을 가질 수 있습니다. 또 그래야 합니다. 스스로를 대상으로 하는 ‘셀프리더십’ 개념은 이런 사실을 웅변합니다. 


리더가 가져야 하는 리더십이 있듯이 참모들이 갖추어야 할 리더십도 있습니다. 이른바 ‘참모리더십’입니다. 참모리더십은 보스보다 먼저 생각하고, 리더보다 멀리 내다보고, 상사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겁니다. 그럼으로써 리더가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게 하나 있습니다. 참모는 하인이 아니라는 겁니다. 상하관계나 주종관계로 참모를 바라보는 리더에게 승리는 없습니다. 혼자 잘난 사람 없고 나 홀로 성공할 수 없는 법입니다. ‘축록자 불견산(逐鹿者 不見山)’이란 말이 있습니다. 사슴을 쫓는 자, 산을 보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사슴을 쫓는 자가 곧 리더요, 산을 보는 자가 곧 참모입니다. 열심히 사슴을 쫓느라 전후좌우를 살필 겨를이 없는 리더를 위해 참모는 사방을 두루 살펴야 합니다. 리더와 참모는 역할이 다를 뿐 서로가 대등한 파트너입니다. 


유비는 공명이 있었기에 촉의 왕이 될 수 있었고, 이성계는 정도전이 있었기에 조선을 건국할 수 있었습니다. 수양대군에게 천하를 안겨준 사람은 한명회입니다. 역사상 수많은 승리의 드라마가 참모에 의해 기획되고 뒷받침되었습니다. 멍청한 리더조차도 좋은 참모를 만나면 운명이 바뀝니다. 참모의 리더십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참모리더십은 어떤 걸까요? 위대한 리더와 위대한 참모의 스토리들에 일관되게 나타나는 요소들을 정리해봅니다. 먼저, 스스로를 믿고 담대하게 행동하라는 겁니다. 시류에 휘둘리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일부이긴 하지만 역대 정부들의 영혼 없는 국정 참모들의 민낯은 우리를 자괴케 했습니다. 위대한 참모에게 소신은 필수입니다. 출세나 재물이 아니라 소신을 축으로 삼아 행동하는 게 훌륭한 참모입니다. 


그렇다고 아집이나 독선에 빠져도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가능한 한 세심하게 살피고, 가능한 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군자는 천하에 대하여 무조건 꼭 그래야 한다는 것도 없으며, 절대로 안 된다는 것도 없다. 도리에 견주어 실행할 뿐이다.” 공자의 이 말은 참모리더십의 관점에서도 새겨들을 부분입니다. 


참모리더십의 두 번째 원칙, 자리를 탐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자리는 음식과 같습니다. 허겁지겁 먹다 보면 체하게 마련입니다. 배불리 먹다 보면 살이 찌는 건 당연지사입니다. 벼슬이나 직책도 지나치면 아니함만 못합니다. 자리를 탐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1인자의 자리는 하나입니다. 자기의 자리를 참모에게 내주고 싶은 1인자는 없습니다. 보스의 자리를 탐하는 것은 역린을 건드리는 일입니다. 조심하고 경계할 일입니다. 


서두르지 말라, 참모 리더십의 세 번째 원칙입니다. 일찍 핀 꽃은 일찍 시들게 마련입니다. 물론 피어야 할 때는 피어야 합니다. 하지만 서둘러서는 안 됩니다. 꽃은 언제가 되었건 피게 마련입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습니다. 무던히 인내하며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정작 걱정해야 할 건 다른 겁니다. 피기 전에 어떤 삶을 살았느냐가 얼마나 화려한 꽃을 피울지를 결정합니다. ‘지금, 여기’에 충실해야 하는 건 그래서입니다. 


눈치 채셨겠지만 결국 참모는 리더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참모와 리더는 리더십이라는 동전의 양면입니다. 참모가 보스의 뒤만 따르며 지시만 받아서는 안 되는 건 그래서입니다. 한 발 앞서야 합니다. 먼저 생각하고 먼저 움직여야 합니다. 유능한 참모는 기존의 통념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먼저 보고, 넓게 보고, 뒤집어 보고, 깊이 보고, 다시 보아야 합니다. 그러지 못해 세상의 지탄을 받는 참모 아닌 참모들을 우리는 누누이 보았습니다. 


요컨대, 참모리더십의 성공 여부는 리더에 대한 설득에 달려 있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아이디어를 리더가 채택하도록 하는 일입니다. 단순히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리더의 성격과 스타일을 면밀하게 연구해 그에 맞는 설득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때론 강력하게 권하고, 때론 집요하게 반복하며, 때론 천군만마의 용기를 주어야 합니다. 왜 내 말을 몰라줄까, 원망하고 돌아서는 참모는 스스로의 무능을 인정하는 참모입니다. 참모에겐 설득이 경쟁력입니다. 


사물을 잡아당기는 중력과 물체를 떠오르게 하는 부력이 있습니다. 중력과 부력의 균형과 조화로 세상은 제 자리를 찾아갑니다. 리더와 참모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직의 성장과 성공에는 리더와 참모의 건강한 긴장이 빠질 수가 없습니다. 


당 현종에게는 두 명의 명신이 있었습니다. 요숭과 송경입니다. 현종은 두 사람이 문안을 오면 비록 신하들이지만 항상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을 맞았습니다. 퇴근할 때도 항상 궁전의 처마까지 나가 배웅했습니다.  


훗날 한휴가 두 사람의 뒤를 이었습니다. 그는 너무도 엄격했습니다. 직언을 서슴지 않아 현종이 불편해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현종은 그를 늘 곁에 두었습니다. 한 신하가 말했습니다. “한휴가 재상이 된 이후로 폐하가 많이 수척해지셨습니다.” 언중유골. 한휴를 내치라는, 칼이 숨어있는 말이었습니다. “한휴 때문에 나는 야위었다. 그러나 천하는 살찌지 않았는가.” 현종의 대답이었습니다. 제대로 된 리더와 참모 관계는 이런 겁니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이 빚어내는 이상적인 모습입니다. 


"참모와 달리 보스는 현실성을 고려하지 않는 유형이 좋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인 시각을 가미하면 꿈의 크기가 작아진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사장의 사장실장을 지낸 시마 사토시의 말입니다. 참모를 보면 리더가 보인다는 사실, 곱씹게 됩니다. 그리 보면 참모가 곧 리더요, 리더가 곧 참모입니다. ⓒ혁신가이드안병민


*글쓴이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헬싱키경제대학교(HSE) MBA를 마쳤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경영직무·리더십 교육회사 휴넷의 마케팅 이사(CMO)로서 ‘고객행복경영’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이자 [방구석5분혁신](bit.ly/5booninno)의 혁신크리에이터로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 일탈>, <그래서 캐주얼>, <숨은 혁신 찾기>, <사장을 위한 노자>,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다양한 칼럼과 강의를 통해 "경영은 내 일의 목적과 내 삶의 이유를 실재화하는 혁신의 과정"이라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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