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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카메 우동'에서 배우는 마케팅

[포춘코리아 연재] 안병민의 경영수다

*포춘코리아 2017년 4월호에 실린 칼럼입니다.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우동집이 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우동 한 그릇을 먹기 위해 30분 이상 줄을 서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 우동집이 번창하는 데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편집자 주)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길다란 줄이 식당 밖으로 꼬리를 물고 한참을 늘어섰습니다. 식사 때라 그런가 해서 식사 시간을 피해 가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차례가 오기까지 30분 정도 기다리는 건 예사입니다. 하지만 기다리는 어느 누구의 얼굴도 짜증스럽지 않습니다. 오히려 설렘과 기대가 교차하는 표정입니다. 하와이 호놀룰루에 위치한 식당 ‘마루카메 우동’ 이야기입니다.  

유명 맛집이란 소문은 익히 들어 예상은 했습니다만 이 정도일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맛도 맛이지만 마케터 특유의 호기심이 발동한 것도 사실입니다. 도대체 왜 그렇게 손님이 몰려드는 걸까,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에 가족여행을 갔다 부러 찾은 식당이었습니다.


드디어 차례가 되어 가게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물론 줄을 따라 앞으로 이동하는 겁니다. 그렇게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먼저 커다란 주방이 눈에 들어옵니다. 밀가루를 직접 반죽하고, 반죽한 밀가루로 면을 뽑아 삶아내고, 김이 훅훅 올라오는 그 뜨거운 면을 찬 물에 헹구는 일련의 과정이 극장식 쇼처럼 펼쳐집니다. 마치 볼거리 넘치는 활기찬 재래시장에 온 느낌이랄까요.


그 장면들을 구경하며 걸음을 옮기다 보니 커다란 메뉴판이 보입니다. 커리우동, 계란우동 등 다양한 우동 메뉴가 한가득입니다. 사이즈는 '라지'와 '레귤러' 두 종류에 온면과 냉면이 다 가능합니다. 그런데 메뉴판이 재미있습니다. 각 메뉴별 사진 옆에 각각의 번호가 붙어 있습니다. 영어가 힘든 외국인을 위한 배려입니다.  


예컨대 커리우동을 레귤러 사이즈로 따뜻하게 먹고 싶으면 그 옆에 붙어있는 번호 7번을 보고 “넘버 세븐” 하고 말하면 주문은 끝입니다. 만약 라지 사이즈의 계란우동을 차게 먹고 싶다면 주문대에서 “넘버 텐 플리즈”하면 되는 겁니다. 모든 걸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니 이런 디테일이 빛을 발합니다. 외국 어느 서브웨이 매장에서 어설픈 영어로 맞춤형 핫도그 주문을 해보신 경험이 있다면 이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온 몸으로 공감하실 겁니다.


이렇게 주문을 하고 나면 즉석에서 우동을 말아줍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재미있는 것이 있습니다. 식당 내 앉을 자리가 없으면 여기, 우동을 말아주는 단계에서 모든 과정이 올스톱입니다. 자리가 나야 우동을 말아 내줍니다. 어찌 보면 희한한 풍경입니다.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를 생각해보세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빈 자리 유무에 상관없이 음식을 팝니다. 자리는 손님이 알아서 잡아야 합니다. 그러니 다들 자리를 확보하느라 여기저기서 치열하면서도 불편한 신경전이 벌어집니다.  


그런데 여기 마루카메 우동에서는 그럴 일이 없습니다. 자리에는 음식을 받은 손님들만 앉을 수 있습니다. 주문을 받아 음식을 내주는 단계에서 매장 안에 빈 자리가 없으면 손님을 기다리게 합니다. 음식을 받아봐야 앉아서 먹을 자리가 없으니 손님도 불만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줄이 길게 늘어집니다. 기본적으로 손님이 많아 줄이 길기도 하지만 시스템 자체가 이렇다 보니 식당 밖으로까지 줄이 이어지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또 입소문이 납니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저렇게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 있냐라는 겁니다. 이른바 '희소성의 법칙'입니다. “도대체 뭐때문에 저렇게 사람들이 열광하지? 나도 빨리 가서 줄 서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아.” 이게 희소성의 법칙입니다.  


지난 여름 서울 강남에 문을 연 ‘쉐이크쉑 버거’를 떠올려보세요. 뜨거운 뙤약볕에도 아랑곳하지 많고 수 백 명의 사람이 햄버거를 사려고 줄지어 기다렸던 사건 아닌 사건 말입니다. ‘레어템’을 ‘득템’하기 위한 고객 열정의 현장입니다. 실제로 제품이 희소하다는 신호를 사람들이 인지하게 되면 그에 대한 선호도가 올라간다라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희소함은 곧 좋은 것이라는 사람들의 심리가 여기 마루카메 우동에도 오롯이 접목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자리가 나서 주문한 우동을 받고 나도 끝이 아닙니다. 식판을 받쳐들고 우동을 들고 줄을 따라가면 이번에는 튀김 코너입니다. 새우와 오징어를 위시한 각종 해물튀김과 고로케와 어묵 등 다양한 종류의 사이드메뉴들이 ‘날 잡아잡수’ 하며 손님을 맞습니다. 그 황홀한 냄새와 황금빛 자태를 보고도 그냥 지나치는 건 정상적인 식욕을 가진 사람으로서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우동 옆에 접시를 얹고 그 위에 튀김 두어 점씩을 집어 듭니다.


그러고 나면 드디어 계산대입니다. 계산을 마치고 빈 자리를 찾아 앉으면 기다렸던 식사가 시작됩니다. 물론 맛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반찬이라 했습니다. 식당 밖에서부터 줄을 서서 기다린 게 벌써 삼십 여분입니다. 이쯤 되면 맛 없게 느껴지기도 참 힘든 일입니다.  


게다가 가격은 화룡점정입니다. 웬만한 한 끼 식사가 우리 돈으로 만원을 훌쩍 넘어가는 이 곳 하와이에서 여기 우동은 5, 6천원 선이니 참 착한 가격인데 그렇다고 양이 적은 것도 아닙니다. 이렇게 마루카메 우동을 찾는 손님들은 서빙하는 직원 하나 없는 이 곳에서 즐겁고도 맛난 식사를 합니다. 


잘 되는 집은 이유가 있다 했습니다. 여기 마루카메 우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컨대 마루카메 우동의 성공 비결은 몇 가지로 압축됩니다. 먼저 사진과 번호를 통한 '주문 용이성'입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배려가 묻어나는 대목입니다.  


둘째는 음식을 주문하고 나서 받을 때까지의 '동선 관리'입니다. 셀프로 움직이게 동선을 짜놓으니 서빙할 직원은 필요가 없습니다. 모든 직원이 오롯이 음식을 만드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 비용 효율성은 따라 올라갑니다.  


그 동선에서 눈으로 보게 되는 먹음직스러운 '요리 풍경'이 세 번째 비결입니다. 내가 먹을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마치 한 편의 쇼처럼 보게 되니 우동이 더 맛있어집니다. 입이 아니라 눈으로 먼저 먹는 겁니다.  


네 번째는 '사이드 메뉴'입니다. 우동을 메인으로 두고 튀김을 서브로 배치해놓으니 튀김 매출이 함께 올라갑니다. 그야말로 환상의 조합입니다.  


마지막은 자리가 없으면 음식이 나가지 않는 특유의 '시스템'입니다. 이게 긴 줄을 만들어내며 이는 희소성의 법칙에 기반한 또 다른 홍보 효과로 이어집니다. 이런 요소들이 한 치의 오차 없이 톱니바퀴처럼 착착 물려 돌아갑니다. 


맥도날드의 창업자 레이 크록은 우리는 햄버거를 파는 게 아니라 쇼비즈니스를 하는 거라 역설했습니다. 품질(Quality), 서비스(Service), 청결(cleanliness), 가치(Value)를 고객에게 보여주는 거란 의미입니다. 마루카메 우동을 보며 마케팅은 제품이 아니라 인식의 싸움이란 말을 새삼 곱씹게 됩니다. 단언컨대, 이유 없이 잘 되는 집은 없습니다. 재야무림의 숨은 고수에게서 이렇게 또 한 수 배웁니다. ⓒ혁신가이드안병민 (201704 포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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