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 맞은 대추나무’라는 카페가 있었다. 대추나무가 벼락을 맞으면 어떤 모습일까, 늘 궁금했다. 그 궁금증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하지만 벼락 맞은 대추나무의 심정은 알 수 있을 듯한 요즘이다. 벼락처럼 세상을 강타한 코로나 덕분(?)이다.
패션쇼 런웨이에서 모델이 사라졌다. 올 시즌 새로 출시된 핸드백을 들고 무대에 오른 이는 모델이 아니라 드론이었다. 핸드백을 매단 드론들이 줄 지어 런웨이 무대를 날아다녔다. 디지털이 빚어낸 세상의 작은 변화 중 하나다. 그렇지 않아도 4차 산업혁명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다 해서 상전벽해의 변화가 이어진다. 비즈니스 현장의 리더와 CEO들은 하나같이 하소연한다. 경영이 이토록 힘든 적이 없었다 토로한다. 게다가 조직의 주류로 떠오른 MZ세대와의 소통도 힘들다. 설상가상, 여기에 또 하나의 벼락 같은 변수가 생겨났으니, 코로나다. 세상은 어떻게 변하고 있으며,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 글은 사상 초유의 팬데믹이 몰고 온 언택트, 그리고 새로운 세상에 맞춤하는 우리의 혁신 방향을 짚어보는 거친 스케치다.
1 일상이 달라지고 있다
“세계는 코로나 이전(BC:Before Corona)과 코로나 이후(AC:After Corona)로 나뉠 것이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의 말이다. 그만큼 코로나가 세상에 그어놓은 획이 크고 굵다는 의미다. 실제로 그렇다. 코로나는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눈에 보이는 대로 몇 가지만 짚어보자. 먼저 여행이다. 해마다 해외여행객 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들어오고 나가는 여행객들로 공항은 늘 북적였다. 항공사와 여행사는 계속 늘어났고,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비행기 조종사의 몸값은 금값이었다. 이 뜨거운 비즈니스 현장에 코로나는 찬물을 끼얹었다. 2020년 5월 기준, 출입국 여행자수는 해외여행 자유화 초기인 1980년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지난 3~4월 국제선 탑승객수는 80만명으로 작년 동기 1,503만명 대비 95%가 감소했고, 올해 들어 400개 여행사가 휴업과 폐업에 들어갔다. 하루 세 개꼴이다. 어느 샌가 여행은 금지된 취미가 되어버렸다.
일상의 변화는 집에서도 나타난다. 코로나는 재택근무라는 새로운 양식을 우리에게 요구했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생존을 위한 당위의 이슈였다. 비즈니스 분야만이 아니었다. 온라인 교육, 모바일 쇼핑, 원격 의료가 뒤따랐다. 이 모든 활동이 모두 집에서 이루어졌다.
‘코로나 집콕 시대’는 새로운 소비 패턴을 낳았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니 가구 매출이 늘어났다. 조명 하나만 바꿔줘도 집안 분위기가 확 달라지니 사람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국내 가구업체 빅5의 시가 총액이 32%나 올랐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니 외식은 줄었다. 외식의 감소는 곧 집밥의 증가를 의미한다. 매 끼니 밥을 해먹을 수는 없으니 늘어나는 게 ‘밀키트(Meal kit)’ 제품 구매다. 밀키트는 손질이 끝난 식재료와 양념을 넣고 정해진 순서대로 조리하기만 하면 되는 가정간편식이다. ‘집밥’과 ‘집콕’이 늘어나니 따라서 늘어나는 수요가 있다. 에어프라이어, 믹서기 등 조리를 위한 소형가전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코로나가 아니라 코로나 할아버지가 와도 기본적인 소통의 욕구마저 없애버릴 수는 없다. 인터넷을 통한 연결. 컴퓨터 앞에 각자 맥주를 들고 앉아 다른 친구들과 실시간 화상채팅을 하며 회식을 하는 식이다. ‘랜선회식’이다. 단순한 개인적 만남뿐만 아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6월, ‘방구석에서 즐기는 방탄소년단 콘서트’, 이름하여 ‘방방콘 더 라이브’를 진행했다. 방탄소년단의 공연 실황을 인터넷으로 중계한 행사. 전 세계 75만 여명의 팬이 온라인으로 이 공연을 지켜봤다. 5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스타디움 공연 15회 수치에 맞먹는 기록이다. 90분 공연의 매출은 220억원이었다. 오프라인에서의 덕질이 랜선으로 이어졌고, 랜선을 통한 만남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증명해냈다. ‘랜선중계’는 이제 기업들의 마케팅 수단이나 지식협업의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기아차는 4세대 소렌토 런칭쇼를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매년 6천명씩 참가하던 마이크로소프트의 개발자 회의는 올해는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참석자는 무려 10만명이었다.
쇼핑 분야 변화도 크다. 대형 할인점의 쇠락은 코로나 이전부터였다. 1인가구의 증가와 인터넷 쇼핑의 편리함은 대형마트의 쇠락을 부추겼다. 이 불씨에 코로나는 기름을 부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쇼핑몰 매출은 급전직하했다. 그 빈 자리를 온라인 쇼핑과 모바일 거래가 채웠다. 쿠팡, 배달의민족, 마켓컬리 같은 회사들이 주목 받은 이유다. 그렇다고 비대면 방식의 모든 쇼핑이 재미를 본 건 아니다. 패션과 뷰티 분야는 타격을 받았다. 이른바 ‘사지 않고 사는 삶’ 때문이다. 집 밖에 나갈 일이 줄어드니 예쁜 옷을 입을 일이 없다. 나간다 하더라도 마스크를 껴야 하니 공 들여 화장할 일이 없다. ‘코로나로 인해 소비의 우선순위를 더 따진다’는 문항에 대한 동의율이 74%에 달했다. 대홍기획 빅데이터 마케팅센터의 조사결과다. 끝없이 추락하는 경기지표에, 시중의 소비심리도 급속히 얼어붙었다.
거칠게나마 살펴본 우리 사회 일상의 변화는 결국 한 단어로 수렴된다. 비대면접촉, 이름하여 ‘언택트’. 바야흐로 ‘언택트 전성시대’다.
2 언택트에서 읽어내는 사회경제적 변화
코로나는 역대 어떤 바이러스보다 강력하다. 그 전염성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생존이 걸린 범 지구적 위기다. 주어진 옵션은 격리와 폐쇄, 단절과 고립. 원하든 원치 않든 상관 없다. 더 이상의 선택지가 없다. 결론은 언택트다. 접촉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다. 접촉을 안 할 수는 없으니 이렇게라도 접촉하겠다는 거다. 접촉 방식의 완벽한 변화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여파로 언택트는 이미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왔다. 그 변화에 속도를 붙여준 게 코로나다. 불안하니 콘택트할 수 없다. 생존본능의 발로다. 그런데 웬걸, 불안해서 쓰게 된 언택트라는 소통의 방식. 써보니 이게 또 편리하다. 기대 이상이다. 언택트가 새로운 가치로 떠오른 이유다. ‘불안’과 ‘편리’를 연료 삼아 언택트는 이제 하늘을 난다. 언택트라는 소통의 방식은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고 있다. 그 변화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1) 일상의 집, ‘수퍼홈’으로 진화하다
안심과 안전. 코로나 때문에 부상한 일상의 화두다. 집만큼 안전한 공간이 세상에 어디 있으랴. 밖으로 나돌던 사람들이 너도나도 ‘집콕’행이다. 재택근무에 원격교육마저 일상화되니 나갈 일은 더욱 없다. 잠만 자던 공간. 후순위에 밀려있던 집의 위상이 순식간에 올라갔다. “전 세계의 인재를 두루 채용할 수 있고, 페이스북의 성장 산업인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을 촉진할 수 있다.”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의 말이다. 지금의 재택근무 시스템을 코로나와 상관없이 중장기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얘기다. 재택근무는 이제 뉴노멀이다. 다가 아니다. 코로나로 인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사람들. 그들은 이제 집에서 운동을 한다. 홈트레이닝, 이른바 ‘홈트족’의 탄생이다. 홈트족 역시 시작은 코로나 이전부터였다. 코로나와 함께 더욱 늘어났다. 사무실이자 교실이자 체육관이자 레스토랑이 되어야 하는 집은, 더 이상 우리가 알던 예전의 그 집이 아니다. 멀티홈을 넘어 수퍼홈 시대다.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는다면? 주파수를 ‘집’에다 맞출 일이다.
2) 선택 받은 소수, ‘프리미엄 멤버십’이 뜬다
아무리 집이 안전하다 해도 집에만 머물 수는 없는 일이다. 내 집에 대한 확장 욕구는 자연스럽다. 물리적 확장이 아니다. 심리적 확장이다. 집인 듯, 집 아닌, 집 같은 공간에 대한 욕망. 사람들은 기꺼이 그런 공간을 구매한다. 예컨대, 고급 호텔이나 리조트의 프라이빗 멤버십 공간들. 프라이빗 공간이니 아무나 드나들 수 없다. 고급 호텔에서 운영하니 방역 또한 빈틈 없으리라. 사람들의 안심공간은 집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넘어 그렇게 확장된다. 퍼스널쇼핑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구매할 수 있는 쇼핑몰이나 일반 백화점의 매출은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특정 시간에, 특정 공간에서, 소수 특정인들만을 위한 특별한 쇼핑은 오히려 매출이 늘었다. VIP 고객을 위해 고급백화점이나 명품 브랜드가 운영하는 퍼스널 쇼핑 이야기다.
소수를 위한 프리미엄 멤버십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예전에는 사회적 지위와 부의 과시와 확인이라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관심이었다면, 지금은 다르다. 안전과 안심이라는 가치가 더 붙었다. 선택 받은 소수를 위한 프리미엄 서비스의 수요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의 욕망을 채워줄 수 있다면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
3) 디지털, ‘편리한 단절’을 빚어내다
언택트는 디지털 혁신의 결과이지, 목표가 아니었다. 그러나 언택트를 체험한 이들은 말한다. 언택트가 더 좋다고. 언택트가 더 낫다고. 대면접촉의 불편함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관계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서로간의 관계로 인한 괜한 감정 소모가 싫은 거다. 직급과 나이에 상관없이 반말로만 소통하는 스타트업이 생겨나는 배경이다. 이동을 위해 돈을 지불하고 타는 택시에서 택시기사의 인생훈수나 정치평론을 들어야 하는 상황도 그렇다. ‘타다’ 서비스가 각광받았던 여러 이유 중의 하나가 손님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는 거였다. 쇼핑도 마찬가지다. 둘러보다 내가 궁금하면 알아서 물어볼 텐데, 처음부터 바짝 옆에 붙어서서 끊임없이 말을 건넨다. 부담스럽다.
다들 언택트를 원하니 디지털 혁신은 더욱 속도를 낸다. 대표적인 게 로봇이다. 다른 사람과의 불필요한 감정 교류 없이 디지털을 통해 필요한 용건만 해결할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편하다. 공항과 대형병원 등에서는 이미 안내로봇이 활동 중이다. 식당 서빙로봇도 생겨났다. 요리로봇은 이미 성업 중이니 스마트폰으로 음식을 주문하는 요즘, 배달로봇까지 상용화되면 주문-조리-배송의 전 과정에서 사람과의 접촉은 완벽하게 사라진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3D프린팅, 드론, 블록체인 등 미래 시점의 과학영화에서나 구현될 법한 여타 디지털 혁신 기술들 역시 잘 들여다보아야 한다. 우리 삶에서 아직 저만큼 떨어져있는(것처럼 느껴지는) 기술들이다. 일상에의 접목 속도가 무척이나 빨라질 것이다. 또 다른 비즈니스 기회다.
4) 투명성, 열어야 산다
언택트는 필연적으로 데이터를 낳는다. 데이터는 곧 기록이며, 근거다. 사람끼리 주고 받을 때는 증인이나 증거가 없으면 이를 입증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언택트로 주고 받는 요즘엔 다르다. 사과박스에 5만원권 가득 채워 차 트렁크에 넣어주던 뇌물 비리는 적어도 형식상으로는 옛날 얘기가 되었다. 언택트는 곧 투명성의 확보를 의미하고, 이는 곧 신뢰의 기반이 된다.
언택트는 업무방식에 대한 시각도 바꿔놓는다. 예전 농경시대에는 업무 수행에 대한 판단 기준은 오롯이 시간이었다. 5시간 일한 사람보다 8시간 일한 사람이 더 많은 몫을 가져갔다. 지금은 다르다. 능력만 있으면 더 많은 일을 더 빨리 끝낼 수 있다. 지정된 사무실에서만 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햇빛 부서지는 근사한 바닷가나, 눈 덮인 설산의 오두막집이나,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으면 아무 문제없다. 어디나 일터가 된다. 디지털 노매드의 일상이다.
그렇다면 생각해 볼 일이다. 예전 콘택트 시대에는 네트워킹과 인맥, 권위가 사회생활의 핵심 변수였다. “같이 술 한 잔 먹어보니 괜찮은 친구던데.” 이런 얘기 들으려고 좋아하지도 않는 술자리를 무던히도 쫓아다녔던 우리 사회다. ‘평생직장’의 시절이었으니, 상사나 선배의 권위는 무소불위였다. 서로 밀어주고 서로 당겨주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언택트 시대. 대면접촉이 원천적으로 사라지니 이제는 뭐가 중요할까? 그렇다, 실력이다. 다른 거 필요 없다. 성과로 보여주는 거다.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투명성은 실력자의 도약대가 된다. 인재에 대한, 기업의 근본적 시각 교정이 뒤따를 전망이다.
3 뿌리부터 혁신하라
중심이 주변으로 밀려나고, 주변이 중심으로 부상하는 변화의 시대다. 누군가는 스러질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일어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도 얘기했다. 코로나는 기업인에게 기업을 재편하고 성장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라고.
날마다 맛난 먹이를 가져다 주는 주인을 보고 피둥피둥 살이 오른 칠면조는 생각한다. ‘내일도 맛난 먹이를 가져다 주겠지.’ 오산이었다. 주인은 먹이 대신 시퍼렇게 날이 선 칼을 들고 왔다. 추수감사절 전날이었다. 어제 그랬다고 오늘도 그러라는 법은 없다. 세상은 매 순간 변한다. 코로나가 묻는다. “병원 꼭 직접 가야 돼?”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들이 지금은 당연한 듯 일어난다. 격변의 세상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하나다. 지식과 경험, 이념과 신념의 감옥에서 탈출하는 거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제목이다. 이 문장은 이 시대의 리더와 CEO에게도 유용하다. 그때는 틀렸더라도 지금은 맞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콘택트에서 언택트로의 변화. 팬데믹이 빚어낸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다. 고객과 시장이, 우리 일과 우리 삶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늘 그렇듯 변화가 문제라면, 해답은 혁신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망치를 든 인간에게는 모든 게 못으로 보인다.”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말이다. 알량한 도구 하나 갖고 있으니 세상 모든 걸 다 가진 것 같다. 그러니 문제만 보이면 망치로 냅다 후려치려 든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도구에 연연해선 안 될 일이다. 도구로서의 지식은 더 이상 현장에 맞지 않는다. 도구는 과거의 것이라서다. 도구에는 목적이 빠져서다. 연을 날릴 때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건 연이지 실이 아니다. 그럼에도 자꾸만 실에 연연한다. 목적과 수단의 주객전도다.
잡내 하나도 없이 기가 막힌 내장탕을 끓여내는 식당이 있다. 사람들이 묻는다. “비결이 뭔가요?” 사장이 대답한다. “그저 잡내가 안 날 때까지 씻습니다.” 며느리도 모르는 비법이나 묘책은 없다. 어떤 목적으로 내장탕을 끓이느냐가 관건이다. 손님들의 행복한 한 끼를 만들겠다는 식당 사장님의 목적이 세상에 없는 내장탕을 끓여낸다. 목적이 답이다. 코로나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도 똑같다. 가지나 이파리 차원의 얄팍한 혁신 흉내로는 부족하다. 뿌리 차원의 진짜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K팝 안무장인’이라 불리는 배윤정 단장은 말한다. “댄서에 대한 대우는 참 열악했다. '우리가 무대 뒤에서 힘껏 도와주는데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지?' 후배들에겐 다른 세상을 물려주고 싶었다.” 그가 일하는 이유다. 그가 춤을 추고 안무를 짜는 건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다. 후배들에게 다른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서다. “내 인생의 목표는 죽는 날까지 어제보다 더 나은 스시를 만드는 것이다.” 세계 최고령 미슐랭 3스타 셰프인 일본의 스시 장인 오노 지로의 말이다.
목적이 있어야 방향이 잡힌다. 내 일의 목적은 곧 내 삶의 나침반이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그저 뛰어가는 삶은, 그래서 슬프고 안타깝다. 묻고 또 물어야 한다. Why am I doing this? 나는 이 일을 왜 하고 있나? 단지 ‘먹고 살기 위해서’ 혹은 ‘어쩌다 보니’라는 대답으로는 작은 위기에도 쉬이 넘어진다. 일의 목적이 없으니 이내 포기하고 만다. 일의 목적을 아는 사람은 어떻게든 위기를 이겨내려 노력한다. 혁신은 그런 과정에서 빚어진다. 내 일의 목적, 지금부터라도 찾아야 한다. 그걸로 고객을 감동시키면 마케팅이 되고, 그걸로 직원과 동료를 감동시키면 리더십이 된다. 팬데믹이 야기한, 변동성(V)과 불확실성(U), 복잡성(C)과 모호성(A)이 지배하는 ‘VUCA 세상’. 그럴수록 우리의 혁신은 뿌리부터여야 한다. 내 일의 목적과 내 삶의 이유를 찾아 실재화하는 도전의 과정이 곧 혁신이다.
“세상에 나쁜 날씨는 없다. 맞지 않는 복장이 있을 뿐이다. 날씨는 계속 변한다.” 스코틀랜드 속담이다. 좋은 날씨, 나쁜 날씨가 따로 없듯 좋은 변화, 나쁜 변화 역시 따로 없다. 변화는 상수다. 선택지는 두 개다. 혁신 아니면 봉변이다. 뿌리가 튼튼해야 이겨낼 수 있는 위기다. 이왕 할 혁신이라면 시작은 뿌리부터여야 한다. 도구가 아닌 목적의 혁신. 그게 뿌리혁신이다. ⓒ혁신가이드안병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