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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스케치 053] C테크와 ESG, 금융의 기회

[방구석5분혁신.경영혁신]

여기저기서 ‘ESG’ 노래를 부른다. 기업이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고(Environment), 사회적책임(Social)을 다하며, 건강한 지배구조(Governance)를 만듦으로써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한다는 의미가 담긴 표현 ESG. 재무적 성과만을 판단하던 관점에서 벗어나 기업이 더 크고 더 넓은 시각으로 환경문제, 사회문제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철학이 녹아있다. 하지만 철학만으로 될 일은 아니다. 이를 뒷받침해줄 기술이 필요하다. 이름하여 C테크(C-Tech)다. C는 ‘기후(Climate)’ 혹은 ‘카본 캡처(Carbon Capture)’ 혹은 ‘클린(Clean)’을 의미한다. 기후와 관련하여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클린기술을 가리키는 단어다. 이번 스케치에서는 ESG경영의 기반기술로서의 C테크를 살펴본다. 금융 분야에서의 기회요소 탐색도 아우른다.

                                                                         


● C테크(C-Tech)란 무엇인가?


C테크나 ESG에 앞서 주목할 개념이 있다. ‘넷제로(Net-Zero)’다. 넷제로는 탄소 중립 혹은 탈탄소를 의미하는 목표 개념이다. 최근 10년 정도만 봐도 자연재해의 강도가 세졌다. 횟수도 늘어났다. 큰 규모의 폭풍만 28%나 증가했다. 탄소 배출에 의한 온실 효과 및 기후 온난화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여름이 20일 늘어나고 겨울이 22일 줄었다. 굉장한 변화다.


이런 변화를 가만히 놔두면 인류 생존에 위협이 되겠다는 생각들. 2015년 파리 기후협약의 배경이다. 파리 기후협약은 2050년까지 지구의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막겠다는 글로벌 컨센서스다. 이른바 탄소중립. 하지만 쉽지 않은 목표다. 모든 분야에서 급속한 탈탄소화가 필요해서다. 이런 규제 환경 속에서 C테크나 ESG 관련 기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도 주목한다. 관련 기업으로의 인재 이동도 가시화되고 있다. C테크나 ESG 개념이 경영의 핵심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2050년까지 글로벌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막겠다는 목표,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까? 현재의 대기는 물이 가득 찬 욕조와 같다. 물이 넘치지 않게 하려면 수도꼭지도 잠궈야 하지만 물을 가둬놓고 있던 물마개도 열어야 한다. ‘1.5도’ 목표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배출되는 탄소의 양과 채집해서 제거되는 탄소 배출량 자체를 합하여 총량을 0으로 만들어야 달성 가능한 목표다. 하지만 탄소 배출 자체를 0으로 만들 수는 없다. 숨만 쉬어도 탄소가 배출되어서다. 건물의 엘리베이터 등 전력 소비를 통해서도 탄소들이 배출되고 있어서다. 그러니 현실적인 목표는 0이 아니라 최소화다.


‘1.5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기가톤 단위의 탄소 제거 혹은 음의 배출이 필요하다. 실제 전력, 항공, 도로, 빌딩, 철강, 석유, 가스 등 대부분의 산업에서 90% 수준의 탄소 배출량 감축이 필요하다.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관련 기술들이 중요해질 수밖에. 이를테면 이런 거다. 다이렉트 에어 캡처 혹은 스토리지라고 하는 기술이 있다.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에서 빨아들여 해저나 지반 밑에 보관함으로써 대기 중 탄소를 제거하는 기술이다.


C테크에 대한 투자가 가장 빨리 일어났던 곳이 유럽이다. ESG라는 화두를 가장 먼저 주목했던 곳 역시 유럽이다. 아니나다를까 육상 풍력, 태양광, 해상 풍력, 지역 난방 등 다양한 검증된 기술을 통해 탄소저감 잠재력의 70%를 실현할 수 있을 걸로 전망한다. 물론 전향적인 시행을 한다 하더라도 달성률은 20% 수준일 거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결국 C테크에 대한 투자 및 C테크트랜스포메이션 자체를 가속화해야만 탄소중립 방정식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결론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다. 지금껏 네 차례의 산업혁명은 세계 경제의 근간을 바꾸는 파괴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작금의 4차산업혁명에 C테크를 함께 넣어 보는 시선도 많다. C테크는 5차산업혁명이라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뭐가 되었든 C테크가 거시경제나 세계의 근간을 바꾸는 파괴적인 요소로 작용을 할 거라는 추론이다.


C테크, 즉 기후변화 기술에 대한 투자를 보면, 2050년까지 향후 28년간 매년 9조 2천억 달러, 한국 돈으로 매년 1경 1천조 원 정도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투자 비용만 보더라도 매년 4천조 원 수준에 달할 거란 전망도 있다. 증기를 통한 1차산업혁명 이후로 우리는 200년 동안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경제 시스템 속에서 살고 있다. 2050년까지 탄소를 활용하지 않는, 즉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체제로 바꾸겠다는 게 세계적 합의다. 매년 1경여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가 C테크 기반기술에 투자되고 있는 이유다. 탄소중립 경제 체제로의 대전환, 그야말로 파괴적인 변화다.  


세상사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게 마련이다. 급격한 변화도 마찬가지다. C테크의 수요와 공급 사이에 발생하는 불균형은 그 그림자다. 우리는 이를 ‘C쇼크(Carbon Shock)’라고 부른다. 최근 원유를 포함하여 마그네슘, 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 탄소중립 경제 체제로의 전환 속에 수요 공급의 급격한 변동이 생기니 원자재 가격 등 물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C쇼크가 일어난다.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 C테크의 발전이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가능케해주는 기술 기반들의 보편화 말이다.


2030년 글로벌 C테크의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될까? 교통운송 분야 전망치만 하더라도 무려 2조 7천억 달러 수준이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시장이 열리고 있다는 얘기다. 그 중에서도 탑3라고 할 수 있는 교통운송, 건물, 그리고 에너지전력 영역이 전체 시장의 50% 정도를 차지할 거라는 게 맥킨지의 분석이다. 실제로 C테크에 대한 투자 규모는 2012년도 1억 달러 수준에서 2020년 160억 달러 규모로 급격한 성장을 했다. 최근 부상한 디지털 혹은 인공지능(AI)에 대한 투자보다 3배 이상 빠른 속도다.  

 


맞다, 변곡점이다. 탄소중립 혹은 탈탄소 경제에 있어서의 변곡점. 그만큼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출발은 유럽이 빨랐다. 하지만 C테크에 대해 본격적인 투자와 개발은 미국에서 일어났다. 규제에 대한 대응 혹은 당위성으로 접근했던 유럽과는 달리 미국은 시장의 관점에서 기회를 찾았다. 성장하는 시장에서의 새로운 기회를 본 거다. 다양한 산업자본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미국은 C테크 기술을 선점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아니나다를까 미국에서는 향후 10년 동안 정부 단위에서 1조 7천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유럽도 대략 1조 유로의 투자 의사를 밝혔다. 이른바 선진국들의 압도적인 질주로 레이스가 펼쳐지는 형국이다. 하지만 소득이 낮거나 경제 개발이 덜 되어 있는 나라일수록 탄소중립 전환이 시급하다. 출발선이 다른 불평등한 경쟁이 C테크 시장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거다. 한국도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 탄소 배출량 세계 8위의 한국은 제조업 비중이 크다. 탄소중립 리스크 역시 클 수밖에 없다. 화석 연료에 의존하는 산업군이 많아서다. 게다가 탄소 중립을 위한 기반 자원이 취약하다. 태양광이 그렇고, 풍력이 그러하다. 광물자원도 마찬가지다. 다만 인적 자산, 기술 자산은 천연자원 대비 월등하다. 그러니 다른 방법이 없다. 인적 자원과 기술 자원에 의한 C테크 혁신. 한국이 나아갈 길이다.


수소, 배터리 및 저장, 지속가능 연료, 신재생에너지, 빌딩 기술, 순환 기술, 대체단백질 등등. C테크의 핵심기술들이다. C테크 분야의 핵심 이슈는 세 가지다. 먼저, C테크 기술들은 상호 연관관계가 있다는 것. LNG 등 화석 연료를 주로 사용하는 선박들은 탄소를 많이 배출한다. 연료를 메탄올로 바꾸면 탄소 배출이 줄어든다. 메탄올을 활용할 수 있는 선박 엔진을 만드는 게 중요한 C테크가 되는 이유다. 그런데 메탄올을 만드는 방식 자체가 기존의 화석 연료를 사용한다면 C테크의 효과는 반감된다. 탄소를 줄이면서 메탄올을 만들 수 있는 그린메탄올 기술이 함께 발전해야 의미가 있다. 한 영역의 기술 발전만 가지고는 안 된다는 얘기다. 주변 연관기술들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의미다.  


C테크의 두 번째 이슈는 협력이다. C테크 기술을 선도하려는 업체들은 관련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동종 업계의 파트너뿐만 아니다. 업종을 불문하고 상호 연관성을 가진 기술 기반 기업들과 생태계를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C테크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량을 갖추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C테크 산업은 시장 선점의 이익(First Mover Advantage)이 강력하게 존재한다. C테크의 세 번째 이슈다. 생태계가 구축되고 나면 생태계 내의 기술들이 세계적인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생태계를 먼저 구축하여 기술 기반을 선점한 퍼스트 무버들이 상당수의 이익을 가져가는 산업인 거다.


● ESG란 무엇인가?


최근 몇 년 동안 ESG는 기업경영의 큰 화두로 떠올랐다. 작년 글로벌 맥킨지 파트너 미팅에서 50% 이상의 화제를 점유했던 영역이 ESG였다. ESG 중에서도 환경을 상징하는 E에 대한 주목도가 무척이나 높다. 탄소 중립과 C테크 혁신이 배경이다.


지속가능성 혹은 ESG 개념은 기업에 있어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직면해야 하는 경영 화두다. 관련분야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투자규모도 커졌다. 환경 규제는 더욱 과감해지고 있다. 고객들의 기대 수준 역시 따라서 높아졌다. ESG를 잘하고 있는 기업으로의 인재 이동도 늘어나고 있다. ESG 또한 퍼스트무버에게 더욱 많은 가치를 허락하는 영역이다. 기업들이 주목할 수밖에 없는 분야다.


ESG는 크게 네 가지 핵심 트렌드와 함께 부상하고 있다. 첫째, ESG 관련 투자의 성장이다.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주목하라(Follow the Money)”. 거시 경제를 이끄는 동력을 얘기할 때 종종 쓰는 표현이다. 돈이 몰리는 분야가 세상을 바꾼다는 의미다. 최근 ESG 관련 투자가 늘어났다는 건 ESG가 경영의 미래를 빚어내는 핵심 화두임을 보여준다. 두 번째는 ESG 등급과 기업 평판과의 상관관계다. ESG 등급이 높은 기업일수록, 다시 말해 ESG를 잘하는 기업일수록 기업의 평판 또한 높다. 세 번째는 ESG 스코어가 높은 기업들의 기업가치 또한 상승하는 경향이다. 네 번째는 ESG와 재무성과와의 관계다. ESG를 잘 하는 기업이 기업가치뿐만 아니라 재무성과도 높다는 거다. 가령, ESG 등급이 높은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은 ESG 등급이 낮은 기업에 비해 낮다. 요컨대, ESG는 단순한 도덕적 선언이 아니라는 거다. 실질적 성과를 빚어내는 핵심 요인이라는 거다


2025년이면 글로벌 ESG시장의 가치는 4조에서 5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맥킨지의 분석이다. 이미 글로벌 투자 자산의 3분의 1 이상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ESG 요소에 투입되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ESG에 대한 투자집중도는 더욱 커질 거다. 투자자들 역시 ESG 요소에 중점을 둔 투자 전략을 앞세운다. 기후 등 지속가능경영 요소에 중점을 두어 투자한다는 의미다. 게다가 ESG 등급과 기업의 다양한 성과 지표들이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이제 ‘ESG를 잘한다’는 건 ‘기업 가치가 올라간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 ESG와 관련한 금융산업의 기회는 무엇인가?


금융회사들도 건물을 쓰고 전력을 활용하다 보니 탄소를 배출한다. 하지만 많은 양이 아니다. 금융기업 입장에서 C테크나 ESG는 그만큼 멀리 있는 개념들이다. 다만 최근 들어 금융기관들이 투자한 기업들의 탄소배출량도 금융기관의 책임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어떤 기업에 투자를 하느냐에 따라서 거시경제 시스템이 바뀔 수 있기에 그 촉매 역할을 하는 금융기관의 의사결정에 시선이 몰린다. 다양한 외부세력이 금융기관의 ESG 행동을 촉구하며 압박을 가하고 있는 건 그래서다. 규제 당국은 말할 것도 없다. NGO나 일반 대중도 금융기관들이 어디에 투자를 하는지 예의주시한다. 금융기관의 주주들도 금융기관이 훨씬 더 많은 기후 관련 행동을 취하고 책임질 것을 요구한다. 금융기관들이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며 달라진 투자 패턴을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많은 금융기관들이 넷제로 캠페인에 동참하겠다 나섰다. 갈 길은 멀다. C테크나 ESG 및 기후 행동에 실질적인 역할은 아직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서다. 그럼에도 물꼬는 트였다. 조만간 이런 흐름을 주도하는 금융기관들이 나타날 것이다.  


‘1.5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거의 모든 섹터에서 극명한 변화들이 필요하다. 이는 관련 기술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C테크 혹은 인프라 스트럭처로의 파이낸싱이 필요하다라는 얘기로 이어진다. 금융업의 기회인 셈이다. 특히 탄소 중립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기업들의 자본 투자 비용은 금융기관들에게는 커다란 기회다. 2050년까지 최소한 25조 유로 상당의 자본 투자가 필요할 거라고 맥킨지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이 중 상당 부분이 금융기관들의 파이낸싱을 통해서 조달이 될 것이다. 이 엄청난 기회 앞에 어떤 금융기관들이 시장을 선점하는지에 따라 금융업계의 판도가 바뀔 것이다.


C테크와 ESG 분야에서의 시장 선점 효과를 앞에서 언급했다. 전기차 업계의 선두 주자 테슬라나 오스테드라고 하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선도업체들은 후발주자 대비 압도적인 수준의 시장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금융기관들도 예외가 아니다. 어떤 금융기관이 C테크에 대한 투자를 선도적으로 할 것인지에 따라 업계의 지각 변동이 시작될 거다.


그럼 누가 금융산업의 스타가 될 것인가? 아직도 일반 금융기관들에서는 ESG 이슈를 비용 요소로 바라본다. 정부 규제 혹은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압박에 대한 대응 등이 비즈니스의 리스크로 작동하고 이런 부분들이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이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ESG를 잘하는 기업들의 자본조달 비용이 개선되고 ESG 요소가 매출성과로도 이어지니 시선이 달라졌다. ESG전략이 수익성 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음을 깨달은 거다.


금융사업의 ESG 관련 매출 규모는 2025년에 400~650억 유로에 달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기업금융 중심 투자은행(CIB) 영역에서의 ESG 기회가 상당히 클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를테면, ESG 스타트업의 기업공개(IPO)를 도와주는 거다. 그 과정에서의 시장 기회는 작지 않다. C테크 기업을 위한 파이낸싱 컨설팅 기회도 늘어날 것이다. ESG 테마의 금융상품 개발 유통은 또 다른 성장 기회다. ESG 연계기업을 위한 이른바 녹색채권 같은 것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보다 구체적인 사례들을 살펴보자.


HSBC와 월마트는 C테크 영역에서 소매유통기업과 금융기관의 새로운 협업 모델을 선보였다. 월마트의 기가톤 프로그램은 2030년까지 10억톤의 온실 가스를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50개국 2,300개 이상의 공급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HSBC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지속가능성 등급을 매겨 상위 기업들에게 보다 우호적인 조건의 파이낸싱 옵션을 제공한다. 탄소 중립을 위한 HSBC와 월마트의 협업 프로젝트다.


영국 은행 로이즈(Lloyds)는 사업의 지속가능성 개선을 모색하는 중소,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Clean Growth Financing Initiative’를 출범시켰다. 에너지 효율성, 배출량 저감, 물 효율성, 재활용 및 전반적인 폐기물 감축을 도모하는 기업들을 위한 지속가능성 투자를 위해서다. 중소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들을 하나하나 충족하면 로이즈는 우대 금리 혹은 더 나은 조건의 파이낸싱을 제공한다. 포트폴리오 기업들의 탄소 배출을 저감하는 동시에 고객 기반을 넓혀 새로운 파이낸싱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잡는 거다.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 형성은 금융사의 새로운 기회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유럽에서의 탄소 배출권 가격은 2유로에 불과했다. 근데 지금은 90유로 이상이다. 급격한 가격 인상. 돈이 몰리는 곳에 기회가 있게 마련이다.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뿐만 아니라 관련 가치 사슬 전반에 걸쳐서 새로운 기회들은 계속 생겨날 것이다. 탄소를 덜 배출하는 기업들에 대한 자문을 통해 탄소배출권의 판매에도 관여할 수 있다. 이런 수요를 가진 기업과 공급기업과의 연결을 통한 시장 창출도 가능하다. 트레이딩 플랫폼 제공을 통한 중개 사업이 그 예다. 유럽의 많은 국가들에서는 탄소배출권 시장이 이미 형성되어 있다. 금융기관들도 이런 트레이딩을 적극적으로 중개하고 있다. 탄소배출권 가격이 형성된 시장에서는 이런 비즈니스가 새로운 매출 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일부 선도 금융기관들은 소규모 기업들의 탄소발자국(개인이나 단체가 직간접적으로 발생시키는 온실 기체의 총량)에 대한 이해도를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부가서비스도 적극적으로 개발 중이다. BBVA는 탄소배출 트래킹을 통해 기업들의 탄소 배출량에 대한 추정치를 제공하고 이를 저감할 수 있는 적절한 자문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탈탄소와 탄소 중립에 대한 B2B 자문도 금융기관의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다. 녹색기술을 가진 많은 기업들이 파이낸싱 분야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러니 C테크를 이해하는 금융기관들은 C테크 스타트업이 설립되거나 C테크 프로젝트가 구축되면 초기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효과적인 프로젝트 관리를 통한 수익 증대를 위해서다. C테크 기술 자산에 대한 유동화나 처분에 대해서도 개입한다.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시장 기회는 도처에 깔려있다


최근에는 C테크에 대한 각국 정부의 관심도 크다. 탄소 배출 인프라 해체를 위해 정부 주도의 펀드를 발족한 나라도 있다. 이런 펀드를 통해 탄소 배출을 억제하고 그린에너지로의 전환 과정에 들어가는 투자를 유치하는 거다. 그 과정에서 금융기관들은 정부와 파트너십을 맺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탄소 중립을 위한 민간 금융 기관과 정부와의 협업 모델이다.


ESG와 연계된 파생 상품 개발도 있다. 더 나은 ESG 성과를 창출하도록 재무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거다. 투자 포트폴리오 기업들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면서 고객 기반을 확대하는 효과가 생긴다. 도이체방크는 기업의 ESG 목표에 따른, 다양한 옵션의 가격 요소들을 만들었다. ESG 목표를 달성하는 기업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도이체방크가 투자하는 기업들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동시에 ESG에 적극적인 기업들의 고객화를 도모하는 거다.


ESG 연계 채권도 있다. 연계 채권은 인센티브라기보다는 페널티로 많이 활용된다. 금융기관에서 목표로 하는 탄소 감축 효과를 달성했을 경우 2.5% 정도의 이자만 내면 된다. 하지만 목표 달성에 실패하면 더 많은 이자를 내야 되는 구조의 기업 채권 같은 거다. 인센티브뿐만 아니라 페널티도 ESG 목표 달성에 한몫 한다.


영국의 낫웨스트 금융그룹과 그린에너지 공급사인 옥토퍼스에너지의 협업도 재미있다. 전기차 충전 기술과 인프라를 제공하는 옥토퍼스에너지와 제휴를 맺은 낫웨스트는 고객들에게 옥토퍼스에너지의 서비스를 할인된 가격에 제공한다. 낫웨스트 입장에서는 옥토퍼스 에너지를 사용하고 싶어하는 고객 기반을 확보하면서 기존에 가지고 있지 않았던 자동차 관련 정보들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자동차 담보 대출 혹은 자동차 보험 등의 교차 판매로 이어진다.


자산 운용 부분에서도 많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지금껏 자산운용 분야에서 ESG는 제약 조건에 가까웠다. 최대의 성과를 내기 위한 최적 포트폴리오 구성에 마이너스로 작동한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ESG 자체가 수익을 창출하는 밸류드라이버(value driver)가 된다는 게 증명되고 있다. 비유컨대, 신발까지 신경 쓰는 사람은 옷도 잘 입더라는 거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ESG까지 신경 쓰고, 또 쓸 수 있는 기업들은 사실상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인 거다. 그러니 아문디(Amundi) 같은 대형 자산운용 업체들은 대규모의 전문 ESG 전담 인력을 운영하면서 자체적으로 ESG를 평가하고 스코어링할 수 있는 평가 시스템을 구축한다.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에 ESG 스코어를 활용하는 거다. 더욱 적극적인 컨셉도 있다. ESG를 이미 잘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는 수익 창출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그러니 지금은 잘 못하지만 앞으로 ESG를 잘 할 수 있는 기업들을 발굴해 투자하는 거다. 어찌 보면 이미 잘하고 있는 ‘ESG Winner’뿐만 아니라 앞으로 잘 할 ‘ESG Improver’에 대한 선제적 투자인 셈이다.


● C테크 혁신은 혁신리더의 핵심아젠다


C테크라고 하는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 기반과 이를 포괄하는 주제로서의 ESG의 중요성, 그리고 이런 이슈를 활용해 금융기관들은 어떤 기회를 창출하는지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요컨대, 기후 관련 기술 및 규제 변화로 경쟁 구도가 재편되고 있다.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자본 재분배가 일어나고 이는 산업간, 국가간 부의 이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다른 것 없다. 금융기관이라면 넷제로 시장에 빨리 들어가야 한다. 당장 우리의 아젠다로 삼아야 한다. 관련 규제에 대한 대응 혹은 업계 전반적인 움직임에 따른 수동적 대처로는 미흡하다. ESG 영역이 기회 영역이고 수익 영역이라는 공격적인 마인드로 전환해야 한다. 동종 기업, 학술기관, 투자자로 구성된 혁신 생태계를 구성하거나 거기에 동참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시장선점 효과가 완벽하게 존재하는 시장이기에 신속하고 기민하게 대처해야 한다. 100% 이해를 하고 뛰어들기보다는 7-80% 이해됐으면 과감하게 뛰어들어야 한다. 완벽함보다는 기민함. 신속한 의사결정과 과감한 베팅이 C테크 레이스의 승자를 가른다.


결론이다. 성공적인 기후 트랜스포메이션 달성을 위한 금융기관들의 네 가지 핵심 필수 요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금융기관 자체적인 탄소배출 목표와 전략 설정이다. 향후 탄소 배출을 얼마나 줄일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전략이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투자기업들의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는 전략과 자문 서비스 구축이다. 세 번째는 탄소 중립 사업에 대한 기회 포착과 이를 위한 마인드셋 정립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공격적인 투자 역시 필수다. 네 번째는 실행 역량 확보다.


특히 네 번째가 중요한 이유? C테크는 고도화된 기술 영역이다. 인류가 200년 동안 쌓아 올린 화석 연료 기반의 경제 시스템을 30년 내에 확고하게 바꿔야 하기에 기술이 핵심인 분야다. 그러니 C테크 프로젝트에서의 기회를 탐색하는 금융기관이라면 기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는 필수다. 어떤 기술들이 업계를 선도할 것이고 어떤 기술들이 표준이 될 것인지 공부하고 이해해야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우리가 이길 수 있는 C테크 분야를 찾아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 시중의 모든 C테크 기술 영역들을 아우르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우리가 보유한 고객 기반으로 어떤 기술 영역에서 승부를 볼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전력 탈탄소화가 되었든 수소나 저탄소 연료가 되었든 저탄소 모빌리티가 되었든 탄소 포집 및 활용, 저장의 기술이 되었든 우리가 선도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 집중해야 한다.


알아야 면장도 한다 했다. C테크와 ESG를 모르면 리더 역할도 힘들게 생겼다. 새로운 시장이, 그것도 거대한 시장이 열리고 있다. 기회는 모두에게 열려있다. 하지만 성과는 일부에게만 돌아갈 것이다. 선택은 우리에게 달렸다. 다시, 신발끈을 고쳐 매야 할 때다. 바야흐로 기후기술의 시대다. ⓒ혁신가이드안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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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안병민 대표(fb.com/minoppa)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헬싱키경제대학교(HSE) MBA를 마쳤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경영직무·리더십 교육회사 휴넷의 마케팅 이사(CMO)로서 ‘고객행복경영’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 일탈>, <그래서 캐주얼>, <숨은 혁신 찾기>, <사장을 위한 노자>,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유튜브 채널 <방구석 5분혁신>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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