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량없이 어리다고만 생각했던 아들놈이 오늘 중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이제 '어른'이 코 앞입니다. 좋으나 싫으나 스스로의 삶을 직접 챙겨나가야 할 시점이 얼마 안 남은 겁니다. 해서 오늘 중학교 졸업을 맞아 아빠로서 해주고 싶은 말을 몇 자 적어 건넸습니다. '내 일의 목적'과 '내 삶의 이유'를 아는, '행복한 어른'으로 자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003년 가을, 선물처럼 아빠에게로 왔던 선우가 어느새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생이 되는구나. 우선 ‘고맙다’는 말부터 하고 싶다. 지금껏 아빠 크게 속 태우지 않고, 바르게 자라주어서 말이야. 이런 고마움을 전함과 동시에 이제 중학교를 졸업하는 선우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다름 아니라 ‘내 삶의 이유’를 찾아야 한다는 거다. ‘나는 왜 사나?’ 하는 것 말이다. 신이 만물을 창조하여 세상에 보낼 때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고 한다. 허투루 보낸 건 하나도 없다는 거지. 그래서 세상에 의미 없는 존재는 없다. 하나같이 귀하고 소중하다는 얘기다. 너도 그렇다.
그럼 한번 생각해보아라. 선우, 너의 존재이유는 무엇일지. 신이 세상에 너를 왜 보냈을지. ‘이유가 있는 삶’과 ‘그렇지 않은 삶’은 엄청나게 다를 수밖에 없다. ‘삶의 이유’라 하니 어렵게 들리겠지만, 다른 게 아니다. ‘내 삶을 통해 세상에 어떤 가치를 더해줄 것인가?’ 하는 거다. 얼마전 한국계 미국인 ‘샌드라 오’라는 배우가 아시아인으로서는 38년만에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이라는 큰 상을 받았단다. 그 전까지는 미국사회의 주류인 백인들이 주로 받던 상이었지. 그녀에게 어떤 중국계 여자아이가 팬레터를 보냈는데, 거기에 그녀가 이렇게 답했대. “너희같은 아시안 친구들이 오랫동안 연기를 꿈꿀 수 있도록 꼭 롤모델이 되겠다. 그것이 내가 더 열심히 연기하는 이유다.” 이게 샌드라 오의 존재이유다. 내가 무얼 위해 사는지, 왜 사는지 알고, 그걸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거지. 이런 삶이라야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단다. 그게 바로 행복이라 아빠는 생각한다. 참고로, 아빠의 존재이유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의 일과 삶의 ‘목적’을 찾아 ‘행복한 경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란다. 그걸 하기 위해, 글 쓰고, 강의하고, 책 쓰고, 자문하는 일을 하는 거지.
아빠는 울 아들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아빠가 암이라는 죽을 병에 걸렸다 운 좋게 살아나보니, 행복의 조건은 돈이나 명예가 아니더라. 얼마나 ‘재미’있고 얼마나 ‘의미’있는 삶을 사느냐가 중요하더라는 얘기다.
그래서 아빠엄마의 아들 선우에게 당부한다. 이제 너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건강하고 훌륭한 고등학생이다. 아빠 엄마의 자랑스러운 아들이다. 그러니 이제부터 시선의 높이를 조금은 더 높여보렴. ‘앞으로 나는 세상에 어떤 가치를 더해줄지’ 한번 생각해보라는 거지. 그런 생각이 ‘내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로 이어진단다. 그 답을 찾는 일이 아마 쉽지는 않을 거다. 아빠도 나이 마흔을 넘어 찾은 거거든. 하지만 울 아들은 아빠보다는 훨씬 더 지혜로우니 잘 찾아갈 거라 믿는다.
그 답을 찾기 위한 꿀팁 하나 알려줄게. 나 스스로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는 거다.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잘 하며, 뭘 싫어하고 뭘 못하는지. 나는 어떤 세상을 꿈꾸고, 어떤 미래를 그리는지 그걸 알아야 한다. 스스로에 대한 성찰이란 게 그런 거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 자신을 먼저 잘 알아야 한다. 그래야 내 삶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살 수 있단다.
너의 중학교 졸업을 맞아 ‘내 삶의 이유’, 이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졸업, 진심으로 축하한다. 하지만 중학교 졸업이 끝은 아니기에 앞으로 이어질 너의 새로운 도전들을 더욱 축하한다. 사랑하는 아들, 축복한다. 그리고 믿는다. 아빠 아들로 아빠 인생에 함께 해줘서 진심으로 고맙다.
2019년 2월 13일
아들에게는 아직 부족함이 많은 아빠가
선우의 중학교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글쓴이 안병민 대표(fb.com/minoppa)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헬싱키경제대학원 MBA를 마쳤다. (주)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주)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주) 마케팅본부를 거쳐 (주)휴넷의 마케팅이사(CMO)로 고객행복 관리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 활동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리스타트>, <경영일탈-정답은많다>,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다양한 칼럼과 강의를 통해 "경영은 내 일의 목적과 내 삶의 이유를 진정성 있게 실천해 나가는 도전의 과정"이라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