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민의 영화읽기
'#충성경쟁'에서 밀려서 벌인 우발적 범행이었는지, '#독재청산'을 위한 계획된 거사였는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이 둘이 원인과 결과로 이어져 생긴 사건일 수도 있습니다. 진실은 아마 본인도 모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만큼 사람의 심리라는 게 복잡하고 미묘해서입니다. 나도 나를 잘 모르는 게 사람입니다. '무의식' 때문입니다. 나의 무의식을 나의 의식이 자꾸 합리화하려 드니, 무의식만 알고 알고 있는 진실은 자꾸 심연으로 가라앉습니다.
영화 <#남산의부장들>을 보았습니다. 어차피 결과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 관건은 그 과정을 어떻게 풀어가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감독은 다행히 진영논리적 해석의 여지를 거의 주지 않습니다. 그런 영화였다면 보지도 않았을 겁니다. 제 눈에 들어온 건 '#정치'가 아니었습니다. '#역사'가 아니었습니다. '#사람'이었습니다. 상황 변화에 따른 인간 심리의 변화. 그만큼 여리디여린 게 사람의 마음입니다. 이처럼 약하디약한 인간이란 존재에 의해 역사의 물줄기가 확확 바뀌니, 당황스럽기 짝이 없는 역설입니다. 그래서 인상적이었던 대사. "육본입니까? 남산입니까?"
냉정과 열정을 오가는 진폭 큰 심리 변화를 섬세하면서도 완벽하게 그려낸 '#이병헌'의 연기는 지존급. 권력의 정점, '2인자를 그냥 놔두지 않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준 '#이성민'의 연기 또한 발군. '#곽도원'과 '#이희준' 등 누구 하나 빠지지 않는, 어벤저스 군단급의 연기들이니 두 시간의 몰입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들이 연기하는 이들 하나하나가 제각각의 '사람'으로 생생하게 전달됩니다.
연휴내내 '#한비자'를 뒤적이고 있던 참에 본 영화입니다. '무릇 인간의 마음은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인다' 역설했던 한비자. 성인군자에 의한 이상적인 왕도정치는 현실에 맞지 않는다 갈파했던 그가, 영화를 보는내내 오버랩되었습니다. 그래서 기억하게 되는 또 다른 대사. "각하, 제가 어떻게 하기를 원하십니까?" "임자 뒤에는 내가 있잖아. 임자 하고 싶은대로 해."
권력이 무엇인지, 가져본 적이 없으니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하나 있습니다. '#권불십년'. 십년 가는 권력은 없다는 것입니다. '#인생무상'. 영화를 통해 곱씹게 되는 삶의 진리입니다. ⓒ혁신가이드안병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