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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근시안' 극복하려면?

조선일보 [실전MBA] 연재칼럼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내 주변의 작은 것들에 매몰되어 있다 보면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보일 리가 없다. 이른바 '마케팅 근시안'에서 벗어나야 한다. '마케팅 근시안(Marketing Myopia)'은 1960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발표된 테드 레빗(Ted Levitt) 전 하버드대 교수의 논문이다. 제품 지향적 마인드가 아니 고객 지향적 마인드를 통한 가치 창출이 중요하다는 게 요지다.


기차 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사람들이 기차를 타는 이유는 기차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있어서라거나 기차의 디자인이 맘에 들어서가 아니다. 먼 길을 가야 할 운송 수단으로 기차를 택하는 것이다.


비행기가 나타나자 많은 고객은 아무런 미련 없이 기차를 버리고 비행기를 택했다. 운송 수단으로서 비행기의 매력이 더 컸던 까닭이다. 기차를 철도 비즈니스로만 인식할 것인가, 아니면 운송 비즈니스로 인식할 것인가의 차이는 매우 크다.


기차라는 나무만 봐서는 비행기를 포함한 운송업이라는 숲이 보이지 않는다. 제품이 아니라 고객 지향적인 마인드가 필요한 이유다. 아울러 내가 몸담고 있는 비즈니스, 업(業)에 대한 콘셉트(concept)를 다시 살펴봐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경영이나 마케팅에서 콘셉트라 함은 소비자가 경험할 가치에 대한 아이디어를 언어로 정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햄버거의 콘셉트를 '아이들이 간편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라고 정의하는 것과 '프로 비즈니스맨들이 성공을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며 일할 때 먹는 에너지원'이라고 정의하는 것과는 그 차이가 크다. 표적 고객과 시장이 달라지고 경쟁 구도가 달라지며, 제품이나 서비스 구성의 디테일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한 MP3 플레이어 사장이 "우리 회사의 경쟁자는 애플이 아니라 아르마니"라고 하면서 "우리 회사의 업(業)은 전자기기 제조업이 아니라 패션 디자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MP3 플레이어의 콘셉트를 전자제품이 아니라 패션제품으로 설정한 것이다.


프로야구단 SK 와이번스도 "우리 경쟁자는 다른 프로구단이 아니라 CGV나 에버랜드이고, 우리의 업(業)은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스포테인먼트"라고 밝혔다. 이렇듯 내 비즈니스의 콘셉트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소비자가 기대할 수 있는 편익과 가치는 전혀 달라진다.


바야흐로 '액체사회'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이 여기저기서 터지고 있다. 급변하는 소비자의 인식과 라이프 스타일 그리고 상상하는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디지털 기술과 소셜 미디어 때문에 이제는 나무만 봐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내 업(業)의 콘셉트와 고객이라는 숲에 대해 다시금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 '마케팅 근시안' 극복하려면?


근시(近視)가 찾아오면 안과 의사를 찾아가 치료를 해야 하듯이 '마케팅 근시안(Marketing Myopia)'도 그냥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자칫하다가는 실명(失明) 정도가 아니라 생존 자체에 커다란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마케팅 근시안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창의력에 기반을 둔 통찰력이 필요하다. 나이키의 경쟁자가 닌텐도라고 이야기하는 세상이다. 나이키의 주력 고객인 청소년층이 스포츠보다 게임에 몰두한다고 해서 나온 말이다. 또한 스마트폰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내비게이션 매출이 떨어지는 요즘이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많은 요소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줄줄이 엮여 있다. 세상에 연결되지 않은 것은 없다. 현상이 아니라 그 현상을 잉태한 뿌리를 캐야 한다.  


다양한 사회현상의 작은 팁들로부터 앞으로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읽어내야 한다. 설득력 있는 시장 변화 시나리오의 개발과 그에 따른 선제적 경영 대응이 뒤따라야 함은 불문가지다.


두 번째는 고객 입장에서의 재해석, 즉 모든 이슈를 고객 입장에서 다시 따져 보는 것이다. 고객이 이 제품(혹은 서비스)을 선호하는 이유가 뭔지, 아니면 외면하는 이유가 뭔지 기업의 관점이 아니라 고객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제품 자체가 아니라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에 초점을 맞추라는 의미다. 드릴을 사는 고객은 드릴 자체가 좋아서 사는 게 아님을 알아야 한다. 고객의 욕구는 바로 '구멍을 뚫는 것'이다. 해답은 여기 숨어 있다.


끝으로 부단한 창조 혁신 활동이다. 시시각각 세상은 변하고 있다. 이에 따른 고객과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도 필연적이다. 고여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바다가 위험하다고 안전한 항구에만 정박해 있다면 제대로 된 배라고 할 수 없다. 거친 파도를 헤치고 오늘도 바다로 나서야 한다. 그런 도전과 혁신 활동이 전제되어야만 시장은 그리고 고객은 우리에게 드넓은 바다의 속살을 허락한다. 따뜻하다고 넋 놓고 있다 서서히 끓어오르는 냄비 속에서 그대로 죽어가는 개구리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고객을 만족시키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고객을 깜짝 놀라게 하라! (Don't aim to satisfy! Aim to surprise!)" 혁신 아이콘, 스티브 잡스의 말이다. ⓒ혁신가이드안병민


*글쓴이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헬싱키경제대학교(HSE) MBA를 마쳤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경영직무·리더십 교육회사 휴넷의 마케팅 이사(CMO)로서 ‘고객행복경영’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이자 [방구석5분혁신](bit.ly/5booninno)의 혁신크리에이터로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 일탈>, <그래서 캐주얼>, <숨은 혁신 찾기>, <사장을 위한 노자>,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다양한 칼럼과 강의를 통해 "경영은 내 일의 목적과 내 삶의 이유를 실재화하는 혁신의 과정"이라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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