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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고찰 : '부당한 보상'에 분노하는 그들

안병민의 [통찰을 스케치하다]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개인 아닌 집단성과가 공정한가”, “MZ세대에게 공정은 '철학 아닌 실용'”, “MZ세대 “성과급 불공정”…놀란 기업 지급기준 손질”, “‘공정한 성과보상’ MZ세대 눈높이 맞춘다” 


‘MZ세대’와 ‘성과급 논란’을 검색어로 인터넷을 뒤졌다. 수많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온다. 시작은 2021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 대기업에서 시작된 보상체계 산정 논란이었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2배로 늘었는데도 성과급은 작년 금액 그대로라는 게 문제였다. 입사 4년차 직원 하나가 대표이사를 비롯하여 전 임직원에게 항의성 메일을 보냈다. 성과급 산출방식과 계산법을 밝히라는 내용이었다. 그룹 회장과 대표이사가 진화에 나섰다.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쓰겠다는 합의가 이루어지고서야 사태는 진정되었다. 


그렇다면 의문이다. 이른바 MZ세대가 이야기하는 ‘공정한 보상’이란 무엇일까? ‘공정’의 의미는 무엇이고, 그들에게 ‘보상’이란 어떤 의미일까? 이러한 질문에 지혜로운 답을 찾아줄 전문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신재용 교수다. 신교수는 기업의 성과평가와 보상 및 지배구조를 연구하는 학자다. 그가 말하는 '공정한 보상'을 짚어본다. 


▶ MZ세대가 말하는 공정 그리고 능력주의 


대한민국 전체로 보면 국내 인구의 34%로 1,700만여 명. 이미 웬만한 대기업 직원의 50~60%가 MZ세대다. 75%에 육박하는 그룹도 있다. 많은 기업들이 이들 MZ세대와 치열한 세대 전쟁을 치루고 있다. 기성세대와 무척이나 달라서다. 그런 이들이 이젠 조직 내 주류로 부상했다. 성과를 내기 위해 수많은 조직의 리더들이 MZ세대를 공부하는 이유다. 


MZ세대의 출생은 대략 85년부터로 본다. 60년대에 태어난 586세대부터 90년대 후반에 태어난 Z세대에 이르기까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는 무척이나 크다. 586세대는 정치적 이념을 중시한다. 집단주의 문화다. 70년대 태어난 X세대 때부터 개인주의 문화가 시작되었다. 개성을 중시했지만, 조직에는 순응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8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밀레니얼세대들은 많은 게 달랐다. 그들의 성장기는 저성장 시대를 관통했다. 취업난을 경험한 세대이며, 일상화된 구조조정을 목격한 세대이다. 조직이 내 삶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걸 잘 안다. 이후 태어난 Z세대와 함께 디지털 문화에도 익숙하다. 

내가 받은 성과급이 적다고, 대표를 포함하여 전 임직원에게 메일을 쓴다는 게 이해가 되나? 기성 세대에게는 말도 안 되는 일이 MZ세대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그 차이를 이해하려면 그들이 살아온 세월과 시대에 돋보기를 들이대야 한다. 소통과 이해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MZ세대가 무척이나 민감하게 여기는 키워드가 있다. 공정이다. 보상에 있어서의 공정성은 특히 중요하다. 물론 보상은 시대와 세대를 초월하여 중요한 가치다. 기성 세대도 불공정하면 싫어한다. 중요한 건 공정에 대한 기준이 다르다는 거다. 이를테면, 공정이란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또 어느 정도라야 공정한 건지에 대한 생각 말이다. 


그렇다면 MZ세대가 원하는 공정이란 과연 무엇일까? 답을 찾기 위해서는 그들이 겪어온 시대를 살펴야 한다. MZ세대는 불안하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크다. 아무리 찾아봐도 장밋빛 전망이 없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달랐다. 그들이 젊었을 때의 경제성장률은 15% 수준이었다. 조금 과장하자면, 무얼 하든 성공은 따놓은 당상이었다. 


반면, MZ세대 85년생이 사회에 진출하던 2008년 즈음의 경제성장률은 3% 수준. 미래에 대한 MZ세대의 불안이 클 수 밖에. 부모보다 못 사는 최초의 세대가 될 것이라는 불안감에 MZ세대는 생존을 위한 이익 추구와 확보에 몰두한다. 확실한 내 이익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교환’이라는 키워드가 그래서 나온다. 나는 누구보다도 많이 노력했으니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고 싶다는 바람이다. 인풋 대비 아웃풋을 철저하게 따지는 그들은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한다. MZ세대가 말하는 공정이란 이런 거다. 


공정에 대한 이런 생각은 ‘능력주의’로 이어진다. 2017년말 서울메트로, 2020년 인천국제공사 등 공공기업과 기관 등에서 이슈가 되었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취준생과 화이트칼라 MZ세대들은 격렬하게 반발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우량 공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다. 그런데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그저 취업한다고? 그들 눈에는 이런 불공정이 없다. 


능력주의의 부상은 MZ세대가 감내해야 했던 학력 평가와 대학입시 제도에서 비롯된다. 말 그대로 숨막히는 경쟁을 뚫고 이 자리까지 온 그들이다. “치열한 경쟁? 나 때도 그랬는데.” 기성 세대의 착각이다. 경쟁의 형태가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예전에는 ‘시험 한 방’ 형식의 경쟁이었다. 지금은 모든 일상이 평가의 대상이다. 숨 돌릴 틈 없는 평가의 연속인 셈이다. 



94년생만 놓고 보자. 72만명이 태어났다. 이 중 수능을 본 사람이 67만명이다. 2012년 수능을 본 이들이 대략 사회에 진출하는 시점인 2017년의 일자리 상황은 어땠을까? 이른바 ‘좋은 일자리’라고 하는 10개 그룹과 공기업의 신입사원, 공무원과 의사, 한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의 전문직의 신규 임용 숫자를 합하니 대략 13만 개가 나온다. 수능을 보았던 인구 대비 20%가 채 안 되는 수치다. 


예전과 달리 경쟁은 그 시작도 빨라졌고, 단계 역시 많아졌다. 91년생 A군을 기준으로 경쟁의 강도를 짚어보자. 96년 국내 최초로 영어유치원이 개원했다. 유치원 입학을 위해 테스트를 치뤄야 했다. 그 전에는 없었던 일이다. 2005년에는 국제중학교라는 게 생겼다. 특성화중학교도 개교했다. 22대 1의 엄청난 경쟁률을 기록했다. 중학교라는 건 그저 배정받아 맘 편하게 가던 거였던 기성세대와는 차원이 다른 중학 입시다. ‘1점에 목숨 거는’ 입시 세태가 중학교부터 시작된 거다. 


다가 아니다. 특목고 열풍이 분 게 2000년대 중반부터다. A군이 대학에 들어가던 2011년에는 명문대 입학이 훨씬 힘들어졌다. 수시 입학 정원이 정시보다 늘어난 것도 2007년이 기점이었다. 입시를 위한 학교 생활기록부의 중요성이 매우 커졌다. 요컨대, 평가의 기본적인 틀이 장기적, 정성적, 종합적으로 바뀌었다는 얘기다. 평소에 놀다가 벼락치기로 좋은 성적 받으면 되는 체계가 아닌 거다. 매일매일이 평가의 연속인 거다. 하루하루가 경쟁의 연속인 거다. 그러니 학생들 입장에선 시스템의 공정성에 예민해질 수 밖에 없다. 선생님들의 선의나 호의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가계소비 지출액에서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끝없이 올라갔다. 반대로 수능 응시인원 대비 이른바 명문대학교의 입학정원은 계속 줄어들었다. 그래도 대학을 졸업하면 꽃길이 열리는 것 아니냐고? 천만에. 2016년 이후 경기 불황으로 대기업 신입 공채규모는 지속적으로 줄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지금의 MZ세대는 경쟁의 룰에 예민할 수 밖에 없는 거다. 


눈을 조금 돌려보자. 성과를 이루는 요소는 어떤 것일까? 재능이 있겠다. 운도 뒤따라야겠다. 노력도 있다. 말하자면 성과는 노력과 운, 재능이 빚어내는 함수값이다. 그런데, 재능과 운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다. 그런데 노력은 내가 마음먹기에 달렸다. 재능이 없기에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했다는 얘기들을 그래서 자주 듣는다. 그렇다면 한번 생각해보자. 진짜, 노력은 통제 가능한 변수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글쎄다. 왜냐고? 노력이란 것도 엄밀히 따지자면 그 사람의 성격에 좌우된다. 끈기, 인내심, 참을성, 집념 등의 요소가 노력을 만들어내서다. 그렇게 보면 이런 요소들은 온전히 후천적인 것일까? 이런 요소 역시 유전 혹은 환경 등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요소인 셈이다. 일종의 ‘유전자 로또’다. 


실제로 미국의 하버드를 비롯한 많은 아이비리그 학생들의 가정 형편이 소득 상위권에 속한다는 통계가 있다.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집의 아이들이 명문대에 진학할 확률이 높다는 거다. 능력주의에 허점과 문제가 많다는 주장이 나오는 건 그래서다. 대표적인 게 마이클 샌델의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이다. 그의 주장을 빌자면, 세습 신분주의가 공정하지 않은 것처럼 능력주의 역시 공정하지 않다. 


그럼에도 MZ세대는 능력주의를 선호한다. ‘좋아서’가 아니다. ‘그나마’다. 기계적 평등을 싫어하는 한국인은 노력과 능력에 따른 보상의 차등분배를 선호한다. 2018년도 ‘한국사회 공정성 인식 조사 보고서’ 결과다. 한국인이 가장 중시하는 보상의 차등 기준은 태도, 과정, 근면성과 같은 ‘노력’이다. 노력 역시 개인이 100% 콘트롤할 수 없는 요소라 해도 운과는 다르다. 어차피 다른 대안이 없으니 ‘그나마’ 능력주의인 거다. 그런 측면에서 MZ세대의 생각은 평등을 이야기하는 진보교육계보다는 사교육에 올인하는 ‘대치동 엄마’에 가깝다. 시험 기반의 능력주의를 선호한다는 말이다. 


▶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확실한 지금을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보았는지? 1라운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부터 5라운드 ‘유리징검다리’까지, 5개의 게임 중에서 가장 공정한 게임은 무엇일까? 5개 모두 운과 능력이 중요한 게임이다. 상대적인 가중치가 다를 뿐이다. 가령, 줄다리기는 운과 능력, 모두 필요하다. 내 능력도 중요하지만, 어떤 사람들과 팀을 이루게 될 지도 중요하다. 달고나뽑기도 마찬가지다. 어떤 모양을 뽑을지 운도 필요하지만, 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제대로 모양을 뽑아내면 이기는 거다. 


반면, 유리징검다리 게임은 100% 운이 좌우한다. 앞 번호를 뽑으면 무조건 죽는다. MZ세대는 이처럼 운으로 결정되는 승부를 공정하다 생각하지 않는다. 운의 개입 요소를 최대한 배제해야 한다. MZ세대가 이야기하는 공정의 또 다른 의미는 그래서 예측가능성이다. 



나의 인풋 대비 아웃풋 비율과 남의 인풋 대비 아웃풋 비율을 비교하여 내가 받는 대우의 공정성을 판단하는 것. 아담스의 공정성 이론이다. 내가 가진 지식, 경력, 경험 대비 내가 얻는 급여, 보상, 승진, 직업 안정성 등을 계산하여 다른 이들과 비교하는 거다. 내가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판단되면 MZ세대는 가만 있지 않는다. 대표의 급여는 업계 1위인데, 직원의 급여는 업계 하위권이라며 이를 항의하는 이유다. 


이들에게 보상은 손에 잡히는 것이어야 한다.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확실한 지금’을 선호한다.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를 주는 것과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를 주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조삼모사는 안 된다. 조사모삼이어야 한다. 예전엔 버티면 보상을 받았지만, 지금은 아니어서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구조조정이 일상화되어서다. 몇 년 뒤엔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알 수가 없어서다. 


MZ세대에게 공정성은 생존의 룰이다. 공정하지 않으면 불복한다. 정보의 투명성이 따라서 중요해진다.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이니만큼 정보는 온라인으로 공유된다. 그 전파 속도는 폭발적이다. 


▶ 공정을 기반으로 투명하게 배분하라 


“더 받겠다는 게 아니다. 성과급 기준이 궁금하다는 거다.”, “임원이 자의적 판단으로 성과급 수준을 결정하는 게 말이 되나? 성과급 계산식을 알려달라”, “내년에도 열심히 하면 성과급 더 줄 거라고? 그 말을 어떻게 믿어?”, “위기경영 외치면서 임원들 본인 성과급은 최고 수준으로 챙기다니 말이 돼?”, “성과급이 경쟁사보다 현저히 적다. 이럴 때만 경쟁사와 비교하지 말자고 한다.” 


성과급 논란 관련 주요기업 직원들의 말이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공정의 의미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내 기여분을 투명하고 정확하게 산정하여 보상해달라는 거다. 나중으로 미루지 말고 지금 달라는 거다. 실제 설문 조사를 해봐도 그렇다. 성과급에 불만족하는 이유는 ‘이익 대비 작은 보상 규모’ 때문이다. ‘불명확한 보상 기준’도 한몫 한다. ‘성과와 무관한 금액 산정’이란 대답이 뒤를 잇는다. 이런 불만이 쌓이면 업무 의욕은 낮아진다. 우수인력이 이탈하고 회사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다. 


S그룹 H기업. 2021년 1월 28일, 회사는 연봉의 2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겠다 공지했다. 직원들로부터 불만이 터져 나왔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2배인데 성과급 규모는 동일하다는 게 문제였다. 이게 공정한가? 촉매는 CEO를 포함하여 전 임직원에게 보낸, 어느 4년차 직원의 메일이었다. 명확한 성과급 지급 기준을 공개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이 메일에 젊은 직원들의 폭발적 호응이 이어졌다. 작년 연봉 전부를 반납하겠다는 그룹 회장의 선언에도 불길은 잡히지 않았다. 회사 대표의 해명문이 발표되었지만 직원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 성과급 지급 기준을 개선하고, 우리사주와 복지포인트를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선책이 발표되었다. 영업이익 10%를 재원으로 성과급을 지급하겠다는 노사 합의로써 논란은 종식되었다. 폭풍 같은 2주였다. 


어찌 보면 문제는 단순했다. 성과급 지급기준으로 삼았던 EVA(Economic Value Added, 경제적 부가가치) 개념이 직원들의 동기 부여 차원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그 의미 전달 조차 쉽지가 않았다. 그러니 해명문이라고 내어놓은 대표의 글이 경영학자의 설명문처럼 건조하고 딱딱할 수 밖에. “원칙만을 우선한 이번 성과급 지급이 여러분 마음 속에 이렇게나 깊은 상처가 될 줄 몰랐다”는 뒤이은 대표 메시지가 나온 배경이다. 그랬다. 신뢰는 주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받는 거다. 


그렇다면 MZ세대 보상 어떻게 할 것인가? 보다 공정한 보상을 위한 몇 가지 제언을 가지고 왔다. 먼저, MZ세대의 보상에 대한 요구를 이해하고 그에 맞춤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노력과 재능을 제외한 요소는 시스템의 공정성을 해치는 요소다. 걸러내야 한다. 


둘째, 집단을 넘어 개인의 성과로 보상해야 한다. MZ세대는 개인의 공헌에 대한 고려 없이 전 직원에게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을 불공정하다 여긴다. 


셋째, 평가와 보상의 투명성이 중요하다. 개인의 성과 평가에 따른 인센티브의 산출공식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조직성과급의 경우, 경영실적과 성과급 예상 금액을 주기적으로 구성원과 공유해야 한다. 


넷째, 직급 중심에서 역할 중심으로 보상 제도를 변경해야 한다. 보상의 목적에 맞추어 조직/개인의 성과급, 단기/장기의 성과급 조합을 잘 구성해서 운영해야 한다. 


보상 도구의 다양화도 필요하다. 예컨대, 성장 기회 제공도 보상의 일부다. 교육 훈련과 같은 비금전적 보상이라든지 권한 및 책임 부여도 성과급만큼이나 중요하다. 



MZ세대가 꼽는 '드림컴퍼니' 중 하나인 배달의민족. 회사 곳곳에는 이런 슬로건이 적혀있다. “평생직장 따위는 없다. 최고가 돼서 떠나라.” MZ세대는 이런 거에 열광한다. 직원들 보고 이렇게 떠나라고 하면 진짜 훌륭한 인재들이 다 떠나지 않을까?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문화가 기업의 고용브랜드로 정착되면 더 많은 인재들이 몰려온다. 선순화의 구조가 만들어지는 거다. 핵심키워드는 ‘교환’ 그리고 ‘납득’이다. 이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게 내 가치를 올려준다는 걸 납득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 보상에 대한 시각 교정이 필요하다 


관련하여 대기업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모 기업은 상대평가 제도를 폐지했다. 부서장에게 강력한 평가권한을 부여했다. 부서장이 부서원의 성과를 리뷰하고 코칭하는 ‘수시피드백’ 제도 도입과 함께다. MZ세대를 납득시키려면 부서장이 수시로 리뷰하고 피드백해야 해서다. 연말에 한 번 하는 평가는 납득하지 않아서다. 목표 달성 수준을 확인하고 성과에 대한 격려 및 미진한 사항을 코칭한다. 수시로 진행하는 피드백 결과는 누적하여 연말 업적 평가에 반영한다. 예측이 가능하기에 반발이 덜하다. 


부서장 재량권 확대에 대한 보완책도 있다. 평가 공정성에 대한 설문 조사를 통해 검증을 강화한다. 평가 이의신청 제도도 두었다. 부서장을 대상으로 성과관리 및 평가공정성 교육도 지속적으로 실시한다. 관리자 상향 평가도 있다. 


집단성과급 문제도 손보려는 움직임이 많다. 고성과조직의 D급 인재와 저성과조직의 A급 직원. 누가 더 많은 보상을 받아야 할까? 능력은 없으면서도 운 좋게 고성과조직에 속해있다는 이유만으로 더 많은 보상을 받아간다면 이 또한 문제다. 머슴도 대감집에서 해야 한다는 MZ세대의 탄식이 나오는 이유다. '뱀머리보다는 용꼬리'라는 말이 횡행하는 조직에 헌신할 직원은 없다. 저성과부문의 고성과자와 고성과부문의 저성과자. 이들에 대한 평가 보상 체제를 개선해야 한다. 


공정한 보상은 결국 인건비 부담으로 이어진다. 최근 IT개발 인력에 대한 인건비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게임업계 쪽을 보면 인건비가 쏘아올린 어닝쇼크가 여실하다. 8대 게임사 지표를 보면 2020년 대비 2021년 영업비용이 20% 늘었는데, 인건비는 27% 증가했다. 매출은 8% 늘어났다. 


하지만 인건비를 마이너스 요소로만 생각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답이 없다. 보상에 대한 프레임 전환이 필요하다. ESG경영,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등의 개념이 부상하고 있다. 회사의 경영 성과를 이제는 주주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직원, 고객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공정하게 나누는 게 중요해졌다. 누구나 마땅히 받을 몫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시혜가 아니라는 거다. MZ세대는 예전과 달리 보다 많은 성과 공유를 요구하고 있다. 인재의 영입과 유지를 위해서도 경쟁력 있는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 


▶ 공정을 요구하는 MZ세대와 공존하려면 


결론이다. 공정성에 대한 이의제기에 익숙하고 정당한 보상을 당당히 요구할 줄 아는 MZ세대와 공존하려면 고민의 포인트가 달라져야 한다. 말 안 듣는 MZ세대, 어떻게 할 것인가가 아니다. 누구나 마땅히 받아야 할 몫을 주는 게 공정이라면 공정의 명확한 기준은 무엇이냐라는 거다. 


이를테면, 이런 질문들이다. 전사 재원의 배분 관점에서 회사는 ‘인력’ 혹은 ’노동’이라는 자원에 얼마의 비용을 부담해야 할까? 우리의 인력 자원은 과연 인건비를 상회하는 부가가치와 생산성을 내고 있나? 초과이익의 몇 %가 임직원의 몫이어야 할까? 이해관계자간 배분 비율은 어떻게 해야 할까?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급여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어마어마한 스톡옵션을 받았다. 하지만 이 스톡옵션도 시간이 지나면 그저 행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선과연동형 옵션이다. 단계별 목표를 달성해야만 권리행사를 할 수 있는 조건이다. 


국내 어느 대기업은 성과급 기준에 주가상승률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가에 반영되는 기업의 미래발전 가능성을 임직원과 공유하겠다는 취지다. 내부 소통에도 열심이다. 일방적인 공지가 아닌 이해와 공감을 위한 간담회를 연다. 존중과 배려, 경청과 소통이 효율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중요해졌다. 


현 시점에서의 보다 많은 성과 배분을 요구하는 MZ세대. 회사의 장기적인 비전과 성장이 못 미더워서다. 회사가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직원 개개인의 성장에도 더 많은 투자를 할 거라는 확신을 줘야 한다. 기업의 우수인재 영입과 유지를 위해, 아울러 조직의 비용효율성 제고를 위해 이제 조직과 리더는 고차원의 방정식을 풀어야 할 시점이다. 관건은 신뢰다! ⓒ혁신가이드안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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