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포스트코로나, 디지털혁신과 리더십

안병민의 [통찰을 스케치하다]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한 방 얻어맞기 전까지는 다들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다(Everyone has a plan until they get punched in the mouth)”.


전 헤비급 세계챔피언 복서 마이크 타이슨의 말이다. 씹을수록 명언이다. 기업경영 상황도 똑같아서다. 뷰카(VUCA)의 세상이다. 변동성(Volatile),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 (Ambiguity)이 칼춤을 춘다. 어지럽기 짝이 없다. 모든 게 준비되어 있는 줄 알았더니 이게 웬걸. 모든 게 제로베이스다.                                                                      

 

저희 회사 서비스니까요. 유튜브 데이터도 꼼꼼히 들여다보게 되는데요. 코로나 이후 엄청난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관련업무 담당자 채용면접만 보고 있을 정도인데요. 사실 저희도 예상치 못한 성장입니다.” 강의를 여는, 구글 조용민 부장의 일성이다. 

 

“격변기에 있어 최대의 위험은 변화 그 자체가 아니다. 과거의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이다(The greatest danger in times of turbulence is not turbulence itself, but to act with yesterday's logic).”


변화에 맟춤하는 혁신을 강조하는 피터 드러커의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 수많은 리더의 고민이다.

 

격변기에는 새로운 표준이 만들어진다. 과거의 표준을 따라서는 낙동강 오리알이 되기 십상이다. 이름하여 ‘뉴노멀(New Normal)’. 무엇이 뉴노멀인가? 첫째, 의사결정의 우선순위가 달라졌다(New Priority). 두 번째, 성공방정식이 달라졌다(New Equation). 세 번째, 속도가 달라졌다(New Speed).

 

지금껏 식당을 고를 때 중요한 기준은 맛이었다. 거기에 서비스를 추가로 보았다. 코로나가 세상을 강타한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테이블 간 거리와 위생 등 전혀 다른 기준으로 식당을 평가한다. 품고 있는 의미는 크다. ‘브랜드 드리븐 마켓(Brand Driven Market)’에서 ‘유저 드리븐 마켓(User Driven Market)’으로의 변화다. 기업이 갖고 있던 시장의 주도권이 고객에게 넘어갔다는 의미다. 지금껏 브랜드가 시장을 좌지우지했다면 이제 그 권리는 고객의 것이다.

 

범 12시 33분. 신용카드 선결제할 일이 생겨 카드앱을 열었다. A회사 카드앱. “죄송합니다. 서비스 이용시간이 아닙니다”라는 메시지가 뜬다. 신청접수조차 안 된다. 할 수없이 B회사 카드앱을 열었다. “즉시결제 신청을 접수하시겠습니까? 지금 신청시 접수만 가능하며 08:00 이후에 처리됩니다.” A회사는 접수도 받지 않는데 B회사는 접수까지는 받아준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화두라며 수많은 기업들이 업무와 서비스 등 전 분야에서 디지털을 도입했다. 하지만 결과가 이렇다. 디지털이 중요한 게 아니다. 이유와 목적을 알아야 한다. 고객은 B카드로 점점 옮겨갈 거다. 기계적인 디지털이 아니라 고객을 생각하는 디지털이라서다.

       

저희는 구글 플레이마켓에 올라오는 모든 앱들을 스코어링합니다. 60점대로 떨어지면 해당기업에게 알려줍니다. 문제가 있으니 보완하라는 거지요. 앞서 보여드렸던 A카드와 B카드를 보시면 기능상 차이는 없습니다. 하지만 A는 60점, B는 90점이 나옵니다. 이 30점 차이가 승부를 가릅니다. 그만큼 고객경험이 아주 중요해졌다는 겁니다.”

 

조용민 부장은 뉴욕시 음주운전 사고 발생 차트를 화면에 띄웠다. 특정시점을 기점으로 음주운전사고 건수가 확 줄어든 게 보였다. 우버가 서비스를 런칭한 시점이었다. 유저의 편의를 고려한 서비스가 생겨나니 고객이 움직인다. 고객의 편의를 끝까지 물고 늘어진 기업들이 세상을 바꾼다.

 

코로나는 대치동 학원가도 비켜가지 않았다. 코로나 여파로 대치동 학원들이 일제히 문을 닫았다. 정중동. 새로운 시도가 이어졌다. 강의 클래스룸을 줄이고 인터넷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고객의 의사결정 우선순위가 달라진 학원가. 대치동 학원이 인터넷 강의를 통해 전국구가 되어버렸다. 스스로도 몰랐던 시장이다. 코로나 덕분에 만들어진 새로운 시장이다. 고객의 관심사가 어떻게 바뀌는지, 의사결정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끊임없이 살펴야 하는 이유다.  

 

속도도 중요하다. 민첩해야 살아남는다. 그래서 중요해진 게 ‘베타 버전’이다.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제품을 정식으로 출시하기 전에 미처 발견하지 못한 제품의 결점을 찾아낼 목적으로 일반인에게 배포하여 사용해 보도록 하는 테스트용 버전. 베타버전의 사전적 의미다. 일단 한번 돌려보는 거다. 문제가 있으면 그때 수정, 보완하면 된다. 중요한 건 속도다. 코로나 상황에서의 마스크 정책도 그렇다. 일단 해야 한다. 문제는 지속적으로 조정하며 해결하면 된다.

 

미국에 키위라는 회사가 있다. ‘미국판 배달의민족’이다. ‘키위봇’이라는 배달로봇을 활용한다. 구글에서도 투자한 회사다. 이 회사는 고객이 음식을 주문한 후 배달되기까지 리드타임이 무척 짧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배달이 많이 발생하는 시간에 해당 식당 근처에 미리 가 있는 거다.

 

그렇다면 구글은 왜 키위에 투자했을까? 물론 키위 자체의 가치도 있다. 하지만 구글은 키위를 자율주행차 사업의 파트너로 활용한다. 아직도 자율주행차는 반려견이나 꼬마 아이를 인식하는 게 쉽지 않다. 자율주행차의 사각 지대다. 지면을 기준으로 무릎 높이의 ‘낮은 시점 지도’가 그래서 필요하다. 키위봇이 그 역할을 한다. 키위가 거리를 종횡무진 다니며 수집한 거리의 낮은 풍경. 이게 모두 데이터로 차곡차곡 쌓인다.  


말레이시아의 극장 MBO. ‘말레이시아판 CGV’다.  코로나가 퍼지자 사람들이 극장을 찾지 않는다. MBO는 근원적인 이유를 찾아 나섰다. 왜 극장에 안 올까? 파고 또 파고 들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옆자리에 모르는 사람이 앉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단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게 원인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MBO는 예매시스템을 바꾸었다. 한 자리씩 띄어 앉게끔 했다. 무너지던 매출을 그나마 방어할 수 있었다.

 

볼보의 핵심콘셉트는 ‘안전’이다. 볼보는 코로나에 대비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도 볼보답게 했다. “지금 가장 안전한 장소는 볼보자동차 안이 아닙니다.” 안전이라는 볼보만의 핵심자산을 강조하면서 집에 머물라는 사회적 메시지를 유쾌하게 전달했다.

 

최근 많은 명품 브랜드의 로고들이 다 바뀌었다. ‘CDO(Chief Digital Officer)’ 덕분이다. 이젠 럭셔리 브랜드에서도 디지털 전문가는 필수다.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비대면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온라인상에서의 문제는 로딩 속도다. 2초 안에 화면이 다 뜨지 않으면 고객은 나가버린다. 무거운 이미지 파일에서 픽셀을 줄인 가벼운 폰트로 로고디자인을 바꿔버린 배경이다. 디지털이 브랜드 로고를 바꿔버리는 요즘이다. 디지털의 힘이 이토록 세다.

 

돌체앤가바나 패션쇼. 새로운 패션파우치와 핸드백. 예전 같으면 모델이 들고 런웨이를 수놓았을 터다. 지금은 아니다. 드론이 아이템을 걸고 런웨이를 비행한다. 그런 세상이다.


영화 하이라이트처럼 디지털 혁신의 다양한 사례들이 강연 내내 쏟아져 나왔다. 급격한 변화의 시대, 리더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조용민 부장은 세 가지를 얘기했다. 1) 제대로 된 이유를 찾아라(Find Right Why). 2) 피봇을 마스터하라(Master the Pivot). 3) 고객친화적이 되어라(Be User-Friendly).

 

1) 제대로 된 이유를 찾아라(Find Right Why)


요즘은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나라도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다. 하지만 곳곳에 세워져 있는 ‘천천히’ 표지판. 이를 눈여겨 보고 속도를 줄이는 라이더는 없다. 제 역할을 못하는 표지판이다. 도쿄에는 특이한 자전거 도로가 있다. 교차로 근처의 자전거 도로를 지그재그 형태로 만들어놓은 거다. 속도를 내려야 낼 수가 없다. 그 길을 따라 가려면 속도를 줄여야만 한다. 이런 게 제대로 된 이유를 끝까지 추구하는 거다. 이 일을 왜 하는지 이유를 찾아 그 목적 달성을 위해 악착같이 물고 늘어지는 거다. “안 되는데요” 하고 말면 매사가 그렇게 끝나버린다.

 

미국 출장 갈 때면 구글지도를 사용합니다. 길찾기도 편하지만 식당을 예약할 때 진짜 편하거든요. 날짜와 시간을 넣고 식당을 예약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데요. 문제는 식당 예약이 다 찼을 경우입니다? 일반적인 앱이라면 “예약이 불가합니다” 하고 끝났을 겁니다. 하지만 구글지도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의 캘린더와 연동하여 그 사람의 일정, 동선 등을 확인해서 예약하려 했던 날짜 앞뒤 날 예약 가능 여부를 함께 확인해주는 겁니다. 정확한 Why가 뭐냐? 식당 예약 서비스의 핵심은 식당을 예약해주는 거지요. 그걸 해결해주는 겁니다. 어떻게든 그 식당에 앉혀서 밥을 먹이겠다는 의지가 들어가 있는 거지요(웃음).“ 무얼 하든 내가 하는 일의 이유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할 수 있다.

 

다음은 풍력발전기 사례다. 바람은 높은 곳에서 더 많이, 더 세게 분다. 풍력발전의 효율이 고도가 높아질수록 더 높다는 얘기다. 하지만 높은 타워를 건립하자니 비용이 늘어난다. 개선방안은? 구글 자회사인 마카니파워는 연을 떠올렸다. 프로펠러 8개를 장착한 비행기 형태의 연을 공중에 띄워 바람의 힘으로 전기를 만드는 거다. 바람이 지상 80m보다 3배쯤 강한 1㎞ 상공에서는 전력을 8배나 많이 생산할 수 있다. 280톤의 풍력발전기 타워가 2,300kw의 전기를 만들어내는 데 비해, 마카니에서는 11톤 타워를 통해 600kw의 전기를 생산한다. 생산효율이 엄청나게 올랐다. 바람이 약한 곳에서도 이젠 연만 띄우면 전기 생산이 가능해졌다.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자원이 엄청 늘어난 거다. 영토 확장이나 다를 바 없다.

 

2) 피봇을 마스터하라(Master the Pivot)

 

피봇은 농구, 핸드볼, 배드민턴 따위의 구기나 댄스에서, 한 발을 축으로 하여 회전하는 걸 가리킨다. 기업 경영 측면에서는 ‘유연함’으로 읽는다.  

 

여기, 특정 유튜브 콘텐츠의 시청자 특성을 살펴보자. 2018년만 해도 중장년 남성들만 보던 콘텐츠였다. 그런데 2019년에 들어서면서부터 젊은 여성들이 시청자 그룹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다름 아닌 씨름 영상이다. 일명 ‘씨름돌’ 탄생 배경이다. 씨름 잘하는, 잘 생기고 멋진 선수들이 유튜브를 통해 새롭게 조명을 받기 시작한 거다. 18~24세의 젊은 여성 시청자들이 그 중심에 있었다.

 

유튜브는 이런 씨름 영상의 시청률을 분 단위로 분석했다. 멋진 선수들의 얼굴이나 몸이 클로즈업될 때 시청률은 솟았다. 반대로 관중석에 있는 할아버지들의 대화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면 시청률은 고꾸라졌다. 이런 데이터는 대박콘텐츠를 만드는 데 있어 중요한 자료다. 이제는 콘텐츠 만드는 일에도 데이터가 핵심이라서다. 감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게 아니다. 데이터를 분석해서 콘텐츠를 만든다. 과거의 이론과 경험에 갇히지 않는다. 깨부수고 나온다. 유연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걸 제일 잘 하는 회사가 넷플릭스다. 전체 드라마 시리즈 중에서 몇 회에서 불륜이 나와야, 몇 회에서 살인사건이 터져야 시청률이 오르는지 데이터를 통해 구조화를 시킨다.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의 나이 차가 몇 살이 나면 시청률이 높을까? 넷플릭스에 물어볼 일이다.  

 

우리가 가진 역량을 다른 쪽으로 활용할 수 없는지 살펴야 한다. 피봇의 기회는 거기서 생겨난다. 영상의 모자이크를 제거하는 기술을 가진 회사는 해당 원천기술을 통해 영상이나 이미지의 뒷배경을 날려버리는 기술을 개발했다. 비대면접촉에 의한 영상통화가 늘어나면서 이 기술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 피보팅의 성과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국립중앙박물관의 세종대왕 특별전, 프랑스미술관의 달리 특별전 역시 피보팅의 사례다. 음성분석 기술을 기반으로 프랑스 루이14세의 목소리를 재현해서 공연에 활용한 사례는 백미다.

 

3) 고객친화적이 되어라(Be User-Friendly)

 

배우 박중훈이 말했다. 톰 행크스를 만난 적이 있다고. 헐리우드에서 박중훈을 만난 날, 톰 행크스가 박중훈을 반갑게 껴안으면서 그랬단다. “내 별명이 뭔지 아냐? 미국 박중훈이다.” 이 한마디에 박중훈이 녹아내렸다. 비스포크(bespoke). 고객의 요구에 따라 맞춤형으로 생산하는 걸 일컫는 단어다. 톰 행크스가 박중훈에게 건넨 인사말이 바로 비스포크다. 맞춤형 메시지. 그러니 그 감동은 배가된다. 유저 프렌들리, 고객친화적이라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이다. 헬스클럽 트레이너 면접장. 사장이 질문한다. “스쿼트를 설명해보세요.” 스쿼트를 아는지 모르는지 확인하려는 게 아니다. 고객에 따라 맞춤형으로 설명가능한지 확인하려는 거다.

 

손끝으로 선생님과 친구의 얼굴을 본 뜬 조각. 시각장애인 졸업생에게 주는 선물이다. 대구광명학교 졸업식 장면. 선생님의 기획이다. 맞춤형 선물. 학생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얼마나 애틋하게 생각하면 가능한 일일까? ‘유저 프렌들리’는 그만큼 고객을 진심으로 생각할 때 발현된다.

 

창살 없는 방범창을 개발한 업체의 사장님도 그렇다. 부실한 창으로 피해를 입는 시민들의 안전이 늘 걱정되어 개발한 방범창이다. 이걸 테스트하는 장면. 온 몸의 힘을 다해 창문을 열려고 안간힘을 쓴다. 이쪽 저쪽 방향을 바꾸어 가며 열어보려 하지만 창문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창틀이 부서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온 몸의 힘을 다해 테스트에 임하는 사장님의 표정은 진지하기 이를 데 없다. 묘한 불균형. 웃음의 포인트다. 유튜브에 올라온 이 영상을 보고 사람들이 댓글을 단다. “살 테니까 제발 그만 하세요.” “웃긴데 멋있다.” 고객을 생각하는 진정성이 고객을 감동시키는 현장이다.

 

리더의 고민이 깊고 큰 요즘이다. 세상의 변화가 짐작도 되지 않아서다. 디지털혁신에 코로나까지 겹치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시쳇말로 멘붕. 그래서 오늘의 강연이 그나마 도움이 된다. ‘새로운 정상(New Normal)’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 의사결정의 우선순위, 성공의 방정식, 변화의 속도, 모든 게 달라졌다. 거기에 덧붙여 고민할 부분이 바로 1) 내 일의 목적을 제대로 알고 거기에 집중하는 것, 2) 나의 핵심역량을 중심으로 다른 쪽으로도 유연하게 확장하는 것, 마지막으로 3) 고객의 관점에서 고객을 진심으로 위하는 것이다. 오늘의 핵심 메시지다. 곰곰이 곱씹어보아야 할 내용들. 리더의 고민은 더욱 깊어간다. 그래도 머리 속이 조금은 맑아진 것 같다. ⓒ혁신가이드안병민


● '방구석5분혁신' 브런치 글이 내 일과 삶의 행복한 경영혁신에 도움이 되었다면 잊지 마세요, 구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