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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스케치 033] 21세기의 엘도라도 인도

안병민의 [통찰을 스케치하다]

엘도라도. 전설적인 황금의 도시를 가리키는 단어다. 요즘, 인도를 그런 엘도라도에 비유하는 시각이 많다. 인도는 과연 21세기 황금의 나라가 될 것인가? 매일경제신문 기자 출신의 인도 전문가 오화석 원장의 오늘 강연 주제다.

 

▶인도인의 글로벌 경영

 

오 원장은 먼저 인도인의 글로벌 경영에 대한 현황을 짚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노키아. 이 기업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CEO가 인도인이라는 점이다. 다가 아니다. 펩시, 시티그룹, 샌디스크, 어도비, 소프트뱅크, 마스터카드, 도이치뱅크, 유니레버 등등 인도인이 리더를 맡고 있는 세계적인 기업은 즐비하다.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CEO 중 미국인을 제외하면 10명 중 3명이 인도인이라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여기서 돌아보게 된다. 한국인이 CEO를 맡고 있는 글로벌 기업은 몇 개나 되는지. 그렇다면 생각해 볼 일이다. 왜 인도인들은 다국적기업의 CEO가 되는 경우가 많을까? 오 원장은 상생의 철학을 꼽았다. 유일신이 아닌 다신교. 힌두교의 특성이다. 무려 3억 3천만 명의 신이 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인도에는 신이 많다. 별의 별 신이 다 있다. 이는 곧 다원성으로 이어진다. 틀림이 아니라 다름에 대한 철학은 그렇게 인도에 뿌리내렸다.  


인도인의 이런 철학은 기업경영 현장에 그대로 접목된다. 영국의 자부심이었던 재규어와 랜드로버 사례는 이를 웅변한다. “아름다운 고성능(Beautiful Fast Car).” 영국 최초의 자동차 브랜드인 재규어를 나타내는 표현이다. “사막의 롤스로이스”라 불리는, 럭셔리 사륜구동 SUV 랜드로버의 존재감도 엄청나다. 영국에서 태어난 이 두 브랜드의 주인은 현재 인도 타타그룹이다. 타타는 2008년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인수했다. 인수 당시 연간 15만대 판매량을 기록했던 재규어와 랜드로버는 지금 현재 60만대의 차를 팔고 있다. 찬란한 과거의 회복에 인도인의 상생철학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상생철학이란 다른 게 아니다. 종업원과 함께 하려는 마인드다. 그래서 인도인은 믿고 맡긴다. 임파워먼트 문화는 그렇게 자리 잡는다. 해고는 제일 마지막 옵션이다.  이는 성과로 이어진다.

 

타타자동차는 이미 우리나라에도 진출했다. 대우자동차를 통해서다. 2000년대 초, 대우자동차는 세 개로 쪼개져 각각 새로운 주인의 품에 안겼다. 승용차 부문은 GM에, 버스 부문은 영안모자에 인수되었다. 2004년, 상용차 부문을 인수한 기업이 바로 타타였다. 당시 타타에 대한 세간의 시각은 부정적이었다. 기술만 빼먹고 튈 거라는, 이른바 ‘먹튀’에 대한 불안감이 짙었다. 하지만 타타는 특유의 상생경영으로 매출을 6배로 키워내면서 시장의 불안을 잠재웠다.  

 

쌍용자동차 사례도 있다. 위기의 쌍용자동차는 상하이자동차에 인수되었다. 결과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2,600명의 직원이 해고를 당했고 회사는 전쟁터가 되었다. 이를 인수한 게 인도의 마힌드라 그룹이다. 결과는 우리 모두 아는 대로다. 쌍용자동차는 티볼리를 앞세워 새롭게 도약했다. 위기 때 해고되었던 직원들의 복직도 이루어졌다. 인도기업의 저력을 새삼 일깨워준 사례다.

 

인도 출신 경영자들의 맹활약 배경에는 실력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주요 글로벌 기업의 인도인 CEO 프로필을 보면 대부분 학부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경영을 공부했다. 이는 곧 창업 및 경영 능력으로 이어진다. 특히 인도공과대학(IIT·Indian Institutes of Technology) 출신들이 눈에 띈다. IIT의 위상을 보여주는 우스개소리가 있다. 에 떨어지면 MIT에 간다는 말이다. IIT는 인도 전역에 20개의 캠퍼스를 가지고 있다. 연간 입학지원자는 110만명에 이른다. 이 중 합격증을 손에 받아들 수 있는 사람은 1만명 남짓. 인도 13억 인구 중 최고의 실력자들만 들어가는 대학이 IIT란 얘기다.

 

▶인도 경제의 잠재력

 

콜롬버스를 생각한다. 4번에 걸친 항해(1492~93, 1493~96, 1498~1500, 1502~04)를 통해 그는 신대륙 탐험, 개발, 정착의 계기를 마련했다. 애초의 목적지는 인도였다. 황금과 향신료가 많이 나온다는 미지의 대륙 인도를 찾아 떠났던 거다. 하지만 그가 발견한 곳은 아메리카 바하마 제도의 한 섬. 거기를 인도라 생각했던 콜럼버스는 당시 원주민이었던 사람을 인디언이라 불렀다. 아메리카 대륙에 살고 있는 인도 사람, ‘아메리칸 인디언’이란 표현은 그렇게 생겨났다.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인도의 부가 어느 정도였길래 세계가 인도에 주목했던가? 2003년 OECD 자료를 통해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 있다. 유사 이래 인도의 부는 전 세계 부의 30%를 상회했다는 사실이다. 이 정도면 전 세계 부의 독점국이나 다를 바 없다. 1,500년을 넘어서면서 중국이 인도를 앞지르기 시작한다. 1600년 경부터는 유럽도 인도를 넘어선다. 이후 인도의 비중은 급속하게 쪼그라든다. 영국의 식민지가 되면서부터다. 하지만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가장 부자였던 나라가 인도라는 사실만큼은 명확하다. 그래서 인도사람들은 “India is rising”이란 표현을 못마땅해 한다. “India is re-rising” 그들의 눈에 인도는 떠오르고 있는 게 아니라 ‘다시’ 떠오르는 것이다.                                                                         


아직도 뉴델리 거리를 걷다보면 우리나라 70, 80년대 느낌이 물씬하다.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보면 인도 슬럼가 아이들의 궁핍한 생활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런 장면들은      인도 경제성장에 대한 회의론을 이끌어낸다. 오랫동안 인도 사회의 경제는 폐쇄적 사회주의 정책으로 성장이 막혀 있었다. 도로, 항만, 공항, 전기, 수도 등 취약한 인프라에다 공무원들의 심각한 관료주의, 만연한 부정부패, 복잡한 투자 규제, 카스트 신분 제도 등이 인도 성장의 장애물이었다.  


하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 인도 역시 변했다. 그리고 변하고 있다. 2014년 인도는 화성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했다.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왜냐하면 회성 인공위성 프로젝트에 성공한 나라는 세계적으로 미국과 구 소련뿐이다. 일본, 중국, 유럽 등 유수의 나라들이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인도의 경우, 단 한번의 도전이 그대로 성공으로 이어진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회성 인공위성 프로젝트 소요비용이다. 미국의 나사($671m), 유럽의 유럽우주기구($386m), 등에 비하면 많게는 1/9 수준이다. 비용효율성 갑이다.      

 

인도 경제는 지금 확실히 달라졌다. 인도는 소형차 생산 세계2위국이며, 슈퍼컴퓨터를 자체 제작하는 세계 3대국 중 하나다. 제약산업 규모로는 세계2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수 역시 세계2위다. 아시아 최초로 인공위성을 발사한 나라이며, 달 탐사 위성 발사도 성공했다. 세계3위의 식량 생산 대국이며, 9억명의 휴대전화 이용자수는 세계2위 수준이다. 1990년대 핵무기를 자체 개발한 나라이기도 하다.

 

다가 아니다. 인도 경제는 성장진행형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도 경제는 IT 산업을 위주로 한 성장의 불길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13억 인구의 거대 내수시장과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은 인도의 미래를 기대케 한다. 정보통신, 바이오 기술, 의학 등 이공계 인력이 풍부하며, 28세 이하가 전 인구의 60%인 ‘젊은 국가’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더구나 영어로 비즈니스가 가능한 나라가 바로 인도다. 이 모든 게 인도의 성장잠재력으로 작동한다. 

  

골드만삭스는 인도 경제가 향후 50년간 연평균 5~6%대의 성장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고, 2030년이면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대 경제강국으로 발돋움할 것이라 전망한다. 2040년의 인도 총 GDP는 27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게 골드만삭스의 예측이다. 골드만 삭스 글로벌부문의 짐 오닐 회장 인도 회장은 이런 전망이 허무맹랑한 게 아님을 다음의 근거를 들며 설명한다. 먼저, 젊은 인구다. 소도시까지 확장되고 있는 경제성장세도 인도의 잠재력을 뒷받침한다. 인도 정부의 인프라에 대한 엄청난 투자와 고용 증대도 있다. 2020년까지 1억 3,6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목표가 가시권이다. 농업생산성 증대에 들이는 노력도 각별하다.  

  

인도의 교역 증가세도 가파르다. 1천억 달러 규모에서 5천억 달러 규모로 국제교역 규모가 성장하는 데 걸린 시간을 보면 한국이 17년, 중국이 13년이다. 인도는 8년을 기록하며 그 시간을 대폭 줄였다. 2015년 발간된 씨티은행 보고서를 보면 인도 경제 전망은 봄이다. 2020년대 인도 경제는 일본을 앞질러 세계 3위에 랭크될 것이며, 2040년대에는 미국을 추월해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될 것이며, 2050년대에는 중국까지 추월해 세계 최대 경제국에 등극할 것이라는 전망이니 봄도 무척이나 화사한 봄이다.

 

실제로 모디 총리 취임 이후 인도 경제는 순항 중이다. 9분기 연속 5% 이하이던 경제성장률이 2015년을 기점으로 극적으로 반전했고, 인도의 국가신용등급도 긍정적, 안정적 지표를 유지하고 있다. 2014년 이후 인도의 주식시장도 활황세다.   

   

모디 정부는 <Make-in-India> 정책을 표방하며 제조업 비중을 GDP의 25~30% 수준으로 설정하고 자동차, 섬유, 전자, 항공 등 25개 중점 육성 분야를 설정했다. 경제계의 요구도 대폭 수용하여 투명한 허가 절차를 통해 정책안정성을 대폭 높였다. 유연한 고용관계를 위한 노동법 개정이나 경쟁적이면서 단순한 조세 제도, 전자정부 구현, 원활한 에너지 수급 정책이 뒤를 이었다. 

 

외국자본은 인도에 대한 투자금액 확대로 이에 화답했다. 2014년도 452억 달러였던 외국인직접 투자금액은 2017년 6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서비스, 건설, 컴퓨터, 이동통신, 자동차 등 분야도 다양하다. 하지만 한국의 대(對)인도 직접투자 비중은 아직도 낮다. 한국의 직접투자 금액 중 중국의 비중이 15%에 달하는 반면, 인도의 비중은 고작 1.2% 수준이다.

 

▶카스트와 비즈니스

 

강연의 마지막 이슈는 카스트 제도였다. 브라만(성직자), 크샤트리아(행정권력가), 바이샤(지주와 상인), 수드라(소작농과 하인)의 4개 계층으로 이루어진 인도의 카스트 제도는 엄격한 신분제를 상징한다. 다가 아니다. 제일 아랫쪽에 위치한 불가촉천민 계층이 있다. “신분은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지는 것이다. 서로 신분이 다른 사람끼리는 혼인해서도 안 되고, 함께 음식을 먹어서도 안 된다. 모든 백성들은 자신의 신분에 맞게 충실히 일하도록 하라!” 이게 카스트 제도의 근간이었다. 이미 출생을 통해 숙명적으로 결정된 카스트는 업과 윤회의 이론에 의해 어느 누구도 벗어버릴 수 없는 삶의 굴레였다. 그렇게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결정된 카스트는 결혼, 직업, 교육의 제한뿐아니라 심지어 다른 카스트 간에는 음식물조차 나누어 먹을 수 없는 악법 중의 악법이었다. 그 중에서도 불가촉천민이라 불리는, 가장 낮은 계급에도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일반인들과 어울릴 수 없도록 주거지와 거리통행에서조차 제한을 받았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면 제도와 문화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공장이 세워지고 철도가 부설되고 버스 등 교통수단이 발전하고 우편 제도가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이 접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산업의 발달로 많은 직종이 생겨나면서 낮은 계급의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게다가 토지의 자유로운 매매가 시작되면서 카스트 간의 균형이 뒤바뀌는 경우도 발생했다. 델리 공중화장실 청소부의 50%, 델리 파탈 나가르 인력거 꾼의 50%, 바라나시 인력거꾼의 80%, 안드라프라데시 청소부와 식모의 70%가 최상층 카스트라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전근대적인 카스트 제도를 철폐하려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1950년 불가촉천민에 대한 차별은 법적으로 완전히 철폐되었다. 물론 관련한 논란이 아직도 진행형이긴 하다. 하지만 적어도 비즈니스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카스트는 중요한 이슈가 아니다. 지금의 인도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데 있어 중요한 건 계급적 카스트 제도가 아니라 오히려 클래스다. 경제력으로 구분되는 상류층에서부터 극빈층까지의 구분 말이다.

 

결론이다. 인도는 다시 일어서고 있다. 무한한 잠재력의 나라 인도다. 황하와 나일강에서 태동한 문명의 중심은 대서양을 거쳐 태평양으로 그 무게중심이 옮겨갔다. 이제 그 중심은 태평양을 거쳐 인도양을 향하고 있다. 그런 새로운 시대,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생각해야 할 때다. 시나브로 인도다ⓒ보통마케터안병민


*글쓴이 안병민 대표(fb.com/minoppa)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헬싱키경제대학원 MBA를 마쳤다. (주)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주)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주) 마케팅본부를 거쳐 (주)휴넷의 마케팅이사(CMO)로 고객행복 관리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 활동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리스타트>, <경영일탈-정답은많다>, <그래서 캐주얼>,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다양한 칼럼과 강의를 통해 "경영은 내 일의 목적과 내 삶의 이유를 진정성 있게 실천해 나가는 도전의 과정"이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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