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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스케치 018] 특명! 창의적 인재를 확보하라

안병민의 [통찰을 스케치하다]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바야흐로 인재 전쟁의 시대다. 교수법의 세계적 권위자인 동국대 조벽 석좌교수의 강연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그가 이야기하는 인재 확보 전쟁, 그리고 창의적 인재. ‘교육계의 마이클 조던’, ‘교수를 가르치는 교수’라는 별칭이 왜 오롯이 그의 것이어야만 하는지 알게 해 준 통찰 가득한 강연 속으로 들어가본다.


▶ 인재의 개념을 재검토하라


그는 인재 전쟁에 임함에 있어 기업의 첫 번째 가이드로 ‘인재 개념의 재검토’를 들었다. 도대체 인재란 어떤 사람을 의미하느냐 하는 것부터 다시 시작하라는 이야기다. 인재가 없는 게 아니라 인재를 못 알아보는 게 문제라는 거다. 부품 조립 시대의 인재상이 ‘성실한 노동자’였고 기술 조립 시대의 인재가 ‘분석적 전문가’였다면 기술·지식 생산 시대의 인재로 그는 ‘창의적 전문가’를 꼽았다. 직원 선발과 승진 기준을 재검토하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대학 졸업장, 소위 스펙이란 걸로 취업준비생들이 기업의 문을 두드립니다. 그런데 이 대학 졸업장이란 게 뭔가요? 요즘 같은 평생학습 시대에서 대학 졸업장에 찍힌 졸업일자는 학위의 생산일자일 뿐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유통기한은 점점 줄어든다는 이야기입니다. 졸업장, 이 종이가 날 살려주리라, 생각한다면 미신에 젖은 한낱 부적이나 다를 바 없지요.” 


아닌 게 아니라 고르고 골라 인재라며 채용한 직원들이다. 하지만 채용 후 신입 사원 교육에 쏟아 붓는 비용은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 조직에 창의력이 필요한 이유


그런데 그렇게 큰 돈을 들여 시키는 교육의 목적이 무엇일까? 각 기업의 교육담당자들에게 물어보면 “신입직원이 회사에 잘 적응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얘기가 돌아온다. 그런데 지금의 경영환경이 안정적인가? 안정기라면 몰라도 지금처럼 격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말 잘 듣는, 기존 체제에 순응하는 직원이 필요한 게 아니라 새로운 변화를 불러 올 직원이 필요하다. 결국 기업이 제대로 된 인재도 뽑지 못할뿐더러 제대로 된 교육도 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변화는 어렵다. 하던 대로 하는 게 편해서다. 오죽하면 가죽을 벗겨낼 정도의 고통을 수반한다 해서 ‘가죽 혁(革)’자에 ‘새로울 신(新)’자를 써서 ‘혁신’이라 했을까.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 나아질 거라는 생생한 비전을 보여줘야 하는 건 그래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비전은 무엇인가?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여기에 비전에 대한 묵은 오해가 있다. 비전은 앞을 내다보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아니다. 비전은 만드는 것이다. 창조하는 것이다. 창의력이 중요한 이유다. 


▶ 창의력, 요구하지 말고 허락하라


“창의력은 여러 가지 개념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발명(Invention)과 혁신(Innovation)도 그런 건데요. 발명과 혁신은 둘 다 창의력의 범주 안에 들어가긴 하지만 엄연히 다른 개념입니다. 돈을 가지고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게 발명이라면, 아이디어를 가지고 돈을 만들어 내는 게 혁신입니다. 다시 말하면 독창성과 보편적 적절성을 모두 갖추어야 세상을 바꿀 창의력이 되는 것이죠.” 

그랬다. 적절성을 갖추지 못 한 아이디어는 그냥 기발한 생각에 그칠 뿐이다.


창의력에 대한 조 교수의 설명이 이어진다.

“창의력은 크게 다섯 가지 요소로 이루어집니다. 튼튼한 기본 지식, 퍼지 사고력, 긍정성, 호기심, 모험심이 그것입니다.”


튼튼한 기본 지식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창의력이란 게 자기 멋대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기본 토대 위에 새롭게 세워지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퍼지 사고력은 수렴적 사고가 아닌 발산적 사고를 의미한다. 여러 가능성을 하나로 압축해가는 과정과는 달리 하나의 생각이 새로운 정보와 지식과 남의 생각과 어우러지면서 더 다양하고 풍성한 생각으로 발전해가는 과정이다. 1 더하기 1은 2가 아니라 11 (1 두 개를 이어 붙이면) 혹은 3 (남녀가 만나 아이가 생기면)이라 대답할 수 있는 사고력이다. 이 두 가지가 창의력에 있어 ‘머리’의 영역이다.


긍정성, 호기심, 모험심, 이 세 가지는 창의력에 있어 ‘가슴’의 영역이다. 먼저 긍정성이다. 이런 공식이 있다. 성공=능력X환경X±태도. 즉, 성공은 본인이 갖고 있는 능력에다 외부적 환경 요소, 거기다 외부 환경에 대응하는 능력인 태도의 함수로 이루어진다.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라는 게 중요한 포인트다. 그런데 이 세 가지 변수 중 태도는 앞에 플러스 혹은 마이너스가 붙는다. 다시 말해서 능력과 환경이 아무리 좋아도 태도가 마이너스, 즉 부정적이라면 이 사람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조직에 있어서 이런 환경과 태도는 리더가 좌우한다. “금신전선 상유십이(今臣戰船 尙有十二).” 신에게는 아직 열 두 척의 배가 있다고 했던 이순신 장군이 대표적인 예다. 그래서 조 교수는 강조한다. 창의력은 요구하는 게 아니라 허락하는 거라고 말이다.


“호기심도 참 중요합니다. 우리 부모님들도 창의력이 중요하다며 자녀들이 어릴 때 던지는 기발한 질문들에 내심 '이 아이가 천재가 아닐까?' 하며 큰 기대를 합니다. 그러다 그것도 잠시. 조금만 지나면 엉뚱한 소리 하지 말고 공부나 하라며 아이들을 다그치지요. 그런데 더 웃기는 건요. 그런 부모님들이 또 창의력이 중요하다며 아이를 ‘창의력 학원’에 보낸다는 겁니다.” 


창의성 넘치는 조직을 만드는 것도 다를 바 없다. 직원들에게 질문을 허락해야 한다. 질문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든다. 세상을 바꾼 위대한 아이디어의 출발은 작은 호기심에서 비롯된 질문이었다.


한국에 대한 이해가 깊은 노벨상 수상자들은 이야기한다. 한국 학생들은 단기적 성과에 집착한다고, 그리고 학습의 즐거움을 모르는 것 같다고. 하라고 하니까 하는 거지, 정작 본인이 즐거워하는 모습이 없다는 거다. 한 마디로 스스로 호기심을 갖고 움직이는 모습, 즉 관심사가 없다는 이야기다. 능력이 화살이라면 관심사는 그 화살을 쏠 방향이다. 방향이 없는 화살이 제대로 과녁에 꽂힐 수는 없는 법이다. 조벽 교수가 전하는 한국 교육의 문제점이다.


▶ 미래인재는 창의력과 전문성, 그리고 인성을 갖추어야


조 교수는 인재가 갖추어야 할 세 가지 실력으로 창의력과 함께 두 가지를 더 꼽았다. 전문성과 인성이다. 

“일반적으로 전문성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전문지식을 뜻한다고 오해합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첨단 지식과 정보를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쉽게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시대에는 지식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분별하고 판단하는 능력, 정보와 지식을 종합하고 융합하는 능력, 그래서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능력. 이게 바로 전문성입니다. 이제 전문성을 키워주는 교육도 두뇌라는 그릇에 지식을 얼마나 많이 집어 넣는가가 아니라 두뇌라는 그릇 자체를 얼마나 크게 만들어 주는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인성도 그렇다. 성공은 태도, 정서, 가치관 등 정의(情意)적 요인에 의해 좌우되는데 이 모든 요소를 조벽 교수는 인성이라 표현했다. 많은 연구결과를 보면 성공에 있어 관건은 인간관계다. 그런데 이 인간관계라는 것이 같이 술 먹고, 밥 먹고, 로비하는, 그런 게 아니다.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고, 또 가진 것을 베풀고 나누는 능력을 가리키는 거다. 


여기서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이 다시 드러난다. ‘2010 한국청소년 핵심역량 진단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청소년들은 전반적으로 세계 최고수준의 지적 능력을 갖췄지만 타인과의 관계 맺기나 어울림 등 사회적 역량은 세계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 공동체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사회적으로 협력하는지를 묻는 ‘사회적 상호작용 역량’에선 36개국 중 35위. 허약하기 짝이 없는 정신적 토대에다 으리으리한 이성의 궁궐을 지으려니 자꾸 무너진다. 우리의 초·중·고 교육이 무너지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인성교육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협력을 통한 경쟁력 확보, 관건은 인성이다!


“요즘 모든 기업들이 경쟁력을 강조하며 직원들을 다그칩니다. 그런데 경쟁력은 경쟁심을 갖고 경쟁을 한다고 갖춰지는 게 아닙니다. 경쟁력은 결과일 뿐이죠. 그럼 경쟁력은 어떻게 하면 갖출 수 있냐고요? 바로 협력입니다.” 


조 교수가 제시하는 근거는 ‘집단 천재성’이다. 워싱턴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키스 소여는 창의성에 관한 기존의 믿음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며 창조적 협력의 원칙을 제시했다. 그는 창의력은 협력을 통해 생겨나며, 어떤 일에 대한 개인의 창조적 아이디어는 이전에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 많은 아이디어에서 영향을 받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것을 '그룹 지니어스(Group Genius)'라는 개념으로 표현했다. ‘그룹 지니어스’는 사람들 사이의 협력이 창조적 힘을 자극하여 매우 강력한 통찰력을 이끌어낸다는 것을 웅변하는 개념인 셈이다. 인재가 갖추어야 할 요소에 창의력과 전문성 외 인성이 들어가야 할 이유가 점점 명확해진다. 그렇다면 한 명의 천재가 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어떻게 보면 만 명의 인재가 한 명의 천재를 만들어 내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의 수많은 소통과 협력의 결과가 한 사람을 통해 드러난 거라 볼 수도 있으니 말이다.


▶ 남에게 베풀 것을 생각하는 사람이 어른이고 리더


“저는 어른과 아이를 이렇게 구분합니다. 항상 받을 거만 생각하는 사람은 아이, 줄 것을 생각하는 사람은 어른, 쉽죠?” 모 대기업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 가서 “이 회사에서 내가 무얼 누리고 무얼 얻어 낼까”만 생각하면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내가 회사를 위해 무엇을 기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보면 성공은 어느 새 내 눈 앞에 와 있을 겁니다.”


그래서 그는 미래의 인재가 갖추어야 할 타인과 함께 어울리는, 공동체 마인드를 갖춘 지혜를 Wisdom이 아니라 'WEsdom(WE+wisdom)'이라고 표현했다.  ‘Wesdom’은 ‘Wisdom(지혜)’에서 나(I)를 빼고 우리(We)를 넣은 것으로 지혜는 나만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고 우리 모두를 위해 써야 한다는 것이다. ‘Wesdom’을 갖춘 사람이야 말로 어른이고 조직의 어른이 리더”라고 조 교수는 ‘함께하는 지혜’를 역설했다. 


결론이다. 미래인재는 창의력에다 전문성과 인성을 갖춘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뽑아 그들에게 질문을 허락하는 조직이 승리한다. 혁명적 변화를 코 앞에 두고 있는 이 시대의 인재 성공 방정식이다. ⓒ혁신가이드안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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